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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피

차나 드시게(喫茶去)

by 문촌수기 2016. 7. 29.

새로운 두 납자에게 조주스님이 묻는다.
"여기 와 본적이 있는가?"
"없습니다. 처음 입니다."라고 한 스님이 말했다.
차를 권하며, "차나 드시게"라 했다.
다른 스님은 "저는 와 본적이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신가. 차나 드시게나."
옆 자리에서 듣고 있던 원주스님이 의아해하며 여쭌다.
"스님, 어찌하여 와본적 없는 사람에게도 '차나 드시게'라고 하며, 와본적 있는 사람에게도 '차나 드시게'라며 똑 같은 말을 하십니까?"
스님이 "원주야"라며 부르니 원주가 "예"라고 대답했다.
"자네도, 차나 드시게"
ᆞᆞᆞᆞᆞᆞ
우리 엄마 생각난다. 밥상 앞에 앉은  식구들이 이야기가 길어지고 있으면,
"마, 고마하고, 밥이나 묵으라."
눈 앞에 벌어진 나의 일에 정성을 다하라는 말일게다. 먼 산 쳐다보느라고, 돌부리에 발걸려 넘어지지 말고, 먹는 자리에서는 먹기에 최선을 다하고, 잠자리에서는 잠에 푹 빠져라는 것일게다.

그 조주스님에게 젊은 스님이 찾아와 도를 얻고자 했다. 조주스님이 물었다.
"죽(밥)은 드셨는가?"
"예, 먹었습니다."
"그럼, 발우를 씻도록 하거라."
그렇다. 밥 먹고난 다음에 할 일은 설거지이다.

도는 멀리서 구할 것이 아니다.
'지금 여기서 나'의 일에 정성을 다하는 거다.
이 또한  일기일회(一期一會 /One life, one chance)이며,
까르페 디엠(Carpe Diem)이다.
내 눈앞에 주어진 일상사가 곧 도이다.(일상사 시도야)
차를 마시다 흘려서 부채를 물들였다.
물들인 김에 낙서를 했다.
2,30년을 함께 한 도반같은 다구들에게
 좋아하는 매화꽃과 노랑나비를 벗삼게 했다.
"차나 드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