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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ㅡ다묵일미(茶墨一味)

이런저런 이야기 2020. 2. 7. 22:03 Posted by 문촌수기

잘쓰든 못쓰든 붓글씨를 조금이라도 젊은 나이에 잘 배워뒀다. 퇴직하고 즐기기에 이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싶다. 다시 <논어>를 펼쳐서 붓을 놀렸다.
지금까지는 아이들 가르치느라 논어를 읽고 배우고 썼다면 이제 즐기고 나를 위하여 배운다.
위기지학(爲己之學)이란다. 이제서야 제대로 공부한다.

다향우수ᆞ다묵일미

차의 맛과 먹의 맛은 잘 어울린다. 그 맛을 어떻게 묘사할까? 흙냄새일까, 두엄 냄새랄까? 돌 맛일까? 풀 맛일까? 아무튼 차향과 묵향은 같은 맛이다. 하여 차를 마시며 붓을 들어 논다.
'다향우수ᆞ다묵일미(茶香友壽ᆞ茶墨一味)'
~차향을 벗 삼아 건강하다. 차와 먹은 같은 맛이다.

내친김에 차 맛에 걸인이 된 추사의 글을 임서해본다.

'정좌처다반향초ᆞ묘용시수류화개
靜坐處茶半香初 妙用時水流花開'
~"고요히 앉아있는 것은 차가 한창 익어 향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과 같고,
오묘하게 행동할 때는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것과 같네" (유홍준 역ᆞ완당평전)
~"고요히 앉은 곳, 차 마시다 향 사르고
묘한 작용이 일 때, 물 흐르고 꽃이 피네."(정민 역,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

정좌처 다반향초, 묘용시 수류화개

유홍준은 차의 향으로 풀었다면, 정민은 차와 향으로 풀었다는 점이 다르다. 읽는 이에 따라 달리 해석되겠지만, 고요히 앉아 생각을 비우고 차와 향을 벗 삼는 모습이나 붓 끝에 먹을 찍고 말 문을 닫는 놀이가 선정과 다르지않다. 하여 '다묵향일선(茶墨香一禪)'이라 해도 좋겠다.
물 흐르고 꽃 피는 것(水流花開)이야 어디 억지로 되는 일이랴? 절로 흐르고 때에 맞추어 피어나는 것.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자연을 닮고자 희망한다.

다산, 추사, 초의. 이 사람은 조선의 차 문화를 중흥시킨 분이다. 올해는 다시 이 세 분들의 삶과 교유를 가까이하면서 나도 다반향초(茶半香初)를 즐겨 보련다.

다반향초~차를 마시며 농필하다가 향을 처음 사른다.

 '다묵(茶墨)'에 생각의 꼬리를 잡았다. '다묵'이 누구던가? 바로 안중근 의사의 세례명이다. 영어로는 토마스(Thomas), 부활하신 스승 예수님을 못미더워하며 창에 찔린 옆구리에 손가락을 쑤셔 넣어보고서야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리고 고백하였던 제자이다. 우리말로는 도마이다.
이 토마스를 처음에는 한자로 음역하여 다묵(多默)이라 했다. 중근에게는 참 기가막힌 세례명이다. 중근은 혈기가 왕성하고 강직하여 바른 말을 잘했다. 하물며 성질이 급하여 직설적이고 거친 말도 서슴없이 내뱉었다. 오죽하면 그의 별명이 '번개입'이라 했을까? 그랬던 그가 세례를 받고 새로운 이름을 얻기를 다묵(多默)이라 했다. 번개입(電口)을 닫고 깊은 침묵에 들어가 눌언민행하는 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안중근, 붓 대신 총을 잡다.
뜻을 이루고 옥에 갇히어 다시 붓을 잡았다.
생을 마감하면서 다 못한 동양평화론의 뜻은 남은 우리들에게 주어진 몫이다.

1910년 3월 뤼순감옥소에 쓴 안중근의 유묵, 경천(敬天)

올해는 다묵, 안중근 장군 서거(1910. 3.26) 11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보다 더 다묵하고 경(敬) 일자훈으로 스스로 경계하며 살고자 다짐해본다.

처음으로 내 생의 일자훈, '敬'자를 전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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