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산책 그림이야기
길상사에서 공양
문촌수기
2024. 6. 15. 21:59
아침에 길을 나서서 왔기에 호젓하게 길상사 경내를 산책할 수 있었다. 푸른 나뭇잎들에게 포근히 안기고 산새소리와 시원한 그늘, 개울에 흐르는 물소리에 온전히 젖어서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늘 그러했듯이 성모마리아를 닮은 보살님께 인사드리고 칠층 석탑을 돌아, 송월각 앞을 지나 길상선원으로 조용히 올라갔다. 항상 닫혀있는 송월각의 아치문은 오늘도 이방인의 가슴을 설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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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각에서 법정스님을 뵙고, 눈 마주 앉아 생각을 잊었다. 길상화 사당을 찾아 내려가는 길 벤치에 앉아서 적묵당을 올려다보며 이 고요와 한적함에 감사했다. 고개를 돌려 계곡에 앉아 있는 관세음보살 반가사유상을 바라보며 글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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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도는 어려움이 없나니
오직 분별하는 것을 꺼릴 뿐이라.
사랑하고 미워하지 않으면
툭트여 명백하리라.
至道無難이요 唯嫌揀擇이니
但莫愛憎하면 洞然明白이라.
(지도무난 유혐간택,
단막애증 통연명백)
물확 위 돌에 걸터앉아 물 떨어지는 소리, 극락전 지장전의 목탁과 염불 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다.
길상사에서 나무아미타불.m4a
1.16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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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點心 공양시간이라 오랫만에, 아니 길상사에서는 처음으로 절밥을 얻어 먹었다.
'不作不食이라 했는데,
내가 밥값을 제대로 했는가?' 돌아본다. 오관게를 읊으면서 밥값으로 치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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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게(五觀偈)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에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