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세상의 나무들이 모두 형제 같아"라고 했다. 이제 그녀는 나무가 되려한다.
채식주의자, 영혜는 육식을 거부하며 채식을 하다가 급기야 먹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 
물구나무서기로 뿌리를 내리고 두 다리를 벌려 햇살을 가득 받아들이고
하늘에서 내리는 물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는 나무가 되려 한다.

죽음을 선택하려는 거다.

"왜, 죽으면 안되는 거냐?"라며 되묻는다.

아니다. 그녀는 죽으려 한 것이 아니다.
그녀에게 죽음은 없다. 다만 나무가 되려 한다. 
손에서 뿌리가 돋아나고 몸에서 잎사귀가 자라나고
사타구니에서는 꽃을 피우려 한다.  

"谷神不死(곡신불사), 골짜기의 신은 결코 죽지 않는다."  <도덕경, 제6장 에서>
곡신에서 생명의 싹을 틔운다. 꽃을 피우려 한다.  

영혜의 육체는 그녀가 바라는 대로 나무가 되고 꽃이 된다. 나비가 찾아든다. 
그러다가 찾아오는 나비와 친구가 되어 홀연히 나비도 될 것이다. 
장자의 호접과 다를 바 없다.

꿈과 생시가 하나이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
하물며 나와 너의 경계가 있을리야?
 
죽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만 변하는 것일 뿐이다.
물아일체하는 물화(物化)일 뿐이다.

"나도 흙이 되고, 바람이 되고 싶다."
희망 같잖지만 희망이다. 유언 같잖지만 유언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