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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찾아서

(2)가시나무와 무심

by 문촌수기 2013. 1. 1.

(2004 야후블로그에 올린 글을 옮김) 

Category: 마음을 찾아, Tag: 여가,여가생활09/18/2004 10:31 pm  ♥마음 - (2)가시나무와 무심


조성모씨의 [가시나무]라는 제목의 노래를 참 좋아합니다. 아름다운 가락과 생각을 깊게하여 주는 슬픈 노랫말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에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에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가시 많은 제 마음을 돌아보게 됩니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다는 것은 나만을 위하고 나만을 사랑하는 자애심을 말하나봅니다. 그러다보니 당신을 위하고 당신을 사랑하는 이타심이 스며들 공간이 없습니다. 나로 가득 차 있으니 너를 받아들인 공간이 없습니다.
비어있으면 빛이 들어 어둡지 아니하고 비어있으면 당신의 쉴 곳이 생겨 외롭지 아니할텐데, 자애심과 아집으로 가득 차 있으니 결국 그 속이 가시로 가득 찬 가시나무 숲이 되었습니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그런가봅니다. 바람부는 날이면 가시많은 가지가 서로 부대끼며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니 어찌 감히 어린 새들이 가시나무 숲에 쉼 터를 마련하겠습니까? 차라리 내 마음속이 텅 비었다가 어디에도 붙잡혀있지 않는 어린 새들처럼 자유로울 수 있다면 ........

이 노랫말 속에는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공(空) 사상이 스며 있습니다. 범어(梵語)로 '수냐타(sunyata)'로 불리는 공(空)은 '일체의 법이 다만 인연으로 생하고 인연으로 멸할 뿐이니, 그 영원하고 불변하는 실체란 있을 수 없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의 진리를 가리킵니다.
그러나 그 궁극적 경지가 무엇인지, 또한 나를 비우는 것이 어떤 경지인지를 이 중생이 어찌 다 알 수 있겠습니까? 다만 '무심(無心)이 아닐까 무아(無我)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나를 비울 적에, 내 속에 내가 없을 적에, 내 안에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을 보담을 수 있을 터이고 내 안에 너를 안을 수 있을 터이니 이것이 삶의 행복이며 평화이지 않겠습니까?

이 중생 어림반푼도 없겠지만 그래도 이 노랫말로 '가시' 많은 이 마음을 수양해봅니다.
'나'로 가득 차 외롭고 또 괴로운 이 마음을 비우려 노력해봅니다.

'나'라는 애착의 마음을 버릴 적에 세상과 벗할 수 있고,
'나'라는 아집의 마음을 비울 적에 너를 진정 사랑할 수 있습니다.

[가시나무]를 다시 들으며 마음을 비우려 노력해봅니다.
무심(無心)과 무아(無我)를 생각해봅니다.

11월 24일 (12:22)
at 09/19/2004 08:02 pm comment

마음을 비운다는것 알고 있어도 실재로 비우기는 정말로 어려운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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