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백화점 말단 직원 페리에게서 배우는 ‘친절의 힘’
비 피하러 들어온 노부인을 모두가 외면했지만…
잔뜩 찌푸린 어느 날 늦은 오후. 길은 걷던 노부인은 소나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노부인은 비를 피하기 위해 잠시 백화점에 들어갔습니다. 비에 흠뻑 젖어 모습이 초라한 노부인에게 백화점 직원 어느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건은 사지 않고 비를 피해 들어온 노부인에게 직원들은 따가운 시선만 보낼 뿐이었습니다.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못하는 노부인에게 페리라는 말단직원이 다가갔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불편해하지 마세요. 의자에 앉아 편안히 비가 그치길 기다리세요.” 2시간 후 소나기가 그치고 노부인은 말단직원에게 받은 명함을 손에 꼭 쥐고 백화점을 나갔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백화점 사장에게 백화점 매출 2년치에 해당하는 거액의 계약을 하고 싶다는 편지 한 통이 도착하였습니다. 단 말단직원 페리씨와 계약을 체결하고 싶다는 조건이었습니다. 누가 이런 편지를 보낸 걸까요? 발신인은 바로 백화점에서 비를 피했던 노부인, 억만장자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의 어머니인 마가렛 모리슨 카네기였습니다. 초라한 모습의 노부인에게 베푼 작은 친절로 말단직원 페리의 운명은 바뀌었습니다.
“소나기 그칠 때까지 편하게 계세요”
따스한 한마디가 엄청난 행운으로…
그 노인은 억만장자 카네기 어머니
훗날 2년치 매출 계약으로 ‘보답’
감사편지 쓸 게 없다는 아이들에게
사소한 일에 감사하는 법 가르치니
친구들간 우애 한층 더 단단해져
위 이야기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처럼 작고 사소한 행동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변화)를 가져온다는 ‘나비효과’의 미담 사례입니다. 이러한 나비효과는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했던 ‘크림빵 뺑소니’ 범인 검거에 절대적인 공헌을 하였습니다.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젊은 남편의 안타까운 죽음이 언론에 보도되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처럼 관심을 갖고 경찰 수사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수사망이 좁혀오자 결국 뺑소니 범인은 한 달 만에 경찰에 자수하였습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개인주의,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가 아직 사람 살 만한 곳이라는 훈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인간미 넘치는 훈훈함은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작은 행복 날갯짓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1학기가 마무리되어가는 지난해 7월, 초등 2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과 ‘친구에게 감사편지쓰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니또처럼 친구 이름이 적힌 종이를 한 장 고르고, 그 친구에게 한 학기 동안 고마웠던 마음을 편지로 전해주는 활동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파란색 A4 용지를 예쁜 편지지로 꾸미기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 뭐 적어야 해요?” “고마웠던 일이 없는데요”라고 말하는 등 내용 쓰기에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시험을 치는 것보다 더 힘들어하던 아이들에게 “고마웠던 일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고마운 일이라는 걸 못 느껴서 그럴 거예요.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괜찮으니 천천히 떠올려 보세요.” 이렇게 다시 친절하게 설명하고 공간을 모두 채우도록 강요(?)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은 예쁘게 꾸민 편지지의 공간을 점점 채워가기 시작했습니다. 힘들게 감사편지 쓰기 활동을 마친 후 정성껏 만든 편지를 친구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감사편지쓰기 활동을 하면서 ‘생각해 보니 친구에게 고마웠던 일이 많았네’라며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고 ‘이런 일도 친구가 고마워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더 많이 친구들을 도와주고 친절을 베풀기 위한 작은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작은 날갯짓은 교실에서 친구들에게 친절과 선행을 베푸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다시 친절과 선행을 다른 친구들에게 돌려주고 베푸는 더 큰 행복으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학년을 마무리하는 2월에 다시 ‘친구에게 감사편지쓰기’를 할 때에는 1학기와 달리 막힘 없이 고마웠던 내용을 술술 적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친구를 위한 친절과 선행을 직접 실천하는 작은 날갯짓을 통해 친구들에게 기쁨을 주고, 그런 친구를 보며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교실로 변해갔습니다. 순수한 우리 아이들처럼 어른들도 주변의 작은 것에 관심을 갖고 친절과 선행의 날갯짓을 통하여 인간미 넘치고 더 큰 행복이 가득한 사회를 만들어가기를 바라봅니다.
신민식 <대구시교육청 수습전문직> [Copyrights ⓒ 영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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