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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8.07 추사의 불이선란도와 소네트(sonnet)
예술의 전당 가는 길.
비발디의 '가을'을 들으면서 과천의 추사박물관과 과지초당(瓜之艸堂)을 찾았다.

추사박물관에서 특별히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가 눈에 들어왔고 그림 속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추사는 난초를 그리고 연유를 발문(跋文)하였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자 빈칸을 찾아 작은 글씨로 채웠다. 그렇게 네 개의 발문으로 그림이 완성되었다.

첫 발문은 상단 왼쪽에서부터
‘부작란화 이십년(不作蘭畵二十年)'으로 시작하며 오른쪽으로 채우고 '추사'로 인장하였다.
"난초 그리지 않은 지 20년, 우연히 그렸더니 하늘의 본성이 드러났네/ 문 닫고 찾으며 또 찾은 곳/ 이것이 유마의 불이선일세/만약 누군가 억지로 (그림을)요구한다면, 마땅히 유마거사의 '말 없는 대답'으로 거절하리라"

두번째 발문은 오른쪽 중간의 난초닢 사이에 좀더 작은 글씨로 채우고 있다.
"초서와 예서, 기자의 법으로 그렸으니, 세상 사람들이 어찌 알겠으며, 어찌 좋아하겠는가? 구경이 또 제하다"며 고연재(古硯齋)로 인장하였다

이것으로 그림과 발문을 마치려 했더니 사단이 생겼다. 그래서 왼쪽 난초꽃의  화심(花心) 앞에 '묵장'을 인장하고 세번째 발문으로 그 장면을 전해주고 있다.

"애당초 달준이 주려고 아무렇게나 그린 것이다. 다만 이런 그림은 하나만 있지, 둘은 있을 수 없다."

달준이가 누굴까? 북청 유배생활 중에 섬기던 종이었다. 제주도 유배에서 제자 이상적에게 감사하여 <세한도>를 그려주었듯이, 이제는 종에게 이 그림을 주련다. 누가 그려달라고 조른 것도 아니고, 평가받을까 조심하고 욕심과 정성을 쏟은 것도 아니다. 그저 심심한 마음으로 아무렇게나 그렸다. 물 흐르듯이 바람 불듯이 부딪히면 휘어지고 돌아가듯 마음가고 손가는대로 그냥 그렸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보고 서각가 소산 오규일이 이걸 가지고 싶다며 떼를 쓰는가보다. 달준이에게서 뺏을 모양이다. 그래서 세번째 발문과 난초 꽃대 사이에 아주 작은 글씨로 이 장면을 크로키처럼 그렸다.

“오소산이 보고 억지로 빼앗아가니 정말 가소롭구나.”

'가소(可笑)' 속에 추사의 평온한 미소가 보인다. 그래도 달준이에게 주었는지, 소산이가 결국 뺐어 가졌는지 그건 모르겠다. 추사는 거기에도 무심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낙교천하사'와 '김정희인'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림이 글이 되고, 글이 그림이 되었다.
그림과 이야기가 잘도 어울린다.
ㅡㅡㅡ
언뜻 두개의 키워드, '소네트(sonnet)'와 '화중유시(畵中有詩)'가 짝을 지었다. 내 안에서 비발디의 음악[樂]과 추사의 그림[畵]이 만나  소네트[詩歌]를 낳고 있다.

비발디는 사계를 작곡하고 그 계절을 노래하며 소네트를 붙였다 한다. 가령. '가을'의 소네트는 이렇다.
ᆞᆞᆞᆞ
가을 (L'Autunno)
https://youtu.be/Np52I5Dg6C8

제1악장 (Allegro, F Major, 4/4)
"마을 사람들은 춤과 노래로 복된 수확의 즐거움을 축하한다.
바커스의 술 덕택으로 떠들어댄다.
그들의 즐거움은 잠으로 끝난다." 

제2악장 (Adagio molto, d minor, 3/4)
"일동이 춤을 그치고 노래도 그친 뒤에는 조용한 공기가 싱그럽다.
이 계절은 달콤한 잠으로 사람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제3악장 (Allegro, F Major, 3/8)
"새벽에 사냥꾼들은 뿔피리와 총, 개를 데리고 사냥에 나선다. 짐승은 이미 겁을 먹고 총과 개들의 소리에 지칠 대로 지치고 상처를 입어 떨고 있다. 도망칠 힘조차 다하여 궁지에 몰리다가 끝내 죽는다." 
ᆞᆞᆞᆞ
아직 소네트는 뭔지 잘 모르겠다.
칠언절구 한시나 우리의 연시조를 닮은 듯하다.
시조를 읊고, 그림 속에서 이야기를 찾아 연시조 또는 소네트 형식으로 표현해보는 수업을 해봐야겠다.
가령, 추사의 세한도와 세한도 발문을 패러디해서 '나의 세한도와 소네트(연시조)'형식으로 표현해보는 수업이나, 윤동주 시 '자화상' 읽기와 나의 자화상과 소네트, 도덕윤리 수업 속에 畵中有詩ᆞ畵中有謠ᆞ畵中有話를 설계해 볼 만하겠다.

*소네트:소네트와 운의 맛 http://munchon.tistory.com/1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