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게 들려준다. 우크라이나 해방을 위하여!
고등학교 시절, 공산국가 소련이었지만, 오로지 도스또예프스키, 차이코프스키에 매료되어 러시아를 동경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푸틴 때문이다. 이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하여!
키이우 해방을 위하여!
푸틴의 패망을 위하여!"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을 기도같이 주문(呪文)하며 듣는다.
'2차 세계대전, 히틀러의 광기, 독일의 소련 침공, 레닌그라드 봉쇄작전,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대독 항전의 상징, 스탈린과 소련군의 복수광기, 그리고 21세기 푸틴의 광기ㆍ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난민, 키이우 포위, 전쟁과 평화....'
도무지 섞일 것 같지 않는 이런 키워드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본다.
나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보다도 5번 교항곡을 더 좋아한다. 애장하던 LP를 꺼내놓고, 새삼 감동을 더해가며 한 달 며칠 째 계속 다시 듣는다.
푸틴에게, 러시아 군인에게, 죄없는 자식들을 죽음의 전장으로 보낸 러시아의 부모들에게 이 음악과 역사를 들려주고 싶다.
역사를 잊지말라고, 내가 당했던 고통을 남에게 되갚지 말라고, 대접받고자 하는대로 남을 대접하라고.
망사망국(忘史亡國)을 상기하라고.
차이코프스키 5번 교향곡.
이 곡은 1888년 11월 17일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차이콥스키 자신의 지휘로 처음 무대에 올려졌다. '고통을 극복하고 환희로' 라는 베토벤 중기 스타일의 도식을 살린 곡이라 청중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이 곡이 '고통을 극복한 환희'의 전설(legend)이 된 것은 다음의 역사(history)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은 독소불가침 조약을 어기고 1941년 6월에 소련을 기습 공격하고 레닌그라드를 포위 봉쇄하고 외곽에서 포격을 가하며 항복을 받아내려고 하였다. 굶주림과 죽음 공포 속에 떨고있는 러시아들에게 희망과 항전의 의지를 전하고자 1941년 10월 20일 레닌그라드(상트 페테르부르크) 시내 한복판에서 교향곡 5번은 연주되었다.
2악장 초반부 연주 도중 독일군의 폭격이 시작되었다. 모두 방공호로 대피해야 할 상황 임에도 악단과 지휘자는 연주를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이어갔다. 청중들도 자리를 뜨지 않고 전곡을 감상하였다. 이로써, 이 곡은 강인함과 불굴의 명성을 얻게 되었으며, 대독항전의 상징이 되었다.
872일간의 독일군의 봉쇄와 폭격 속에서도 레닌그라드 필하모니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공연은 계속 되었다. 폭격으로 세상을 뜬 단원이 있으면 그 자리에 꽃을 놓고 연주는 진행되었다. 그렇게 항전의 전설이 되었다. 차이콮스키는 1888년 4월 교향곡 4번을 작곡한 뒤, 11년 만에 작곡한 교향곡 5번의 주제에 대해 '신의 섭리'(Providence)라고 불렀다.
ㅡ서기열, <내마음의 클래식>, 반도출판사 발췌
1악장은 무겁고 우울하며 느리게 시작된다. 그러면서도 내면의 결연한 의지와 불굴의 정신을 상기한다. 2악장은 희망을 찬미하듯 호른은 조용히 노래한다. 그러다 점점 자유로운 분위기를 나타낸다. 비애 속에서 희망을 찾고 멀리서 승리의 환호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3악장에서는 기쁨의 월츠로 춤추고 4악장에서는 승리와 환희의 개선가를 부른다. 전쟁 속에서 듣는 나의 감상이다.
전곡ㆍ카라얀 지휘ㆍ50분
https://youtu.be/1j4LIoQFSqQ
5번 교향곡을 듣다보면, 선율을 따라가다가 엉뚱하게도 팝으로 샐 수 있다.
존 덴버의 '애니의 노래'와
민해경의 '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
<민해경ㆍ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
~ 1악장 시작 클라리넷으로 연주되는 주제 부분은 4악장 관현악 합주로 웅장하게 다시 시작된다. 내 마음 속에서 메아리같이 울리며 민해경의 노래가 중첩된다.
"그대를 만날 때면 이렇게 포근한데,
이룰 수 없는 사랑은 사랑은, 어쩌면 좋아요."
내 귀가 이상한걸까? 그 가락이 비슷하게 흐르며 애조에 젖어간다.
민해경의 노래를 작곡한 이범희씨는 이 교향곡 전체를 관통하는 운명의 동기를 차용하였다 한다.
좋아하는 노래라 하모니카로 불러봤다. 이 또한 러시아군의 철수를 기원하는 나의 주문이다.
'네 고향으로 돌아가, 삶을 사랑하라.'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 하모니카, 연주
1악장ㆍ14'36"
https://youtu.be/u27_r3ME69s
4악장ㆍ12'12"
https://youtu.be/Mb9Tr7qRRjc
미국의 컨트리 싱어 존 덴버는 2악장의 주제 선율의 일부를 가져와서 그의 부인 애니(Annie)의 생일 축하곡, '애니의 노래(Annie's Song)'로 만들었단다.
산수유 피어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봄 바람과 존 덴버 노래를 따라 사랑의 찬가, <애니 송>을 불러본다.
2악장 14'16"
https://youtu.be/Az036JurOUk
푸틴과 러시아 국민들에게 역사를 상기시키며, 공자님의 말씀을 전한다.
"너희가 바라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라."
"사해지내, 개형제야"
-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