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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56

아버지 - (2) 한 말씀만이라도 하시소. 아버지 - (2) 한 말씀만이라도 하시소. 아버지는 고통을 인내하시며 잠시 일어나 앉으십니다. 황달로 대지보다 더 누렇게 피골이 상접한 얼굴로 당신의 아들들을 둘레둘레 살피십니다. '한마디라도 하시소.' 마음속으로 아무리 빌어도 아버진 말씀을 아니 하십니다. 어떻게 해야만 아버지의 고통을 들어드릴 수 있을지요.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버지예, 많이 아파예?" 다정스럽게 큰형님이 여쭈시면 어린아이처럼 고개만 끄덕이십니다. 간호사가 총총걸음으로 달려와 진통제 링겔을 꽂아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누우신 아버지의 손을 잡고 큰형님은 불경을 읽어드립니다. "須菩提야........... 凡所有相이 皆是虛妄이니 若見諸相非相이면 卽見如來니라." 수보리야........... 범소유상이 개시허망이니 약견제상비상이면 .. 2013. 1. 2.
아버지 - (1) 아버지의 손 아버지 - (1) 아버지의 손 2001년 3월 6일 오후 5시 30분. 학년,학기초라 일이 바쁩니다. 퇴근을 미루고 학교일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평소 걸려오지도 않던 휴대폰이 걸려 오기에 반갑게 받았습니다. 동생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우릴 찾으신다는 겁니다. "아버지가! 아버지가.................." 지난 설날이후 거의 매주마다 아버지를 찾아 뵙습니다. 바로 그저께에도 뵙고 올라왔습니다. 차마 발걸음을 돌리기 힘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떠나 삶의 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버지 또 올께요."라며 아버지 손을 잡았습니다. 아버지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시며 오지 말라는 의사표현을 하셨습니다. 서울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서울로 비행기타고 열차타고 매주 마다 당신을 뵈러 오는 자식들이 얼마나 힘.. 2013. 1. 2.
아버지 - (0) 아부지, 다시 살아나시소. 아부지, 다시 살아나시소. 햇님이 다시 살아나듯, 아부지 다시 살아나시소. 오늘은 동지입니다. 저녁 아내는 찹쌀가루에 물을 붇고 새알심을 만들 준비를 합니다. "내가 내가" 하며 부엌일이 신기해하는 딸아이는 엄마일에 참견하며 달려듭니다. 옹시래미 만드는 일에 온 식구가 달려듭니다. 온 식구라 해봤자 나와 아내 딸아이 셋 뿐입니다. 어릴 적, 큰 밥상판을 펼쳐놓고 엄마랑 우리 다섯형제들 그리고 어린 아기랑 다 함께 옹시래미 만들때가 그리움으로 밀려듭니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때 였습니다. 딸아이에게 말해줍니다. "동지는 일년중 가장 밤이 길 날이란다. 그러나 동지를 지나고나면 내일부터 낮이 점점 길어지지. 햇님이 다시 살아나는 거야. 햇님이 죽었다가 부활하는거야. 그리고 며칠 지나면 크리스마스되는 거지. .. 2013. 1. 2.
내일은 없다. 내일은 없다. 일산사람들의 행복이 여러 가지겠지만 저에게는 일산 사는 기쁨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동생이 가까이 산다는 것입니다. 고향을 떠나 먼 객지에 살아도 이렇게 가까이 동생과 한 동네 산다는 것은 여간 행복이 아닙니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고향과 어릴 적의 추억들, 모든 것을 동생과 함께 있으면 많은 위로가 됩니다. 둘째는 넓은 호수공원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나만의 기쁨이 아니라 일산 사람들 모두의 자랑거리입니다. 이제 직장도 바로 집 앞의 학교로 옮겼으니 일산 사는 세 번째 기쁨입니다. 이젠 한 겨울에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데도 난 걱정 없습니다. 걱정은커녕 어린이와 강아지들처럼 그저 가슴이 설레며 즐겁기만 합니다. 아이랑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눈 오는 날이 이렇게 기.. 2013. 1. 2.
바보 아닌 바보 이야기 바보 아닌 바보 이야기 저녁 밥을 먹으면서 딸아이가 쫑알 쫑알 얘기 합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 한다더니 쫑알대는 아이의 말이 귀엽습니다. 지금 초등학교 2학년 아이입니다. 지난 주부터 존댓말 사용을 약속하더니 생각이 날때만 존댓말을 씁니다. "아빠. 제가요. 낮에 책을 읽었거든요. 그런데 참 이상해요. 옛날에 엄마가 병들어 누워 있는 불쌍한 아이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아이는 100원 하고 10원을 구분 못한데요. 동네 어른들이 바보같은 이 아이를 놀리려고 100원짜리와 10원짜리 동전을 손바닥에 놓고 하나만 가지라고 했데요. 그런데 이 아이는 10원짜리만 가지는 거예요.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놀렸어요. 이 아이는 정말 바본가 봐요. 아마 10원짜리가 금색이라서 금으.. 2013. 1. 2.
쟁반에 담긴 홍시감을 먹으면서...... 쟁반에 담긴 홍시감을 먹으면서...... Category: 사랑하는 사람들, Tag: 여가,여가생활 09/19/2004 12:09 am 쟁반에 담긴 홍시감을 먹으면서...... 저녁 늦게 집으로 들어왔어요. 씻고 나온 나에게 아내가 쟁반위에 말랑말랑한 홍시감을 내놓았습니다. 참으로 먹음직하여 꼭지를 따고 잠자리 날개보다 더 얇은 껍질을 조심조심 살짝이 벗겨 먹는데 옛시조가 생각났어요.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우고 외운 시조 - 조홍시가 (早紅歌)- '일찍익은 감 노래' 조선시대 17세기에 살았던 박인로 (朴仁老, 1561-1642) 선비가 지었다는 노래지요. "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 유자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 품어 가 반길 이 없을새 글로 설워하나이다. " 박인로 선비께서 한음 이덕형.. 2013. 1. 2.
어느 작은 오빠의 사랑 이야기 어느 작은 오빠의 사랑 이야기 Category: 사랑하는 사람들, Tag: 여가,여가생활 09/19/2004 12:08 am 어느 작은 오빠의 사랑 이야기 가을바람이 아침 저녁으로 소슬하네요. 이제 추분도 지나고 동면할 벌레들이 흙으로 창을 막으며 겨울나기 준비에 분주해졌습니다. 지난 여름 유난히도 무덥고 비도 많이 내린 변덕스런 날씨에 무척이나 짜증도 났습니다. 이런 여름날 나는 그야말로 청량하며 아름다운 사랑의 장면을 목격하였습니다. 여름 갈증을 풀려고 슈퍼 마켓을 찾았습니다. 음료수를 하나 사들고 계산대로 가려는데 귀여운 꼬마 오누이 손님이 찾아왔어요. 한 다섯살 쯤 되어보이는 오빠랑 세살 쯤 되어보이는 누이가 딸랑딸랑한 걸음걸이로 들어왔어요. 뭔가 기대에 부풀어 신나는 일이 있는 듯 기쁜 모습이어.. 2013. 1. 2.
아버지 - 배우기를 싫어하지 말고 가르치기를 게을리 말라. 아버지-배우기를 싫어하지 말고 가르치기를 게을리 말라. 배우기를 싫어하지 말고 가르치기를 게을리 말라. 어릴적부터 꿈꾸던 교편을 잡게된다는 설레임을 안고 고향과 부모를 떠나 경기도로 올라오던 10여년전입니다.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고 마당을 나서는데 가친께서 다시 들어오라고 부르셨습니다. 무릎을 꿇고 기다리는 저에게 하얀 종이에 다음과 같이 쓴 글을 전해주시며 가친께서는 '무슨 뜻인지 읽어보고 그렇게 행하라'고 하셨습니다. '學不厭 敎不倦' (배울(학), 아닐(불), 싫어할(염), 가르칠(교), 아닐(불), 게으를(권) ) "배우기를 싫어하지 아니하고, 가르치기를 게을리 아니하다."라는 뜻으로 저는 항시 아버지의 큰 가르침이라 생각하면서 자취골방 앉은뱅이 책상 앞에 이 글을 붙여 놓고 명심하고 실천하려고 .. 2013. 1. 2.
엄마가 뭐 착해? 엄마가 뭐 착해? Category: 사랑하는 사람들, Tag: 여가,여가생활 09/19/2004 12:04 am 엄마가 뭐 착해? 김포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잠실로 가고 있었습니다. 올림픽 도로를 달리는 차창 밖으로 한강을 바라 보노라면 가슴 벅차게 자랑스러워집니다. 이렇게 넓은 강이 이렇게 큰 도시 한 가운데를 흐르며 이세상에서 제일 바쁘게 살아가는 서울사람들을 위해 위로합니다. 흐르는 듯 마는 듯 한가롭고 말없이 달래주며 가르치는 모습은 마치 성인(聖人)을 닮은 것 같습니다. '성인은 처무위지사(處無爲之事)하고 행불언지교(行不言之敎) 한다'는데... 한강이 그러합니다. 버스안은 한강처럼 조용합니다. 여행에 지쳐 잠을 청하는 사람. 신문을 읽는 사람. 그리고 조용히 담소를 나누는 사람. 내 옆칸의 앞좌석.. 2013.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