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저런 이야기

이계윤선생님 전상서 (지도자론)

by 문촌수기 2013. 1. 4.

이계윤선생님 전상서 (지도자론)

Category: 이런 저런 이야기, Tag: 여가,여가생활
04/28/2005 10:27 am

이계윤선생님 전상서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충북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하였던 졸제자 황보근영입니다.

오래전... 죄송합니다. 그렇게 먼 옛날도 아닌데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 때 선생님께서 '한 학기동안의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 소감문을 적어보라'하셨습니다. 그 때 적었던 노트를 발견하고 선생님을 다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그 노트글을 여기 다시 옮기며 선생님을 기념하고 선생님 말씀을 잊지 않고자 합니다.
============================================================
감히 제가 어떻게 선생님의 강의를 평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선생님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다른 이들에게 선생님에게서 배웠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감히 선생님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제가 처음 선생님을 뵙던 그 날이 기억납니다.
텅 빈 강의실에서 책을 읽으시며 수강할 학생들을 기다리시는 할머니 선생님의 모습은 너무나 커 보이셨습니다. 선생님의 그 모습에 저는 송구스러웠으며, 또한 지금까지 학생들을 기다리게 하였던 저 자신을 부끄러워했습니다.

항시 온후한 미소를 머금고 따뜻하고 자상한 눈빛으로 굽어보신 선생님께서는 저의 어머니였으며, 항시 '스스로를 존중하는 사람되라'며 열정적으로 가르치신 그 모습은 저의 아버지였습니다.

멀다는 핑계로, 바쁘다는 핑계로 선생님의 말씀을 몇 차례 듣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만사를 제쳐놓고서라도 찾아뵈어야 했으며 만 길도 멀다않고 달려갔어야 하는 건데........ 이를 또한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캠퍼스에 목련이 피던첫 강의 시간.

선생님께서는 우리 한국인의 부정적 성격을 희망적으로 해석하셨습니다.
매사 '빨리 빨리'하려는 조급증을 "활기차다"고 하셨으며,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약하며 시끄러운 성미'를 "주관이 강하며 밝다"고 하셨으며, '급한 성질'을 "열정적"이라고 하셨으며, '끊고 맺음이 미흡한 우유부단함'을 "인정이 많다"고 하셨으며 '강단이 센' 것을 "지구력, 인내력"으로 해석하셨습니다. 똑같은 모습 속에서도 선생님께서 밝고 희망찬 것을 찾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렇게 선생님께서는 우리 민족과 나라를 생각하시는 첫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무덥던 여름의 이천에서의 마지막 강의 시간.

"나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제 나는 더 이상은 못합니다"라며 가지신 모든 것을 마지막까지 저희들에게 주셨던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정말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일상으로 돌아와서 선생님의 뜻을 기리며 선생님께 감사함을 드리고자, 나눠주신 책장을 넘기며 행간 속에서 선생님의 가르침을 들었습니다.
이제 선생님의 말씀을 잊지 않기 위해 여기에 옮겨 적어봅니다.

* 지도자는 "보기만 해도 좋아요"라는 감동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 지도자는 결코 연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 한 교장이 바로 서면 학교가 바로 선다.
* 인간은 죽는다. 그러나 소망은 영생을 원한다. 자신의 영생은 교육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 참된 지도자는 또 하나의 지도자를 만든다.
*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도자에게 원칙이 없다면 조직은 갈팡질팡하게 된다.
* 지도자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아(自我)를 발견하게 한다. 소유(To Have)가 아니라, 존재(To Be)를 깨닫게 하라.
* 지도자는 항시 드라마틱한 일상을 보인다. 곧,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감동을 주며 멋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 관리자(매니저)의 모자가 아니라 지도자(리-더)의 모자를 써라.
* 지도자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항시 직책을 두렵게 여겨라.
* 도덕적 훈련, 공부, 구성원에 대한 배려를 겸비한 리더가 되어야 한다.
* 스스로를 사랑하라. 자기 직책을 즐겨라. 자존(自尊)하라.
* 지도자는 구성원들을 추종자로 만드는 자가 아니라, 조직의 주체로 만드는 자이다.
* 마라톤에서 쉬는 것은 뒤로 물러나는 것과 같다. 항시 변화에 순응하고 대처하라.
* "한 사람도 버릴 사람은 없다"는 의식을 갖고 사람을 대하라.
* 돌을 금으로 만들라.
* "나는 결코 이것만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그 무엇이 있는가? 그 무엇이 바로 문화이다. 그런 의미로 볼 때 우리나라에는 지금 문화가 없다. 절대적 가치에 대한 고수가 없다.
* 꼭 지켜져야 할 가치. 절대적으로 고수해야 할 가치. 그것을 가르쳐야 한다.
* 지도자가 먼저 조직 가치에 대한 신념과 소신을 가져야 한다.
* 소아(小我)적 자세를 가진 자는 끝이 항시 비굴하였다. 그런 사람은 구성원들로부터 동정과 연민을 구한다. 지도자가 불쌍해 보이면 마지막 길이다.
* 끝이 멋있어야 한다.
* 지도자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 미국의 힘은 중산층에 있었다. 그런데 우린 지금 중산층이 없다. 곧, 원칙과 문화를 가진 층이 없다는 뜻이다.
* 지금 우리는 카리스마에 굶주려있다. 이 시대는 스승을 기다린다. 지도자를 기다린다. 신념과 소신과 자존과 문화와 원칙이 있는 멋있는 지도자를 갈망한다.
* 지도자는 순수성과 단순성에서 온다.
* 가치 있는 교장은 실수 많은 대통령보다 더 소중하다.
* 나는 여러분들에게 교장으로서의 프라이드를 가르치고자 애쓴다.
* 강한 도덕성, 신뢰, 다른 이에 대한 배려, 온후한 성품에서 나오는 카리스마는 가장 큰 호소력이다.
* 모든 사람들에게는 선이 이기고 악이 패하기를 바라는 동일한 바람이 있다. 그렇듯이 어느 사회든 많은 사람들은 '이 사회는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지도자는 바로 그러한 공감대의 구심점을 찾아 실현해야 한다.
* 아무리 젊어도 경망하지 않고 아무리 늙어도 초라하지 않다.
* 지도자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 지도자는 직무만족을 조장한다. 과업동기를 강화한다. 권한의 위임을 잘한다. 조직의 독특성과 비젼과 가치를 제시하고 실현한다.
* 교육자 노릇 잘못하면 큰 죄를 짓는다.
* 하느님은 이 세상에 가치 없는 것을 만들지 않으셨다. 지도자는 조직의 구성원을 모두 소중한 가치로 여기며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 생각하라. 장사도 청소도 생각하라.
* 생각하는 사람을 육성하라.
* 나를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타인을 수용할 수 있다.
* 그래, 그것이 바로 나야. "I am O.K. You are O.K."
* 한국 남자들 머리 좋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다. 다만, 교육만 잘 시키면 세계 제일의 남성이 된다.
* 21세기는 독특성(uniqueness)의 시대이다. 리치 테일러는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 누구를 닮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여러분 한 분 같은 사람은 없다. 다이아몬드보다도 귀한 자아(自我)가 이 세상을 구한다.
* 한 교장의 비젼은 나라와 세계를 구할 수 있다.

선생님의 한 말씀 한 말씀은 복음(福音)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요 입에 발린 빈 말 또한 아닙니다. 감히 어찌 제가 그러할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에게서 받은 가장 큰 가르침은 고희를 내다 보시면서도 끝까지 "열정(熱情)"을 다하시는 그 모습이었으며, 가장 큰 말씀은 바로 "자존(自尊)"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제게 감사하죠? 은혜 갚고 싶죠? 그래요. 은혜 갚는 길은 교장 되시는 거예요. 그렇게 교장 되시어 이 나라를 구하고 세상을 구하시길 꼭 바랍니다."

선생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지런히 공부하고 수양하여 선생님께 은혜 갚고자 꼭 지도자로서의 교장선생님 될께요.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졸제자 황보근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