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과 서울의 이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양에서 시작해서 파란의 역사를 거치면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세계적인 거대도시 서울로 확장하기 까지.
먼저 그 이름의 유래가 궁금했다.
눈 '설(雪)의 울타리'라는 전설은 참 재미있지만, 허구에 가깝고, 서라벌ㆍ새벌에서 유래했다는 설에는 신빙성이 갔다.
[한양이라는 이름]
무엇보다도 조선의 수도, 한양(漢陽)이라는 이름은 늘 불만스럽고 의문투성이다. 우리나라를 뜻하는 한(韓)이 아니고, 왜 중국을 뜻하는 한(漢)을 썼냐는 것이다.
강둑의 북쪽은 햇살을 잘 받으니, 볕 양(陽)가 들어가는 고을 이름을 갖는다는 말에는 공감이 간다. '한강의 북쪽 고을'이라서 한양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설명은 영 마뜩찮다. 아니 성의가 없다. 한강(漢江), 한수(漢水)의 '한(漢)'에 대해 설명을 빠트렸기 때문이다.
이제 알았다. 우리 글이 있기 전, 우리 말을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서 표기하기를 이두(吏讀)라 했다. 신라시대부터 시작하여 한글을 창제한 이후인데도 19세기까지 사용했으니 역사가 엄청길다.
'漢'은 '크다'는 의미와 '하늘'을 표기할 때 사용한 글자다. 또한 한(漢) 자에 물' 水' 의미 요소로 들어가 있으니, 큰 강(江)을 뜻한다. 잠시 내가 참 좋아하는 이조년의 시조를 먼저 읽어보자.
이화에 월백하고 /이조년(李兆年)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양 하여
잠 못들어 하노라.
시조에서 '은한'은 은빛의 강이니, 하늘의 은하수를 뜻한다. 소한(霄漢)은 하늘을 뜻하고, 운한(雲漢), 은한(銀漢)은 은하수를 뜻한다.
한양(漢陽)은 한수(漢水),한강(漢江)의 북쪽 고을에서 유래한 것으로,'한(漢)'은 '하늘','한수(漢水)'는 '은하수(銀河水)'를 뜻한다
덕수궁 대한문(大漢門)도
'큰 하늘의 문'이란 뜻으로 '한양이 창대해진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서울의 유래]
●이중환의 ‘설(雪)울’- 서울이라는 지명의 탄생과 관련된 속설을 조선 후기 방랑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성을 쌓으려고 했으나 둘레의 원근을 결정하지 못하던 중 어느 날 밤 큰 눈이 내렸다. 그런데 바깥쪽은 눈이 쌓이는데 안쪽은 곧 눈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태조가 이상하게 여겨 눈을 따라 성터를 정하도록 명했는데 이것이 바로 지금의 성 모양이다”라는 기록이다. 나중에 눈이 녹은 지역이 도성 안이 됐다. 눈(雪)이 쌓여 생긴 울(울타리)이라고 하여 도성 안쪽을 ‘설울’이라고 불렀으며 그것이 ‘서울’로 전이됐다는 얘기다. 그래서 지금의 인왕산 국사당은 '雪울의 밖'이라서 한양도성 안에 들지 못했다.
(남산 정상에 있던 국사당을 일제시대에 남산에 신궁을 지으면서 인왕산으로 옮겼다. 이때, 인왕산 국사당이 생겼다는 설도 있다. 좀 더 알아볼거리다.)
●양주동 '서라벌, 새벌' - 수도(首都)를 나타내는 유일한 순우리말 지명인 서울의 유래는 처용가의 첫 구절 ‘새벌’이 서라벌을 거쳐 서울로 변했다는 양주동의 풀이가 정설로 돼 있다. 새벌이 서울의 옛말이라는 것이다.
●전우용 '소도, 솟울' - 그러나 전우용은 삼한시대의 성스러운 곳 소도(蘇塗)의 ‘소’가 새벌의 ‘새’와 같으므로 서울은 ‘솟벌’이나 ‘솟울’에서 온 것으로 보았다. ‘솟은 벌’이나 ‘솟은 울’이 ‘신의 땅’이나 ‘신의 울’이며 한자로 번역하면 신시(神市)라는 주장이다. 김정호가 그린 서울 지도 ‘수선전도’에서 보듯 서울을 ‘으뜸가는 선’인 수선(首善)으로 표기한 것과 같은 이치라는 풀이다.
●독립신문 창간호 서울(1896) - 입으로만 전해진 서울이란 지명은 1896년 4월 7일 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 독립신문 창간호에서 처음 공식 표기됐다. 독립신문 한글판의 제호 아래 ‘조선 서울’이라고 표기하고 있고, 영문판에서는 ‘SEOUL KOREA’라고 발행지를 인쇄했다.
●미군정청의 서울특별시(1946년) - 서울이 ‘서울특별시’가 된 유래는 희극적이다. 해방 후에도 서울은 여전히 경기도 경성부였다. 미 군정청은 1946년 ‘서울은 경기도 관할에서 독립, 자유독립시가 된다’라고 발표했다. 영어 원문에는 ‘Seoul established Independent City’(서울독립시의 설치)라고 기록됐다. 하지만 법령 번역을 맡은 군정청 한국인 직원이 서울독립시는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고민 끝에 ‘서울특별시’라고 고쳐 표기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