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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별천리(2005미주탐방)

파별천리- 4. 말이 통하네!

by 문촌수기 2013. 1. 17.

파별천리- 4. 말이 통하네!

09/30/2005 07:26 pm
못하는 영어지만 입을 열었다. 밴쿠버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올 때 창가 좌석을 달라고 했다. “아이 위시 마이 시트 비사이드 윈도우(I wish My seat is beside window.)" 신기하다. 내 영어가 분명 엉터리일텐데 알아듣는다. ‘엉터리가 아닌가?’ America West 항공 여승무원의 환한 미소는 샌프란시스코를 미리 아름답게 하고 있다. 이륙 후 30분쯤 지났을까? 희미한 안개와 지평선을 뚫고 만년설을 뒤집어선 산봉우리가 나타났다. 승무원에게 물었다. ”익스큐즈 미, 왓츠 뎃 마운틴스 네임?“ 역시 내 말을 알아들었다. 그런데 뭐라 얘기하는지 못 알아듣겠다. ‘모르겠다. 미안하다. 앞에 가서 물어보겠다’하는 듯 했다. 밴쿠버의 가이드 에디(Eddy) 말처럼, 그 사람의 눈을 보면 얘기가 다 통하는가 보다. 기내 방송이 나온다. ”왼쪽 창 밖에 보이는 산은 레이니어 마운틴입니다.“라고. 그런데 역시 귀에 들어오진 않았다. 옆 자리의 서양 부인에게 실례를 구하고 다시 물었다. ”레이니어 마운틴“ 그래도 못 알아들어 종이와 펜을 드렸다. ”Rainier Mt." 정말 감사한 일이다. 국립공원 레이니어 산 아래에 시애틀(Seattle)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가 본적 없는 곳이지만 반가웠다. 
누가 '아는 만큼만 보인다'고 했나? 간절히 찾고 구하면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보이지 않았던 것도 보이게 된다. 그것은 정말 감격스런 일이다. 가는 곳 만나는 사람마다 스스로 놀란 만큼 영어를 제법 사용했다. 입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귀다. 알아듣지 못해 먼저 말을 건네기도 두려웠다. 난 ‘귀머거리 자라’인가 보다. 그래도 큰 소득이다. 진실된 마음을 실어 눈을 마주보며 말을 하면 이 세상에 통하지 않을 말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이드 없이 지도 들고 가족들과 함께, 마음가는 대로 발 닿는 대로 여행을 할 수도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아, 하모니카는 꼭 챙겨야겠다. 콜로라도 저녁 강변과 잘 어울렸을 건데. 

[레이니어 산]


 

밴쿠버의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대학생들이 차례대로 올라서서 뭐라고 외친다. 궁금하여 물었다. “Excuse me. What are you doing?", ‘echo...뭐뭐뭐'라며, 올라가 말해보란다. 올라서서 말한다. ”I'm Korean. I love my country." 정말 신기하게 메아리가 울린다. 묻지 않았더라면 몰랐을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