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우~자 되세요.
스승의 날입니다.
예년에 비해 올해는 학생회에서 많이 준비했네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며 큰 글을 옥상에서부터 늘어뜨려 내걸고 계단마다 선생님께 감사의 글과 풍선으로 장식하였습니다. "쌔임 사랑해요." "쌔임 건강하세요." "선생님 감사해요."
그런데 이 글 역시 빠지지 않았네요.
"주엽고 선생님 모두
부우~자 되세요."
연초부터던가요. TV광고를 통해 인구에 회자된 "부자되세요."가 스승의 날까지 등장했습니다. 아니 얼마전 어린이날이었습니다. 딸아이를 위해 무얼 할까하던 차에 제 숙모가 티켓을 마련해준 인형극을 같이 보러 갔습니다. 러시아에서 온 인형극단이었습니다. 글쎄요. 우리나라사람이 일부러 서툰 한글로 말하는지 아님 진짜로 러시아사람이 우리말을 더듬거리며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에 우리네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린이 여러뿐, 모두 뿌우~자 되쎄요."
이런이런....온통 부자 타령이구나. 아이들에게도 이 무슨 말인감?
많은 사람들이 부자신드롬에 젖었습니다. 이제 예사로운 인사말이 되었습니다. 너도 나도 모두 부자되라며 축원해줍니다. 그런데 진작 뭐가 부자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부자인지를 곱씹어 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만큼 어렵다 하셨고,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에 부자와 가난은 무엇입니까? 아마 물질적인 욕심을 두고 하는 말이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마음이 가난하다는 말은 '욕심이 적다'는 말이겠구요.
그래요. 부자 되는 것이 좋지만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될까요.
꿈자리를 따라 복권을 구입해야 합니까? 아님 투기해야합니까?
어느 정도까지를 벌어야만 부자라 할 수 있습니까?
노자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네요.
"만족을 아는 것이 부자이다-지족자부(知足者富)"
그런가 봅니다. 얼마를 벌어서 부자가 되기 보다 욕심을 줄여서 만족을 알아야만 부자가 되는가 봅니다. 우리는 욕심이 화가 되어 신세를 망친 사람을 부지기수로 봅니다. 만족을 알고 분수에 맞는 삶을 살아야 겠습니다. 이제 '부자되세요'라는 말은 우리 모두가 이렇게 생각해 봄이 어떨까요?
"여러분, 모두 욕심을 줄이고 자기 분수를 압시다."
내친김에 부자는 어떻게 살아야 진짜 부자라 할 수 있을까요?
공자 선생님 말씀을 빌릴께요.
"가난하더라도 인생을 즐길 줄 알고, 부유하더라도 예의를 좋아한다. -빈이락 부이호례(貧而樂 富而好禮)"
사치하지 않고 거들먹거리지 않고 남 얕보지 않고, 보다 검소하며 자리를 낮추고, 겸양하여 자기보다 못사는 사람을 도울 줄 아는 사람이 진짜 부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부자되세요'라는 말은 이제 이렇게 들립니다.
"여러분, 모두 자기를 낮추고 예의를 가집시다."
스승의 날, 우리 학생들이 선생님께 드리는 말씀, '선생님 부자 되세요'라는 말을 괜히 곱씹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릴께요.
"여러분, 여러분, 진짜 진짜로 부~~자 되세요."
2002년 05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