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의 歲寒과 '아침이슬'의 歲熱
같이 우표수집하고, 같이 만화 그림 그리며 놀던 국민학교 때의 고향 친구가 노래를 불렀다며 카톡으로 녹음파일을 올렸다. 일찍 미국으로 이민 간 친구다. 오랜 만에 추억에 잠기면서 친구를 따라 같이 노래 불렀다. 노래 부르다 친구의 노래 소리 위에 내 하모니카 소리를 얹고 친구 노래 뒤에 나의 2절을 더해서 놀았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자리에서 있는 듯, 친구와 함께 놀았다.
김민기의 노래 따라
하모니카 연주곡
<상록수> 김민기 작사, 작곡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 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치른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가 끝내 이기리라
우리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저 들에 푸르른 솔 잎을 보라."로 시작하는 노래, '상록수’는 70년대 인천의 한 공장에 취업한 서울대생 김민기가 노동자들의 합동결혼식에서 부를 축가로 만들었다가 금지된 곡이다. 이후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불리던 이 노래가 국민가요로 등극한 건 1998년이다. US 여자 오픈에서 연못에 빠진 공을 포기하지 않고 맨발로 들어가 샷을 날리는 투혼으로 기어이 우승을 거머쥔 박세리가 IMF 외환 위기로 절망에 빠진 국민들을 위로하는 공익광고에 배경음악으로 흐른 것이 계기가 됐다.
그리고 얼마 후, 이 노래는 정치의 장으로 나온다. 2002년 대선 홍보 영상에서 노무현 후보는 직접 기타를 치며 상록수를 부른다. 봉하마을에서의 극적인 서거 후 서울 광화문 노제에서 다시 울려 퍼진 이 노래는 명문(名文)으로 남은 그의 유서와 함께 노무현을 신화로 만들었다. 이 모든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는 2017년 185만 관객을 동원하며 노무현 신화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상은, <성찰하지 않는 권력, ‘노무현 신화’는 어떻게 무너졌나 [김윤덕 칼럼]>에서 발췌함.
꼬리를 물며, 추사의 <세한도>를 떠올려본다. <세한도>를 친견하는 기쁨을 맛보겠다며 대구에서 친구가 서울로 올라왔다. 이 친구도 고향, 국민학교 때의 친구이다. 미국에 이민간 친구와 같은 놀던 고향 친구다. 서울에 있는 국민학교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세한도>를 보러갔다. 세한도 그림과 상록수 노래로 옛 추억에 빠져 즐겨 놀았다.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된 그 세한(歲寒)의 시절에도 의리를 잊지않고 책을 보내오는 등 사제간의 도리와 정을 계속 이어나간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준 그림이다.
<논어>의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라는 유명한 구절을 표제로 삼아 그를 칭찬하고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https://munchon.tistory.com/m/1543
'상록수' 노래를 절로 따라오는 노래가 있다. '아침이슬'이다. '상록수'가 세한의 노래라면, '아침이슬'은 세열(歲熱)의 노래라 할 수 있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내 맘의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이 노래도 김민기가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김민기의 노래를 참 좋아하나보다.
'작은연못', '강변에서', '아름다운 사람' 등 김민기의 노래 그림도 많이 그렸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