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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62

무소유와 1,000원의 가치 법정 스님의 무소유 수필집은 내 서가의 주요 애장도서 중 하나이다. 오랜만에 다시 찾아 펼치니 세월이 누렇게 이끼낀 듯하다. 참 많은 깨우침을 준 스승의 책이다. 다시 읽어본다. '나는 참 많은 것을 갖고 있구나'..... 지난해 여름 장마가 개인 어느 날 봉선사 운허 노사(耘虛老師)를 뵈러 간 일이 있었다. 한낮이 되자 장마에 갇혔던 햇볕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고 앞 개울 물소리에 어울려 숲속에서는 매미들이 있는 대로 목청을 돋구었다. 아차! 이 때에야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 난초를 뜰에 내놓은 채 온 것이다. 모처럼 보인 찬란한 햇볕이 돌연 원망스러워졌다. 뜨거운 햇볕에 늘어져 있을 난초잎이 눈에 아른거려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허둥지둥 그 길로 돌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잎은 축 늘어져 어딘가 생.. 2017. 12. 16.
목어와 목탁 이야기 불가에는 “공부하다 죽어라”라는 말도 있다. 그만치 수행에 용맹 정진할 것을 가르친다. 그런데 옛날에 한 젊은 스님은 출가하여 수행을 열심히 하지 않고 틈만 나면 햇살 좋은 곳에서 졸았다. 스승의 야단과 질타에도 게을러 낮잠을 일삼다가 불행하게도 그만 일찍 병이 들어 죽었다. 그는 죽은 뒤에 이 세상에서 지은 업장으로 물고기로 환생하였다. 그러나 괴이하게도 물고기 등짝에 한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풍랑이 칠 때마다 나무가 흔들려 등의 살이 찢어지고 피를 흘리는 심한 고통을 늘 겪었다. 몇 년을 그렇게 지내면서 참회와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는데 마침 스승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고 있었다. 물고기는 스승 앞에 가서 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하였다. 스승은 이를 가엾게 여겨서 수륙재(水陸齊)를.. 2017.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