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산타할아버지
눈처럼 하얀 수염에 붉은 외투와 고깔모자를 쓰시고 굴뚝으로 들어오신다는 사랑의 천사 산타할아버지가 양복입고 자가용 타시고 오늘 오후 우리 학교에 오셨습니다. 대학가방을 들고 교무실로 들어오신 모습은 IMF 시대에 실직하시어 어렵게 외판이라도 다니시는 노신사의 모습이었습니다.
교감선생님자리 옆 응접탁자에 앉으신 노신사는 난데없이 장학금을 전하러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들고 오신 그 가방 안은 100만원 묶음의 돈 다발로 가득 찼습니다. 성함을 여쭈어도 밝히지 않으시고, 무슨 명목으로 장학금을 기부하시는지를 여쭈어도 묻지 말라고만 하시고, 단지 우리 이웃들 중에는 형편이 어려워 아직 굶는 학생들이 많다하시며 그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다고 하실 뿐이었습니다. 돈 다발 다 내놓을 수는 없고, 이 학교에 100만원, 저학교에 100만원 이렇게 오늘 하루동안 다닐 작정이랍니다.
내일 모레면 곧 한 학년도 학업을 끝내고 한학년씩 진급을 하건만 아직도 등록금을 내지 못한 몇몇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 중 두 학생을 추천받아 미납 등록금을 대신 납부하시고 양식을 구입할 돈을 따로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냥 가셨습니다.
진짜 이상한 산타 할아버지가 신도시 일산에 나타나셨다며 교무실이 술렁거립니다. 묻지 말라셨는데도......자꾸만 '무슨 돈일까? 왜 그런 일을 그렇게 즉흥적(?)으로 하실까?, 왜 이름도 밝히지 않는 걸까?' 혼자 되묻게 되는 나 자신이 속물처럼 생각들지만 자꾸만 묻게 됩니다.
참으로 이상한 산타할아버지입니다. 참으로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