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3. 과연, 그 어머니에 그 아들
3. 과연, 그 어머니에 그 아들
사형 선고를 받은 옥중의 아들에게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보낸 편지를 보면 과연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요, 그 아들에 그 어머니를 알 수 있다.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아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네가 만일 늙은 이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고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 즉,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선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안중근 의사가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께 드린 유서>
어머니 전상서
예수를 찬미합니다.
불초한 자식은 감히 한 말씀을 어머님 전에 올리려 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자식의 막심한 불효와
아침저녁 문안인사 못 드림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이 이슬과도 같은 허무한 세상에서 감정에 이기지 못하시고
이 불초자를 너무나 생각해 주시니
훗날 영원의 천당에서 만나 뵈올 것을 바라오며
또 기도하옵니다.
이 현세(現世)의 일이야말로
모두 주님의 명령에 달려 있으니
마음을 편안히 하옵기를 천만번 바라올 뿐입니다.
분도(안 의사의 장남)는 장차 신부가 되게 하여 주시길 희망하오며,
후일에도 잊지 마시옵고
천주께 바치도록 키워주십시오.
이상이 대요이며, 그밖에도 드릴 말씀은 허다하오나
후일 천당에서 기쁘게 만나 뵈온 뒤 누누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위아래 여러분께 문안도 드리지 못하오니,
반드시 꼭 주교님을 전심으로 신앙하시어
후일 천당에서 기쁘게 만나 뵈옵겠다고
전해 주시기 바라옵니다.
이 세상의 여러 가지 일은 정근과 공근에게 들어 주시옵고,
배려를 거두시고 마음 편안히 지내시옵소서.
아들 도마 올림
안중근 의거 후 모친 조 마리아 여사는 자부 김아려, 손자 분도와 준생 그리고 두 아들 정근과 공근 등 일가를 거느리고 연해주에 망명하였으며, 안중근 일가를 조국독립운동의 명문으로 이끌었다.
1910년 3월 9일, 10일 두 아우인 정근과 공근 그리고 홍석구(프랑스 신부)가 마지막으로 안의사를 면회하였다. 그 자리에서 안의사는 두 동생들에게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는 것이니 두려움이 없다. 나는 천주님의 품 안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너희들은 오히려 기뻐해다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다고.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각각 모두 나라의 책임을 지고 국민 된 의무를 다하며 마음을 같이 하고 힘을 합하여 공로를 세우고 업을 이루도록 일러다오.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라고 최후의 유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