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리 1학년부의 선생님들이 북한산을 다녀왔습니다. 모두 참가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아홉 분의 선생님이 함께 했습니다. 늦가을 단풍은 많이 떨어졌지만 드러내듯 감추듯 한 북한산의 속살을 보는 것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많은 겸손된 사람들을 마다 않고 반갑게 맞아주는 북한산은 서울 시민의 복이요. 우리 고양시민의 자랑입니다.
오미영 선생님, 본인도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힘들어하면서도 유쾌하게 잘 올라오셔서 모두 놀랬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잠시 엉덩이 붙이고 앉아 가져간 과일과 과자를 나눠먹고 같이 얘기하고 웃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우성 선생님과 이길원 선생님과 저는 앞서 올라와 백운대 아래 약수암 가까이쯤에서 앉아 쉬며 뒤에 올라오는 일행을 기다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정금자 선생님, 오미영 선생님, 오옥선 선생님이 올라오십니다.
잠시 숨돌리는 여선생님들에게 이길원 선생님께서 개구쟁이 같이 놀리며 말씀하십니다.
“자아~ 출발합시다.”
저도 맞장구 연기같이 “아니~ 금방 오셨는데 약올리나?”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이길원 선생님 이렇게 말씀하시며 도로 앉으셨습니다.
“아! 잘못했습니다. 순간 목적과 수단이 바꿨네요. 사람이 목적인데...”
아! 제게는 돈오(頓悟)입니다. ‘사람이 목적이다’ 라는 말은 정말 아름다운 말씀이지 않습니까? 평범한 진리임에도 잊고 살다가 다시 되찾은 큰 가르침입니다. 건강도 목적이지만, 진짜 목적은 ‘함께 하는 그 시간, 그 자리, 함께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백운대 등정은 한 낱 수단일 뿐이었습니다.
생각 없이 매순간을 살다보니 이렇듯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삶을 살아왔으며, 먼 곳만 바라보다 가까운 곳을 보지 못하고, 큰 것을 이루려다 작은 것을 소홀히 하며 살아오진 않았나 반성을 해봅니다. ‘사람이 목적입니다’라는 말을 깊이 새길 것을 다짐하며, 어제 ‘함께 한 그 시간 그 자리 그 사람’ 뿐만 아니라, ‘오늘 함께 하고 있는 우리’ 모두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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