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찾아서

마음이 가난한 사람

문촌수기 2013. 1. 1. 22:39

흔히들 행복은 마음 속에 있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믿는다. 그래서 마음 밖에서 구하지 않고 마음 안에서 구하려 마음을 살핀다.
예수께서는 세례를 받으시고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신 후, 제자들을 모아 놓고 공식적으로 처음으로 하느님 나라의 말씀(마태오복음 5장-7장)을 전하신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나는 이 말씀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마음만은 부자'라는데 그렇다면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았을까?


"마음이 부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런데 왜 마음이 가난하다 했을까? 가난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물론, 욕심이 적은 사람을 말할 것이다. 예수님은 평소 어리석은 군중과 제자들을 깨우치시려 일상의 삶에 비유하여 쉽게 진리의 말씀을 많이 들려주셨다. 그렇다면 쏘-옥 알아듣게 처음부터 이렇게 말씀해주시지 그랬다.


"욕심이 적은 사람은 행복하다."


그렇게만 '가난한 마음'을 알아듣고 욕심 줄이려 애쓰고 있다.
법정스님의 새로 나온 [혼자 사는 즐거움] 수필집을 펼쳐 있다가 예수님이 말씀하신 '가난한 마음'이 눈에 크게 띠었다. 평소 마음에 담아둔 것은 눈에도 크게 보이는가 보다.
13세기 독일의 마이스터 엑하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더 알려고 하지 않으며,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더 가지려 하지 않는다. 욕망으로부터 자유롭고, 지식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소유로부터 자유로운 자를 말한다. 심지어 神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사람만이 진정으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다.'


복음을 얻어 나누는 기쁨으로 서실의몇사람들께 나지막히 읽어드렸다.돌아온 소리에 또 다시 혼란스럽다.


"그래, 그 말대로 어느 정도 차야 더 바라지 않지."
"..... 그러게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어느 선에서 더 바라지(Wollen) 않고, 더 알려고(Wissen) 하지 않고, 더 가지려(Haben) 하지 않을까? 지금 내 가진 이 순간 이후부터 더 바라지말고, 더 알려고 하지말고, 더 가지지 않는다면 나는 행복할까? 아님, 더 바라되 집착하지 않고, 더 알려고 공부를 해도 내 행동을 붙잡아두고 얽어매지 않으면 되는 것일까? 가족을 위해 좀 더 가지려 일을 하더라도 의에 벗어나지 않고 남의 슬픔에 전혀 외면하지 않으면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될까?
나는 언제 마음이 가난하여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는 언제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어쩌면 이렇게 마음 안에서 행복을 구하려는 이 시간이 진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의 행복'인지도 모르겠다.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되새긴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다."

(2005. 2. 5 문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