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산책 그림이야기

이상범 가옥에서 손동현 전시

문촌수기 2025. 6. 1. 19:56

한달 만에 다시 찾은 이상범 가옥.
평소에 보지 못하던 장면이 눈에 띠었다. 거실과 다락과 방 안에 미술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상범가옥에서의 이상범과 가족, 1940년대 후반

청전 이상범은 1922년 제1회 조선미술전람회 입선 후 여러 차례 특선하였으며, 해방 이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고문과 홍익대학교 교수로 후학을 양성한 한국 근대 화단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청전은 청년이던 1923년 동료 작가이던 변관식, 노수현, 이용우와 함께 동연사(同硏社)를 조직하며 전통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했으며, 관념산수의 틀에서 벗어나 ‘신구화도(新舊畵道)’ 연구를 기반으로 실재하는 경치를 단일시점으로 원근법을 적용하고 철저한 사생으로 근경을 확대한 작품을 선보였다. 청전은 기암절벽과 계곡 대신 산골의 농가, 초가집과 기와집, 개울과 목제 다리를 화면에 그려 넣었고, 가축을 몰거나 밭을 가는 농부, 지게를 진 초부, 양동이를 진 노인, 낚시질하는 노인 등 인물을 화면 중심부에 배치하였다. 이는 당시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자 우리 주변의 진실한 삶의 모습이었다. 이처럼 청전은 ‘청전화풍’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현실의 풍경을 자신만의 준법으로 새롭게 구성하여 독창적인 이상적 이미지로 구현했다.

손동현(1980- )은 20여 년간 한국화와 대중예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용하는 작품을 선보여 온 작가이다. 작가는 2006년 ‘Pop-Icon’을 한문으로 음차한 ‘파압아익혼(波狎芽益混)’이라는 제목으로 첫 개인전을 열고 슈퍼맨, 슈렉, 스타워즈 다스 베이더 같은 대중예술 아이콘을 한국화 기법으로 그려낸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적 초상화 제작의 전제를 뛰어넘으면서도 그 재현 방식으로 가상의 인물을 재현했다. 그의 작업 세계는 동북아시아 회화의 전통적 기법과 매체의 특성을 담아낸 작업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화의 정형화된 형식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자신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주제의식이다.

대청마루의 8폭병풍
아랫방에서
안방 다락안에
안방 다락
부엌 찬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