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과 윤동주
윤동주 탄생100주년 2 ㅡ험한 세상에 아름다운 시 남긴 천재
문촌수기
2017. 1. 18. 08:43
"험한 세상에 아름다운 詩 남긴 천재… 난 매일 동주를 만납니다"
도쿄=최인준 특파원 | 2017/01/18 03:04
한국 문학계는 윤동주 연구에서 이 일본 노(老)학자에게 적지 않은 빚을 지고 있다. 잊히다시피 했던 윤동주의 무덤을 1980년대 중국 시골 야산에서 찾아내고, 윤동주 육필 원고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그의 노력 덕에 국내 윤동주 연구도 풍성해질 수 있었다.
영하로 내려간 16일 오후 지바현 이치카와(市川)시의 한 작은 전철역에서 '윤동주 연구가' 오무라 마스오(大村益夫·83) 와세다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 오무라입니다" 인사한 그는 잰걸음으로 자신의 집을 안내했다. 한국 문학 연구서들이 수백 권 보관된 자신의 서재를 먼저 보여줬다. "매일 여기서 나는 동주를 만납니다."
오무라 교수는 일본 학자 중에서 독보적인 윤동주 연구가로 꼽힌다. 윤동주 관련 논문과 책을 10편 이상 발표했고, 지난해에는 '윤동주와 한국근대문학'(초판·2001) 개정판을 펴냈다. 윤동주가 세상을 떠난 후쿠오카 형무소 부지에 그를 기리는 시비(詩碑)를 세우기 위해 동료 학자들을 모아 백방으로 뛰기도 했다. 책 개정판 출판을 위해 방한한 작년엔 서울 대한극장에서 영화 '동주'를 관람했다.
오무라 교수는 1957년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했다. 대학원에서 중국 문학을 전공했는데, 지적 호기심이 넘쳤던 청년 오무라는 청나라 말기 중국의 정치소설을 조사하던 중 우연히 조선 문학에 빠져들었다. 이후 그는 전공을 바꿔 조선 후기와 한국 근대문학을 파고들었고, 윤동주의 시와 조우하게 된다.
일본인 학자에게 윤동주 연구의 길은 쉽지 않았다. 1985년 5월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에서 윤동주의 묘를 발견할 당시 한국에선 "일본이 윤동주를 두 번 죽였다"는 날 선 비난이 날아왔다. 오무라 교수는 "윤동주가 일본에서 돌아가셨고, 그 묘를 일본인이 찾아냈으니 아이러니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내에서 차로 1시간 거리였던 야산의 공동묘지. 산짐승이 파헤친 듯 어지러웠고 '詩人 尹東柱'라고 새겨진 묘비만이 윤동주의 무덤임을 증명했다. "'여기구나!' 싶은 생각에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1986년 경기도 과천에 있는 윤동주 유족을 찾아가 긴 설득 끝에 육필 원고를 손에 넣었다. 당시 그가 받아든 육필 원고 중엔 윤동주가 일본 유학 시절 남긴 습작 노트도 있었다. 1999년 이 원고들을 모아 한국 교수들과 공동으로 출판한 '윤동주 자필시고집'은 윤동주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시뿐 아니라 윤동주 생가 터와 그가 다녔던 광명중학의 학적부, 송명규 생가 등을 직접 확인한 결과를 담아 발표한 논문 '윤동주의 사적(事跡)에 대하여'도 주목을 받았다.
반평생 윤동주 연구에 헌신한 오무라 교수는 '시인 윤동주'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윤동주는 천재이면서 마음이 따뜻한 시인, 고뇌하는 시인입니다." 그는 "나 스스로 '부끄러움 덩어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는 서시의 구절을 읽으면 아직도 마음이 깨끗이 씻겨지는 기분"이라며 "일본어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정갈한 시어들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오무라 교수의 서재에선 한기(寒氣)가 느껴졌다. 고령 탓에 연구는 멈췄지만 노교수는 매일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을 만나게 된다면 꼭 물어보고 싶어요. 어떻게 그렇게 험한 세상에서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었는지…. 윤동주가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아마 예쁜 동시를 많이 썼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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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서 23년째… '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
ㅡ정상혁 기자 | 2017/01/18 03:04
외국에서도 윤동주를 기억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는 20년 넘게 '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이 진행 중이다. 윤동주가 수감된 후쿠오카 형무소 부근에서 태어난 니시오카 겐지 후쿠오카현립대 명예교수가 1994년 창립한 이 단체는 매달 한 번꼴로 모여 윤동주 시를 읽고 토론하며 매년 2월 윤동주 기일에 맞춰 추모 행사도 열고 있다. 윤동주가 1942년 입학해 수학한 릿쿄대가 있는 도쿄에서도 10년째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20여 회원은 2008년부터 매년 2월 추모 낭독회를 열고 있다. 올해 행사는 2월 19일 열린다. 릿쿄대 한국사무소장 유시경(54) 대한성공회 교무원장은 "한·일 관계가 안 좋은 요즘 윤동주를 통해 역사를 바로 보자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라며 "릿쿄대에 윤동주 명예졸업장 수여도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모는 미국서도 이어진다. 2007년부터 윤동주 시에 곡을 붙여 미국 전역을 돌며 공연하고 있는 5인조 한인 밴드 '눈 오는 지도'가 대표적인 예. 1990년 워싱턴문학회 초대 회장을 맡은 최연홍 시인은 2000년쯤 미국 워싱턴에서 윤동주문학회를 만들고, 윤동주의 시를 영어로 번역하고 논문을 발표하는 등 윤동주 알리기에 앞장서 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문학잡지 시산맥 등이 주관한 '윤동주 서시문학상' 해외 작가 특별상을 받았다.
도쿄=최인준 특파원 | 2017/01/18 03:04
한국 문학계는 윤동주 연구에서 이 일본 노(老)학자에게 적지 않은 빚을 지고 있다. 잊히다시피 했던 윤동주의 무덤을 1980년대 중국 시골 야산에서 찾아내고, 윤동주 육필 원고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그의 노력 덕에 국내 윤동주 연구도 풍성해질 수 있었다.
영하로 내려간 16일 오후 지바현 이치카와(市川)시의 한 작은 전철역에서 '윤동주 연구가' 오무라 마스오(大村益夫·83) 와세다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 오무라입니다" 인사한 그는 잰걸음으로 자신의 집을 안내했다. 한국 문학 연구서들이 수백 권 보관된 자신의 서재를 먼저 보여줬다. "매일 여기서 나는 동주를 만납니다."
16일 자택 서재에서 만난 오무라 마스오 와세다대 명예교수가 윤동주 책을 들고 있다. 노 교수는“내 연구를 통해 정갈하면서 엄선된 시어로 시대에 맞섰던 윤동주의 정신을 지금 시대에 물려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도쿄=최인준 특파원
오무라 교수는 일본 학자 중에서 독보적인 윤동주 연구가로 꼽힌다. 윤동주 관련 논문과 책을 10편 이상 발표했고, 지난해에는 '윤동주와 한국근대문학'(초판·2001) 개정판을 펴냈다. 윤동주가 세상을 떠난 후쿠오카 형무소 부지에 그를 기리는 시비(詩碑)를 세우기 위해 동료 학자들을 모아 백방으로 뛰기도 했다. 책 개정판 출판을 위해 방한한 작년엔 서울 대한극장에서 영화 '동주'를 관람했다.
오무라 교수는 1957년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했다. 대학원에서 중국 문학을 전공했는데, 지적 호기심이 넘쳤던 청년 오무라는 청나라 말기 중국의 정치소설을 조사하던 중 우연히 조선 문학에 빠져들었다. 이후 그는 전공을 바꿔 조선 후기와 한국 근대문학을 파고들었고, 윤동주의 시와 조우하게 된다.
일본인 학자에게 윤동주 연구의 길은 쉽지 않았다. 1985년 5월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에서 윤동주의 묘를 발견할 당시 한국에선 "일본이 윤동주를 두 번 죽였다"는 날 선 비난이 날아왔다. 오무라 교수는 "윤동주가 일본에서 돌아가셨고, 그 묘를 일본인이 찾아냈으니 아이러니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5년 중국 룽징에서 윤동주 묘지를 찾은 뒤 절하고 있는 오무라 교수. /오무라 마스오 교수
시내에서 차로 1시간 거리였던 야산의 공동묘지. 산짐승이 파헤친 듯 어지러웠고 '詩人 尹東柱'라고 새겨진 묘비만이 윤동주의 무덤임을 증명했다. "'여기구나!' 싶은 생각에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1986년 경기도 과천에 있는 윤동주 유족을 찾아가 긴 설득 끝에 육필 원고를 손에 넣었다. 당시 그가 받아든 육필 원고 중엔 윤동주가 일본 유학 시절 남긴 습작 노트도 있었다. 1999년 이 원고들을 모아 한국 교수들과 공동으로 출판한 '윤동주 자필시고집'은 윤동주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시뿐 아니라 윤동주 생가 터와 그가 다녔던 광명중학의 학적부, 송명규 생가 등을 직접 확인한 결과를 담아 발표한 논문 '윤동주의 사적(事跡)에 대하여'도 주목을 받았다.
반평생 윤동주 연구에 헌신한 오무라 교수는 '시인 윤동주'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윤동주는 천재이면서 마음이 따뜻한 시인, 고뇌하는 시인입니다." 그는 "나 스스로 '부끄러움 덩어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는 서시의 구절을 읽으면 아직도 마음이 깨끗이 씻겨지는 기분"이라며 "일본어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정갈한 시어들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오무라 교수의 서재에선 한기(寒氣)가 느껴졌다. 고령 탓에 연구는 멈췄지만 노교수는 매일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을 만나게 된다면 꼭 물어보고 싶어요. 어떻게 그렇게 험한 세상에서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었는지…. 윤동주가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아마 예쁜 동시를 많이 썼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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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서 23년째… '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
ㅡ정상혁 기자 | 2017/01/18 03:04
외국에서도 윤동주를 기억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는 20년 넘게 '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이 진행 중이다. 윤동주가 수감된 후쿠오카 형무소 부근에서 태어난 니시오카 겐지 후쿠오카현립대 명예교수가 1994년 창립한 이 단체는 매달 한 번꼴로 모여 윤동주 시를 읽고 토론하며 매년 2월 윤동주 기일에 맞춰 추모 행사도 열고 있다. 윤동주가 1942년 입학해 수학한 릿쿄대가 있는 도쿄에서도 10년째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20여 회원은 2008년부터 매년 2월 추모 낭독회를 열고 있다. 올해 행사는 2월 19일 열린다. 릿쿄대 한국사무소장 유시경(54) 대한성공회 교무원장은 "한·일 관계가 안 좋은 요즘 윤동주를 통해 역사를 바로 보자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라며 "릿쿄대에 윤동주 명예졸업장 수여도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모는 미국서도 이어진다. 2007년부터 윤동주 시에 곡을 붙여 미국 전역을 돌며 공연하고 있는 5인조 한인 밴드 '눈 오는 지도'가 대표적인 예. 1990년 워싱턴문학회 초대 회장을 맡은 최연홍 시인은 2000년쯤 미국 워싱턴에서 윤동주문학회를 만들고, 윤동주의 시를 영어로 번역하고 논문을 발표하는 등 윤동주 알리기에 앞장서 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문학잡지 시산맥 등이 주관한 '윤동주 서시문학상' 해외 작가 특별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