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산책 그림이야기

한국복자순교 수도회, 피정의 집

문촌수기 2024. 6. 16. 09:45

한국 최초의 순교자상과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옛 본원

길상사를 넘어 수연산방을 찾아 내려오는 골목길에 복자교 바로 옆에 천주교 수도회 건물이 있다. 길건너 편에는 덕수교회가 형제처럼 마주하고 있다.

이곳 천주교 피정*의 집은 성북동에서 가장 최근 문화재가 된 건축물이다. 한국순교복자 성직수도회의 옛 본원으로, 성북천변 옆으로 보이는 고풍스러운 가톨릭 건물이다. 복자는 준(準) 성인을 의미하는데 순교자적 정신을 실천하려는 창설 이념이 그 이름에서 엿보인다. 1946년 개성에서 한국순교복자 수녀회를 창설한 방유룡 신부(1900-1986)가 남자 수도회를 창설하고 1957년 지금의 성북동 자리에 본원 건립을 하였다. 구조는 전형적인 라틴 십자형 평면으로 한국인 신부에 의해 설계된 최초의 수도원 건물인 점이 특징이다. 특히 피정의 집 건물 2, 3층 외벽은 눈여겨봐야할 포인트다. 유진길 아우구스티노, 정하상 바오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범 라오렌시오 앵베르 주교 등 열두명을 조각한 순교자상이 세워져 있는테 서양에서 들여온 대량 생산품이 아닌 한국 조각가가 직접 만든 한국 최초의 순교자상이다. 활동하던 조각가가 없던 시절에 만들어졌기에 한국가톨릭 미술사의 한 획을 긋는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간 작가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아 아쉬움이 켰지만, 최근 증언들에 따르면 서울대 조각과 졸업생인 강홍도 작가의 작품으로 추정해 볼수 있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옛 본원(1955)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옛 본원 피정의 집과 방유룡 신부
(등록문화재 제655호)

서울성북동 한국순교복자* 성직수도회 구 본원
Former Main Building of Clerical Congregation of the Blessed
Korean Martyrs in Seongbuk-dong, Seoul
지정번호 : 등록문화재 제655호
소재지 :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24길 3
1953년에 설립된 한국 가톨릭 최초의 내국인 남자 수도회인 한국
순교복자성직수도회의 본원 건물이다. 방유룡 신부가 설계하고,
1959년에 완공한 이 건물은 역사적, 종교적 가치가 큰 건물로 평가
받고 있다. 현재는 피정의 집으로 사용하고 있다.
철근 콘크리트와 적벽돌을 사용한 조적조* 건물로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있으며, 3층의 경당은 현관 돌출부의 제단 앱스(apse)*와
좌우 익랑” 및 사각형 회중석을 갖춘 전형적인 라틴십자가 (Tatin cross)
형이다.
현재 외벽에 있는 성인상 부조는 복제품이며, 원본은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다. 서울미대 출신의 조각가 강홍도(1922-1992)의
작품으로 알려진 성인 조각상은 한국 최초의 순교자 성인상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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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정(避靜, retreat) : 피세정념(避世靜念)의 줄임말로, 일상에서 벗어나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머무르며 종교적인 수양을 하는 것을 말한다. 피정이라는 단어는 주로 가톨릭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다른 종교에도 비슷한 개념이 존재한다.
* 복자 : 가톨릭교회에서 신앙생활의 모범으로 공적 공경을 받는 사람에게 주는 존칭 또는 그 존칭을 받은 사람.
한국천주교회 103위의 복자들은 1984년 5월 6일 한국천주교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내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하여 성인으로 격상되었다. 복자는 성인이 되기 전 단계로 교회의 공식절차에 따라 선포되는 것이므로 공식으로 공경할 수 있는데, 다만 성인과 다른 점은 그 범위가 특정교구·지역·국가 또는 수도단 체내에 한정되는 데 반해, 성인은 전 세계 어디서나 공경을 드릴 수 있다는 데 있다.
*조적조 : 돌, 벽들 등으로 쌓아 올려서 벽을 만드는 건축 구조
*앱스 : 한 건물 또는 방에 부속된 반원이나 이에 가까운 다각형 평면의 내부 공간
*익랑: 십자형 교회의 팔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신랑에 직각으로 위치함

길상사에서 심우장으로 오는 빠른 골목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