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호> 매화예찬
청춘은 언제 왔다가 언제 가는지, 올해는 봄꽃이 일찍 피고, 빨리 지기도 하네요. 그런데 왜 우리 학교 교정의 매화꽃은 피지 않을까 마음 졸였는데 주말에 제 힘을 다 내어 드디어 꽃을 피웠네요.
‘아~살아 있었구나!’‘꽃 피웠구나!’
어찌나 반가운지. 어디 멀리 가지 않고도 교정에서 만난 매화를 보고 기뻐하며 예찬해봅니다.
매화예찬 하나 : 매화꽃ㆍ벚꽃ㆍ살구꽃
매화꽃을 벚꽃과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죠? 이렇게 구분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벚꽃은 1~2cm의 꽃자루에 달려있어 작은 바람에도 하늘하늘 흔들리며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만 매화꽃은 꽃자루 없이 줄기가지에 바로 붙어 쉽사리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화꽃은 살구꽃과 많이 닮아 구분하기 어렵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매화꽃은 만개해도 꽃받침이 꽃잎에 붙어있지만, 살구꽃의 꽃받침은 뒤로 젖혀 있어 구분할 수 있답니다. 이들 중 매화꽃은 이른 봄에 가장 먼저 피어납니다. 그래서 선비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나 봅니다. 이들 덕분에 봄은 더욱 아름답고 행복합니다. 우리 학교 교정에서 만난 매화와 벚꽃 그리고 이웃에서 찍은 살구꽃 사진으로 구분해봅니다.
매화꽃>꽃받침이 젖혀지지 않았다.
살구꽃>꽃받침이 뒤로 젖혀있다.
벚꽃>꽃자루가 있다.
매화예찬 둘 : 퇴계 선생님의 유언 - “매화분에 물을 주거라”
해마다 이른 봄이면 남녘에 핀 매화꽃을 보러 가고 싶었는데 올해도 역시 못 갔습니다. 봄 같지 않은 봄 날씨에 그나마 이제는 우리 마을 주변에서도 매화꽃을 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매화[봄]는 난초[여름], 국화[가을], 대나무[겨울]와 더불어 선비들에게서 사랑과 흠모의 대상이며 계절의 주인공이 되는 사군자(四君子)의 하나입니다. 또한 소나무 대나무와 더불어 추운 겨울에도 고고한 절개를 잃지 않아 세한삼우(歲寒三友)라는 이름을 얻어 군자(君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인가 이황 퇴계 선생님은 도산서당 옆에 화단을 만들어 이들을 심어 놓고 절우사(節友社)라 이름 하였답니다. 절우(節友)란 '절개를 지키는 친구'란 뜻이죠. 그리워함은 마음으로 그리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마음 속 그리움을 그림으로 그립니다.
퇴계 선생님의 매화 인연은 각별합니다.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시며 마지막에 하신 말씀 속에도 주인공은 매화였답니다. 종심(從心)의 연세에 종가 제사에 참석하셨다가 감기를 드셨습니다. 병이 깊어 한 달 가까이 되었습니다. 침실 문갑 위에 놓인 매화분을 보시곤, ‘매형(梅兄, 매화의 높임말)에게 불결하면 내 마음이 평안치 못하다’ 하시면서 다른 곳으로 옮기라 하셨습니다. 다음날에 조카를 불러 장례를 간소히 치르도록 명하시며, 비석을 세우지 말고 다만 조그마한 돌로 쓰되, 그 앞면에 [퇴도만은진성이공지묘]라 새기도록 하셨습니다. 돌아가시던 날 아침에 마지막으로 유언하시길, ‘매화분에 물을 주거라’고 하셨다. 저녁에 선생은 누우신 자리를 정돈하라 하시고 부축하여 몸을 일으켜드리자 앉아서 돌아가셨습니다. 병이 중하여 고통이 따르고 당신 생명도 채 돌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화 생명을 소중히 여기셨나 봅니다. 그리고 죽음에도 결코 지지 않으려는 선비의 절개를 보이려 선생님은 앉아서 죽음을 기다렸습니다.
매화예찬 셋 : 한향(寒香)
-‘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불매향)’
예전 근무했던 학교에서의 행복 중 하나는 점심시간이었습니다. 담소 나누며 맛있는 밥 한술을 입에 넣는 즐거움도 있지만, 매화꽃 한 번 바라보는 즐거움도 큽니다. 교직원 식당 벽에 걸린 작은 족자에 홍매화(紅梅花)는 일년 내내 시들지 않고 피어있습니다. 단아하고도 아름다운 매화분이 모진 풍상 속에서도 그 본질을 지키고 있는 수석(壽石)과 짝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畵題로 쓰인 ‘한향(寒香)’을 보아 그림 속에 시가 있는 화중유시(畵中有詩)입니다. 조선의 문인 신흠(申欽)의 시에서 감흥이 일어나 매화가 지닌 인고의 품격과 고매한 절개를 그렸나 봅니다. 이에 신흠의 시를 붙이며 매화를 예찬합니다.
桐千年老恒藏曲. 동천년노항장곡
오동은 천년을 묵어도 제 가락을 간직하고,
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일생을 추워도 자기 향기를 팔지 않는다.
月到千虧餘本質. 월도천휴여본질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은 변치 않고,
柳經百別又新枝. 유경백별우신지
버들은 백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돋아난다.
~ 戊子秋節 金俊泰
(무자년 가을에 김준태 그림)
교정에 예쁜 꽃 들이 많이 피었네요. 잠시 우리 학교에 핀 꽃 구경합시다.
매화, 벚꽃, 목련화, 살구꽃, 그리고 산수유, 황매화 등 예쁜 꽃들 속에서도 유달리 우리 옛 선비들로 부터 사랑받았던 매화이야기를 모아 봤습니다.
이번 주말, 꽃 구경으로 심신의 피로를 달래는 주말 휴일 되길 바라면서
이번 주 '쿨교육통신문 - 매화 예찬'을 드립니다.
행복한 주말되셔요.
노래 하나 덧붙입니다.
노래 주인공은 '매화'가 아니고, '벚꽃'이지만,
이 사월에 참 어울리는 노래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FH4uoMHz3l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