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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다 갑니다. (6)잘 놀다 갑니다. 천상(天上)에서 오신 천상병 시인은 죽음을 '하늘로 돌아감(귀천)'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 시인의 [귀천]을 옮겨 봅니다. ----------------------------------------- [귀 천 (歸天)] - 천상병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동양 정신의 성스러움.. 2013. 1. 3.
우리 같이 죽자. (5) 우리 같이 죽자 토요일은 금방 다려 입은 와이셔츠처럼 가볍습니다. 아내랑 딸아이와 함께 가벼운 아침 식사를 나눕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식탁대화의 주인은 딸아이입니다. 뜬금없이 딸아이가 말을 던집니다. "아빠, 아빠가 여기서 제일 나이가 많지?" 나는 무슨 말을 하려나 의아해 하면서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여기 우리 셋 밖에 없는데 새삼 나이는 왜? " "그러니까 아빠가 제일 먼저 죽지?" "그건 꼭 그렇지 않단다." 갑자기 뜨끔해하면서 난 나의 죽음 일순위를 거부했습니다. 비겁하게. "그래. 그럴 확률이 높다는 거야." 어디서 '확률'이란 말을 다 배워가지고 써는지 많이 컸구나 싶어 기특했습니다. "그런데...... 먼저 죽지 말고 기다려. 우리 다같이 죽어." 이건 대체 무슨 말입니까? 가.. 2013. 1. 3.
장자의 죽음 (4)장자의 죽음 돌아가시는 분이 남기시는 유언만큼 진실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는 성인과 위인의 임종전 하신 말들을 되새겨 들을 필요가 꼭 있습니다. 그분들이 생에 수많은 말씀으로 가르치시고, 올곧은 행실로 가르치신 것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 것이 바로 유언입니다. 곧 '용을 다 그린 다음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리는 것'(畵龍點睛)과 같은 것이지요. 2300여년전에 이 세상에 오시어 대자연과 합일하시며 사셨던 장자(莊子)선생님이 이제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제자들이 선생님의 임종을 맞이하면서 후하게 장례를 지내려 분주했습니다. 매장할건지, 화장할건지, 가족장을 할건지, 학교장을 할건지........ 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했겠지요. 그런 제자들에게 장자 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유언이지요. "내 죽거든.. 2013. 1. 3.
잘 산 사람, 잘 죽는다. (3)잘 산 사람, 잘 죽는다. 가끔 이런 생각에 잠겨 봅니다. 만약 죽음이 예상치 않고 갑자기 찾아왔을 때 나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요? 싫다며 도망쳐야 합니까? 아님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며칠만 여유를 달라고 합니까? 아님 당당하게 기다렸다며 가자고 합니까? 인연의 끄나풀로 칭칭 동여진 사람이라면 차마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며 또한 미련과 후회를 남겨둔 이라면 결코 죽음 앞에서 당당해 질 수 없겠지요. 오죽하면 하느님의 아들이라 칭하였으며 '유대인의 왕'이라하였던 예수마저도 십자가에 못박혀 죽음이 목전에 달하였을 때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라고 했겠습니까? 이말은 "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 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 입니다. 얼마나 깊은 회환과 원망이 서린 절규입니까?.. 2013. 1. 3.
죽고 사는 것은 마찬가지라구? 2)죽고 사는 것은 마찬가지라구? "어떻게 사느냐, 어떻게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열심히 후회없이 인생을 산 사람은 죽음이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삶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살았기에 죽음은 단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모습만 변할 뿐이며 여행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기쁜 일임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살아왔던 나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기에 우리 조상들은 '돌아가신다'라고 합니다. 여기 삶과 죽음에 관한 글을 하나 올립니다. ----------------------------------------------------------- " 미쳐서 동쪽으로 날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를 쫓는 사람도 동쪽으로 뛰어갑니다. 동으로 뛰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 까닭은 서로 다릅.. 2013. 1. 3.
`죽느냐 사느냐?`,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1)`죽느냐 사느냐?`,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s question)" 셰익스피어의 햄릿 제3막 제1장에 나오는 인구회자(人口膾炙)의 햄릿 독백입니다. 햄릿은 어머니를 통해서 인간의 욕정을 보고는 구토증을 느낍니다. 또한 부왕(父王)의 원수를 갚는다는 어려운 문제를 지닌 채 산다는 것이 고통스러워졌습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고통에서 해방되려 합니다. 그러나 죽는다고 해서 고통이 해소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죽음의 세계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세계 아닙니까? 어쩌면 죽음 속에서도 고뇌는 영원히 따르게 될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죽지도 못하고 단검을 가슴에 겨눈 채 하늘을 보고 절규합니다. 가련.. 2013. 1. 2.
당신은 내게 뭐야? 당신은 내게 뭐야? Category: 사랑하는 사람들, Tag: 여가,여가생활 08/20/2011 07:23 pm 아침 밥 상. 한 술 뜨기도 전에 밥 상 앞에 마주 앉은 아내의 눈길과 미소가 참 예쁘다. 뱅긋이 웃으며 묻는다. 세상 남편들 대개 그렇다던가? 아내의 물음에는 늘 긴장해야 한다고. 대개 그렇다지? 가장긴장되는 아내의 말, "나랑 얘기 좀 해요." 안 사람이 말한다. "당신은~, 내게 뭐야?" '이게 뭔 말이고? 와이카노?'- 내 혼자 속 말이다. 밥 한술 뜨면서,금새 떠오르는 말. 이것 뿐이다. 약 올려 줄 겸. "난, 니 밥이다." '앗싸'통쾌하여 웃음이 나온다. 근데 요것봐라. 깔깔 웃으니 가관이다. 두 손으로 턱을 괴고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다. "그래, 맞아. 당신은 내 밥이야. 난.. 2013. 1. 2.
쑥떡을 먹으면서 쑥떡을 먹으면서 Category: 사랑하는 사람들, Tag: 여가,여가생활 05/18/2008 07:35 pm 쑥떡을 먹었습니다. 퇴근 시간이 지나 교무실 좌석이 많이 비었습니다. 건너 편 책상에서 여선생님이 쑥떡을 잡수시라며 들고 왔습니다. 시어머님께서 쑥을 뜯어 만드신 쑥떡이라네요. 쑥떡을 좋아한다면서 욕심내어 두개를 달라고 했습니다. 쑥떡을 입에 넣고선 갑자기 밀려오는 그리움과 서러움에 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울먹여 집니다. 엄마 생각이 납니다. 옛날 어느 선비의 조홍시가 처럼 말입니다.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친구집에서 홍시감을 먹다 돌아가신 모친 생각에 가슴미어 지은 시랍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맘때면 어머니는 쑥떡을 만들어 보내주셨습니다. 해마다 '사람되라'며 보내주셨습니.. 2013. 1. 2.
사랑하는 딸에게 - 호시우행 사랑하는 딸에게 - 호시우행 Category: 사랑하는 사람들, Tag: 여가,여가생활 03/16/2008 12:56 am (기숙사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한 딸아이에게 입학 선물로 격려의 글을 써주었습니다. 아내는딸아이 그리움을 학교홈페이지 게시판으로전합니다. 그 글을그대로 옮겨봅니다. 부창모수(父唱母隨) 해준 제 아내가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학부모-자녀 대화실] 虎 視 牛 行 지금 곁에 있다면, 품 안에 쏘~옥 들어오도록 안아 주고 싶다. “엄마, 내가 작아 졌으면 좋겠지?”라고 하던 너의 말이 떠오르는구나. 보고 싶다, 있을 때 더 잘해줄걸, 네가 없으니 허전하다... 등 남들과 똑같은 넋두리는 하고 싶지 않구나. 왜? 너무 뻔한 말들이잖아. ^^;; 때론 그런 뻔한 말들이 사람 맘을 감동시키기도 .. 2013.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