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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과 인문학 산책

춘풍추수ᆞ春風秋水

by 문촌수기 2018. 8. 3.
화암사 요사채 누각에 걸린 '추수루'를 보니, 추사의 '춘풍ᆞ추수' 대련이 그려진다.

춘풍대아능용물 春風大雅能容物
추수문장불염진 秋水文章不染塵
 
"봄 바람의 대아는(큰 부드러움은) 만물을 다 받아들일 수 있고,
가을 물의 문장은(물 무늬는) 티끌 먼지가 더럽힐 수 없다."
 

이 글씨는 추사(秋史)가 만년에 서울 봉은사에 머물 때 휘호(揮毫)하였다. 이 구절은 중국 북송시대를 대표하는 유학자 정명도(程明道)·정이천(程伊川) 형제의 인품과 학덕을 칭송하는 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정명도에 대해 春風大雅能容物이라고 했고, 정이천에 대해서는 秋水文章不染塵이라 했다는 것이다.

따뜻한 봄 바람에 나근하게 졸던 뭇 생명들이 크게 기지개켜며 싹을 돋우고, 명징한 가을에 찬 물 한사발 들이키면 시름이 다 달아나듯 속 시원하고 정신이 맑아진다.

어떤 이는 대아를 '시와 노래'라하고, 문장을  '추상같은 산문'으로 해석한다. 그렇다면 대아는 상상력과 창조력의 산물인 시서화의 예술작품이니 세상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수 있겠다. 문장은 정확한 사실성과 비판적 사고력에 바탕을 둔 논술문이요 역사적 기록이니 일체 상상과 거짓됨이  용납될 수 없겠다.
하지만  '대아ᆞ문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문외한인 내게는 어렵고 재미없다. 그에 비해 춘풍(春風)과 추수(秋水)는 촉감으로 직접 느낄만큼 쉽다.
춘풍은 포근하고 따뜻하고 다정하고 친절하고  부드럽다. 추수는 시원하고 차갑고 냉정하고 엄정하고 단호하다.
춘풍에 새싹이 돋아나고 뭇 생명이 발랄하게  자라난다. 추수에 익어가고 거짓됨이 없이 영글어져서 거두어 들인다.
선생님이 지녀야 하는 역량과 아이들을 대하는 자세로써, '춘풍추수'를 돌아본다. 근자에 선생님들 연수에 회자되는 학급긍정훈육법(PDC)에서는 '친절하고 단호한 교사'가 되라고 한다.
교수평 일체화에도 '춘풍추수'에 빗대어 본다. 아이들을 대하는 손길과 눈길 그리고 대화와 수업은 눈녹이고 꽃피우는 춘풍(春風)이 되어야 하고,  평가와 기록은 참되고 엄정하여 티없이 맑은 추수(秋水)가 되어야 한다.
'다정도 병이 된다'는 옛 말이 있다. 시험때나 평가 기록에서는 일체무염진한 추수문장이 되어야한다.
"춘풍능용물, 추수불염진" 5언대구도 좋고 "춘풍추수", 사자성어도 좋다.
임서하여 눈앞에 붙여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