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문학 3강, 백악산 자락, 성북동 길에서 읽는 삶
/ 산본고 ~ 인문고전 통통! 강좌
■ 조지훈 시인의 방우산장
조지훈 시인은 경상북도 영양 사람이며 본명은 동탁(東卓)이다. 1939년 4월 《문장》지에 시 〈고풍의상〉이 추천되고, 11월 〈승무〉, 1940에 〈봉황수〉를 발표함으로써 시인으로서 문단에 추천되었다. 그는 훗날 이 곳 성북동에 살면서 박목월, 박두진 등과 함께 청록집을 출간하였다. 이른바 청록파 시인들이다. 조지훈 시인이 살던 그 때 그 집은 지금 없지만 시인을 기념하고자 성북동 142-1번지 가로 길에 '시인의 방- 방우산장(放牛山莊)' 표지 기념물이 2014년에 설치되어있다. 그러나 관심과 뜻이 없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굳이 행인을 붙잡지 않는 검소한 조형물이다.
조지훈 시인은 자신이 기거했던 곳을 모두 ‘방우산장(放牛山莊)’ 이라고 불렀다. 이는 그가 1953년 신천지에 기고한 '방우산장기'에서 '설핏한 저녁 햇살 아래 내가 올라타고 풀피리를 희롱할 한 마리 소만 있으면 그 소가 지금 어디에 가 있든지 내가 아랑곳할 것이 없기 때문' 이라고 말한 것에서 연유하였다. ‘마음속에 소를 한 마리 키우면 직접 키우지 않아도 소를 키우는 것과 다름없다’ 는 그의 ‘방우즉목우(放牛則牧牛)’ 사상을 엿볼 수 있다.
파빌리온(pavilion) 형의 벽에는 창호지 없는 격자문이 열려있고, 오른편 전면에는 그의 <낙화>시가 새겨져 있다. 시인은 나의 심정을 눈치 챈 듯, 낙화에 눈물을 훔친다. 오늘 같이 봄비 오는 날, 낭송하기에 제 맛을 내는 시이다.
낙화(落花) 조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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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 '어린 왕자'에게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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