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도산서당에서 - 이황 선생님의 죽음과 매화 이야기
[도산서원과 도산서당]
퇴계 이황 선생님은 매화를 참으로 사랑하셨나 봅니다. 도산서당 동편에 작은 연못을 파서 '정우당(淨友塘)'이라 하고, 그 위쪽에 절우사(節友社)라는 화단을 쌓고 매화(梅), 대(竹), 솔(松), 국화(菊)를 심어 연못의 연꽃(蓮)과 더불어 벗 삼으며 지내셨습니다.
정우(淨友)란 ‘깨끗한 친구’란 뜻이고, 절우(節友)란 '절개를 지키는 친구'란 뜻이랍니다. 그 중에 특히 매화를 아껴 '매형(梅兄)'이라 불렀답니다. 선생님은 엄격하고 도리를 소중히 여기는 원칙주의자의 모습을 가지셨지만 한편으로는 애정과 감흥을 느끼며 자연을 사랑하시는 낭만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도산서원(좌)과 서원 내의 도산서당(중), 그리고 도산서당 마당 안의 정우당(우)]
[매화를 노래함 - 매화음(梅花吟)]
매화를 사랑한 선생님은 이렇게 시를 지었습니다.
밤기운 차가워라 창을 기대 앉았더니
두둥실 밝은 달이 매화가지에 오르누나
수다스레 가는 바람 불어오지 않더라도
맑은 향기 저절로 동산에 가득한 걸.
[퇴계 선생님의 죽음과 유언]
선생님께서 이제 세상을 떠나실 때가 되었습니다. 많은 제자들이 임종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죽음에도 굴하지 않으시려 자리에서 일으켜 달라하셨습니다. 부축을 받고 벽에 기대 앉으시어 둘레 둘레 제자들을 살펴 보십니다. 그러고는 잠시 선반 위에 놓인 매화분에 눈이 멈추어 말씀하십니다.
'저 매화 분에 물을 좀 주거라'.
지극히 일상적인 말씀이십니다. 돌아가시는 위인이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전해주시는 말씀은 대단히 의미 있고 거룩할 것만 같았는데 너무나 사소한 잔소리 같았습니다.
돌아가시는 운명의 순간에서도 선생님께서는 일상(日常)에 소홀함이 없도록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어디 길[도(道)]이 멀리 있습니까"
◆ 죽음을 맞이할 때, 나는 어떤 유언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