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배우기를 싫어하지 말고 가르치기를 게을리 말라.
배우기를 싫어하지 말고 가르치기를 게을리 말라.
어릴적부터 꿈꾸던 교편을 잡게된다는 설레임을 안고 고향과 부모를 떠나 경기도로 올라오던 10여년전입니다.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고 마당을 나서는데 가친께서 다시 들어오라고 부르셨습니다. 무릎을 꿇고 기다리는 저에게 하얀 종이에 다음과 같이 쓴 글을 전해주시며 가친께서는 '무슨 뜻인지 읽어보고 그렇게 행하라'고 하셨습니다.
'學不厭 敎不倦' (배울(학), 아닐(불), 싫어할(염), 가르칠(교), 아닐(불), 게으를(권) )
"배우기를 싫어하지 아니하고, 가르치기를 게을리 아니하다."라는 뜻으로 저는 항시 아버지의 큰 가르침이라 생각하면서 자취골방 앉은뱅이 책상 앞에 이 글을 붙여 놓고 명심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나중에야 이 글이 [맹자(孟子), 공손추 상편]에 나오는 글임을 알았습니다.
공손추가 맹자를 성인이라 칭송할 적에 "공자님 자신도 성인은 되지 못한다며, 단지 스스로 '학불염하고 교불권하였다'고만 하였는데, 내 어찌 성인이라 불리워지겠는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논어(論語), 술이편]에는 '而識之, 學而不厭, 誨人不倦(묵이식지, 학이불염, 회인불권-묵묵히 알아가며, 배움에 싫어함이 없고, 사람을 가르침에 게으름이 없이......)'라는 공자님의 말씀이 나옵니다. 아마 맹자는 공자님의 이 말씀을 인용했는가 봅니다.
공자선생님께서 '스승의 도리'를 말씀하심에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며(不恥下問 - 불치하문) 열심히 배우고 또 배움에 최선을 다할 것을 실천하셨으며, 너그러이 가르치는 일에 게으름이 없이 정성을 다할 것을 실천하셨습니다. '학불염'의 자세로 '지(智)'에 이르며, '교불권'의 자세로 '인(仁)'에 이릅니다. 이는 오늘날 교단의 스승들로 하여금 자기 발전을 위해 연구에 최선을 다하며 후손을 위해 가르침에 사명을 다할 것을 충고하는 만고 진리의 말씀입니다.
저는 아버지께서 전해주신 이 말씀을 평생의 교훈(敎訓)으로 여기며 살아갈 것입니다. 아버지께는 한 번도 전해드리지 못한 말씀을 전해 올립니다.
"아버지 사랑해요.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2000. 9. 29 황보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