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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스토리텔링

황매화 이야기 : 사랑하는 마음은 가시를 꽃으로 변하게 한다.

by 문촌수기 2016. 4. 7.

매화지고, 벚꽃진다고 섭섭해 할 것 없나보다.

교정에 핀 황매화가 푸른 4월을 더 아름답게 장식하고 따뜻한 사랑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아직 정확히 구분하지는 못하겠다. 위의 홑꽃은 황매화라 하고, 아래의 겹꽃은 죽단화라고 한단다.  교정에 나란히 황매화, 죽단화가 화단을 장식하며 아침 출근 시간을 포근하게 맞이해준다. 

 

학교 교정 동편, 필봉산을 바라보며 아침 햇살만 받았을 뿐이지만, 하루 종일 그늘진 곳에서도 더 푸른 잎과 더 밝은 노란색 꽃을 피우고 있다. 꽃술이 폭발하여 모든 은하가 오방으로 팽창하듯 다섯 꽃잎은 우주를 닮았다. 

 

 다르게 바라보면 다르게 보인다. 멀리 바라보면 희미하고, 가까이 바라보면 밝고 환하다.

"사랑하는 마음은 가시를 꽃으로 변하게 한다."

김태정님이 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꽃 백가지]라는 책을보면 가시나무가 변한 황매화 이야기가 실려있다. 



가시나무가 변한 황매화.

 옛날 어느 어촌에 황부자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황부자는 외동딸을 두었지만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황부잣집 외딸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심어 준 청년이 나타났다. 그러나 황부자는 그 청년의 집안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두 사람을 서로 만나지 못하게 했다. 그렇지만 청년과 외딸은 황부자 몰래 바닷가에서 만나 사랑을 속삭이곤 했다. 이들의 사랑은 확고했다. 어느 날 남자는 먼길을 떠나야할 일이 생겼다.
 
"그대에 대한 나의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오. 그러니 날 믿고 기다려 주시오."
 
이렇게 말하고 난 청년은 황부자의 외딸에게 그녀가 항상 품에 지니고 다니던 손거울을 달라고 했다. 이에 황부자의 외딸은 손거울을 꺼내 청년에게 주었다. 그러자 청년은 그 손거울을 반으로 가르더니 그 절반을 황부자의 딸에게 건네주며,
 
"나머지 절반은 내가 보관하겠소. 이것을 정표로 삼아 잘 간직했다가 후일에 다시 만나면 합치도록 합시다." 하고 말하였다. 두 사람은 훗날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 후 황부자 딸의 아름다움에 반한 도깨비가 나타나 딸에게 연정을 전하였지만, 딸은 그 마음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화가 치밀은 도깨비는 황부자의 집을 단숨에 망하게 만들고 황부자의 딸을 외딴섬에 있는 도깨비 굴로 데려갔다.

도깨비는 굴 속에 황부자의 딸을 가두어 두고는 도망치지 못하도록 굴 밖에 가시가 돋친 나무들을 가득 심었다. 황부자의 외딸은 굴 밖에 있는 가시가 돋친 나무들 때문에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매일 같이 울며 지냈다. 그러면서 가슴에 품고 있는 반쪽 거울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청년을 애타게 그리워 했다. 
한편, 청년은 멀리서 황부자의 집이 망하고 그 집 딸이 도깨비에게 잡혀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래서 곧장 도깨비가 사는 외딴섬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 사랑하는 그녀를 구해낼 수 없었다. 동굴 밖에 있는 그 가시나무들 때문이었다. 청년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가시나무 주위를 돌다가 동굴 안쪽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낭자, 그곳에 있소?" 이 소리를 들은 황부자의 딸은 반가이 대답을 하였다. 
"와 주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낭자, 가시나무들이 굴 밖에 잔뜩 심어져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구료. 어떻게 해야 당신을 구할 수 있겠소?"
"우리의 힘을 합하면 어렵지만 도깨비를 물리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힘을 합친단 말이오?"
"전에 우리가 헤어질 때 나눠 가졌던 거울 반쪽을 아직도 갖고 있겠죠?"
"그렇소! 내 품에 소중히 간직되어 있소. 그렇지만 그건 왜?"
"그럼 됐어요. 제가 갖고 있는 반쪽과 합한 다음 햇빛을 반사시켜 도깨비에게 비추세요. 그러면 도깨비를 물리칠 수 있어요."
 
황부자의 딸은 이렇게 말을 하면서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거울 반쪽을 청년에게 던져 주었다. 이것을 받아든 청년은 자신이 갖고 있던 거울 반쪽과 합쳤다. 그리고는 높은 벼랑 위에 올라가 거울로 햇빛을 반사시켜 도깨비 얼굴에 비추었다. 그러자 도깨비는 얼굴을 감싸 안으며 괴로워하더니 마침내 죽고 말았다.

도깨비가 죽고나자 그렇게 날카롭던 가시나무의 가시들이 갑자기 밝고 환한 노란색  꽃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이때 가시나무가  변한 꽃이 바로 황매화라고 한다. 

- 이야기 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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