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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56

가문의 영광을 위하여 가문의 영광을 위하여 [한통의 편지] 여름방학 후, 학교에 출근하니 책상 위에 멀리서 편지 한 통이 와 있었습니다. 답장을 부탁하는 뜻으로 새 우표를 편지지에 살짝 붙였습니다. 편지 글을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황보근영 선생님. (촌수에 대한 질문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선생님하고는 도무지 알음이 없는 터에 정말 실례가 많습니다. 금년 1월 27일의 신문 '한겨레'의 '함께 하는 교육'난에 촌수에 관한 선생님의 의견과 주장이 실린 글을 읽고 그새 저가 알고 있었던 촌수에 대한 인식이 과연 틀렸을까 하는 의아심을 갖게 됩니다. 왜냐면 여기 한데 넣은 별지는 '한국인의 뿌리'라는 50 여 쪽의 얇은 소책자에 실린 계촌법(系寸法)인데 특히 한갑수 선생께서 그 책의 감수를 맡.. 2013. 1. 2.
사춘기는 브레지어에서부터 오는가보다. 사춘기는 브레지어에서부터 오는가보다. 오학년 딸아이는 요즘 들어 키가 많이 자랐다. 갓난아기 때부터 '롱다리되라 롱다리되라'며 아빠가 주문을 외며 쭉쭉 주물러 주었던 때문일까? 이제 제법 여자(?)가 되어 가는 모습이다. 하긴 브레지어를 차기도 하니깐. 몇달 전 토요일. 그 날짜를 기억해 두었어야 하는데. 방과후 돌아오자마자 딸아이가 친구랑 찜질방에 가게 해달라며 조른다. '어린아이들이 무슨 찜질방이람?' 달래어도 떼를 쓴다. 못 이긴 체하며, 떠들지 말고 물장구 치지 말고 뛰어다니지 말며 어른들께 실례되지 않게 쉬었다 오라며 입욕비와 용돈을 주어 보냈다. 저녁에 돌아온 딸 아이가 찜질방에 다녀온 일을 늘어놓는다. "누구는 브레지어 찼더라. 참 예뻐. 근데 가슴이 내보다 작아. 엄마! 나도 브레지어 사 .. 2013. 1. 2.
커플 휴대폰 까풀 휴대폰 휴대폰을 언제부터 가졌는지 모르겠다. 2만원 줬던가? 3만원 줬던가? 하기 그건 중요치 않다. 요샌 칼라폰이니 카메라폰이니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그래도 난 지금 내가 갖고 있는 휴대폰이 마음에 든다. 왜냐하면 휴대폰 앞면에 거울이 붙어 있어 가끔 나를 들여다보아 좋다. 그런데 요새 더더욱 이 휴대폰을 아끼고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휴대폰 밧데리가 오래되다보니 하루를 채 못 견딘다. 아마도 밧데리 수명이 다 되어 가는가 보다. 굳이 돈 들여 구입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색깔과 겉모양은 달라도 아내의 휴대폰과 같은 모델이라 오래가는 아내의 빨간 색 밧데리를 바꿔 달고 다닌다. 하얀색 휴대폰이 빨간색 밧데리를 업고 있다. 아니 의존하고 있다. 우연히 교실에서 휴대폰을 꺼낼 일.. 2013. 1. 2.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 이사 온 지 2달. 복도형 아파트에 엘리베이터는 한 개라서 이 놈이 여간 바쁘지 않다. 내려올 적엔 이놈에게 미안하고 운동도 할 겸해서 걸어 내려온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이렇게 계단 헤아리기를 18번하면 1층에 내려와 있다. 어제나 오늘이나 계단 수는 틀림없을 텐데 내려올 적마다 헤아려 본다. 그러나 올라가기에는 힘에 많이 부친다. 운동부족이라 여겨 운동 삼아 스스로를 달래가서 억지로 10층을 올라본다. 숨이 차고 허벅지가 저린다. 이럴 때 엘리베이터는 참 고맙다. 도회지 사람의 아파트 생활에는 이웃이 없는데 그나마 이웃과 한 자리에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엘리베이터이다. 하지만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 낯선 사람과 함께 있으면, 그것도 단 둘이 있으면 참으로 서먹하다. 아.. 2013. 1. 2.
내일이면 이사를 갑니다. 내일이면 이사를 갑니다. 내일이면 이사를 갑니다. 내일이면 이사를 갑니다. 벌써, 일주일째 짐을 정리합니다. 그동안 살아온 흔적들을 지우고 버려도 끝이 없습니다. '행여 기억하고 싶을 땐 어떡하나, 행여 다시 찾고 싶어질 땐 어떡하나' 그렇게 쌓아 둔 것이 결국 짐이 되고 쓰레기가 되어 버려집니다. 아내는 과감합니다. 최근 3년 동안 입지 않았던 옷, 사용하지 않았던 주방용품 등을 아낌없이 내놓겠다며 꺼냅니다. '언제 우리가 그렇게 잘 살았나'며 말 건네면, '내놓으면 필요한 사람이라도 사용하지 않겠느냐'는 대꾸를 합니다. 하물며, 제방 가득한 책들에게도 공격(?)을 가합니다. 하긴 저도 문제입니다. 읽지도 않으면서 먼저 사놓고 책꽂이를 차지하고 있는 책들이 많습니다. 환경문제까지 들먹이며, '보지도 않.. 2013. 1. 2.
생명은 두렵습니다. 생명은 두렵습니다. 갑자기 식구 하나가 더 늘었습니다. 딸아이가 오늘 태어난 아기라며 병아리를 데려왔습니다. 부리로 쪼고 다리를 뻗어 알을 깨고 태어나는 것을 다 지켜보았다합니다. 줄탁동시(口卒啄同時)라 하여 병아리가 알 안에서 알껍질 깨뜨리고 나오려 할 적에 어미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도와주는 것을 물었습니다. 어린 딸아이는 말합니다. "누가 도와주면 안돼. 혼자서 깨고 나와야 돼. 그리고 엄마닭도 없어." 좋은 걸 배웠다 싶어서 대견스럽습니다. 그러고는 바쁘게 학원에 간다며 아빠더러 집을 만들어 주고, 모래를 담아주고, 따뜻한 방에 놓아두고, 운다고 야단치지 말며, 먹이는 아직 주지말라며....쫑알쫑알 주문을 늘어놓고 갔습니다. 무얼 먼저 해야 할지 당황스럽습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삐약.. 2013. 1. 2.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추석입니다. 벌써 마음은 외로운 어머니께 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하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들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가을 저녁, 어머니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추석을 되새겨 봅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를 가르쳐 주어야겠다며 추석 글을 써 봅니다. 추석(秋夕)!, "가을(추) 저녁(석)" 이 말은 [예기(禮記)]의 '조춘일(朝春日) 추석월(秋夕月)'이란 말에서 비롯되었다는데, 직역하면 "아침 봄 햇살, 가을 저녁 달"이 됩니다. 추석을 중추절이라고 말하는 까닭은 음력 8월 15일이 바로 가을의 한 가운데 있어 붙여진 이름이고 또 추석을 "한가위"라고도 하는데, 이는 신라 때부터 비롯되었던 '가윗날'에서 유래했습니다. 한가위든, 중추절이든, 설날과 더불어 우리민족 최.. 2013. 1. 2.
우리 잘 사는 거 맞아? 우리 잘 사는 거 맞아? 아침밥을 먹는 식탁에서 아내가 난데 없이 이렇게 말을 건넵니다. "여보, 우리 잘 살아?" 어잉? 이 무슨 소리고 싶어 숟가락을 입에 물고 멍하니 아내를 바라봅니다. "우리 지금 잘 사느냐구요?" 이때 뭐라고 말해야 합니까? 만약 당신이라면. "난데없이 무슨 소리냐? 잘 살다니?" 라며 꽁무니를 빼듯 나무라듯 되물었습니다. 아내의 인상을 훔쳐보니 다행히도 그렇게 슬픈 얼굴은 아니었습니다. 엷은 미소지으며 아내가 말합니다. "남들 흔히 가는 제주도 여행도 못가보고....이게 뭐야?" 오늘따라 왠 푸념일까 궁금도 하면서 달랩니다. "가자 언제든지 가자. 당신이 가자면 언제든지 가지." 하긴 그렇네요. 이건 제주도가 아니라 어디든간에 오붓하게 아내와 함께 여행가본 기억이 나질 않으니... 2013. 1. 2.
만지면 아파요. 만지면 아파요. ================ 왕벚꽃 "만지면 아파요." OO아파트부녀회 ================ 살고 있는 아파트 벚나무에 걸어놓은 팻말입니다. 그 벚꽃 그늘을 걸으며 딸아이가 말합니다. "아빠, 제가 유치원 때 이사왔잖아요. 그때 이 말을 보고 만지면 진짜로 아픈 줄 알았어. 근데 2학년 때 내가 만져 봤거든. 그런데 하나도 안 아팠어." (말을 높였다 낮추었다 그래요. 아직 서툰가봐요. 이해해야죠 뭐.) "그런데 왜 '만지면 아파요'라고 했을까?" "그건 나무가 아프다는 거야. 아빠, 나무에도 뇌가 있어요?" 딸아이가 말한 '뇌'를 '내'라 잘못들은 나는 일순 놀라며 되물었습니다. "나무에도 내가 있다니? '내'가 뭐냐?" "내 아니고 뇌 말이예요." "으응? 뇌? 뇌가 뭔데?.. 2013.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