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떡을 먹었습니다.
퇴근 시간이 지나 교무실 좌석이 많이 비었습니다.
건너 편 책상에서 여선생님이 쑥떡을 잡수시라며 들고 왔습니다.
시어머님께서 쑥을 뜯어 만드신 쑥떡이라네요.
쑥떡을 좋아한다면서 욕심내어 두개를 달라고 했습니다.
쑥떡을 입에 넣고선 갑자기 밀려오는 그리움과 서러움에 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울먹여 집니다.
엄마 생각이 납니다.
옛날 어느 선비의 조홍시가 처럼 말입니다.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친구집에서 홍시감을 먹다 돌아가신 모친 생각에 가슴미어 지은 시랍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맘때면 어머니는 쑥떡을 만들어 보내주셨습니다.
해마다 '사람되라'며 보내주셨습니다.
곰이 쑥을 먹고 사람이 된 듯 말입니다.
그 쑥떡을 먹으며 어머니의 사랑,고향의 그리움, 봄의 정기를먹곤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사람이 되어갑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렇게 봄이 지나가나 봅니다.
어머니는 쑥떡을 보내지 않으셨습니다.
저도 바쁘게 지내다 보니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기다리지 않아 아니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어머니가 편찮으십니다.
견디다 못해 눈 수술을 하신 겁니다. 허리도 아프시답니다.
그래서 들에 나가지도 못하셨나 봅니다.
가슴으로 울면서 쑥떡을 뭉개면서 먹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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