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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이사를 갑니다. 내일이면 이사를 갑니다. 내일이면 이사를 갑니다. 내일이면 이사를 갑니다. 벌써, 일주일째 짐을 정리합니다. 그동안 살아온 흔적들을 지우고 버려도 끝이 없습니다. '행여 기억하고 싶을 땐 어떡하나, 행여 다시 찾고 싶어질 땐 어떡하나' 그렇게 쌓아 둔 것이 결국 짐이 되고 쓰레기가 되어 버려집니다. 아내는 과감합니다. 최근 3년 동안 입지 않았던 옷, 사용하지 않았던 주방용품 등을 아낌없이 내놓겠다며 꺼냅니다. '언제 우리가 그렇게 잘 살았나'며 말 건네면, '내놓으면 필요한 사람이라도 사용하지 않겠느냐'는 대꾸를 합니다. 하물며, 제방 가득한 책들에게도 공격(?)을 가합니다. 하긴 저도 문제입니다. 읽지도 않으면서 먼저 사놓고 책꽂이를 차지하고 있는 책들이 많습니다. 환경문제까지 들먹이며, '보지도 않.. 2013. 1. 2.
생명은 두렵습니다. 생명은 두렵습니다. 갑자기 식구 하나가 더 늘었습니다. 딸아이가 오늘 태어난 아기라며 병아리를 데려왔습니다. 부리로 쪼고 다리를 뻗어 알을 깨고 태어나는 것을 다 지켜보았다합니다. 줄탁동시(口卒啄同時)라 하여 병아리가 알 안에서 알껍질 깨뜨리고 나오려 할 적에 어미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도와주는 것을 물었습니다. 어린 딸아이는 말합니다. "누가 도와주면 안돼. 혼자서 깨고 나와야 돼. 그리고 엄마닭도 없어." 좋은 걸 배웠다 싶어서 대견스럽습니다. 그러고는 바쁘게 학원에 간다며 아빠더러 집을 만들어 주고, 모래를 담아주고, 따뜻한 방에 놓아두고, 운다고 야단치지 말며, 먹이는 아직 주지말라며....쫑알쫑알 주문을 늘어놓고 갔습니다. 무얼 먼저 해야 할지 당황스럽습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삐약.. 2013. 1. 2.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추석입니다. 벌써 마음은 외로운 어머니께 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하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들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가을 저녁, 어머니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추석을 되새겨 봅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를 가르쳐 주어야겠다며 추석 글을 써 봅니다. 추석(秋夕)!, "가을(추) 저녁(석)" 이 말은 [예기(禮記)]의 '조춘일(朝春日) 추석월(秋夕月)'이란 말에서 비롯되었다는데, 직역하면 "아침 봄 햇살, 가을 저녁 달"이 됩니다. 추석을 중추절이라고 말하는 까닭은 음력 8월 15일이 바로 가을의 한 가운데 있어 붙여진 이름이고 또 추석을 "한가위"라고도 하는데, 이는 신라 때부터 비롯되었던 '가윗날'에서 유래했습니다. 한가위든, 중추절이든, 설날과 더불어 우리민족 최.. 2013. 1. 2.
우리 잘 사는 거 맞아? 우리 잘 사는 거 맞아? 아침밥을 먹는 식탁에서 아내가 난데 없이 이렇게 말을 건넵니다. "여보, 우리 잘 살아?" 어잉? 이 무슨 소리고 싶어 숟가락을 입에 물고 멍하니 아내를 바라봅니다. "우리 지금 잘 사느냐구요?" 이때 뭐라고 말해야 합니까? 만약 당신이라면. "난데없이 무슨 소리냐? 잘 살다니?" 라며 꽁무니를 빼듯 나무라듯 되물었습니다. 아내의 인상을 훔쳐보니 다행히도 그렇게 슬픈 얼굴은 아니었습니다. 엷은 미소지으며 아내가 말합니다. "남들 흔히 가는 제주도 여행도 못가보고....이게 뭐야?" 오늘따라 왠 푸념일까 궁금도 하면서 달랩니다. "가자 언제든지 가자. 당신이 가자면 언제든지 가지." 하긴 그렇네요. 이건 제주도가 아니라 어디든간에 오붓하게 아내와 함께 여행가본 기억이 나질 않으니... 2013. 1. 2.
만지면 아파요. 만지면 아파요. ================ 왕벚꽃 "만지면 아파요." OO아파트부녀회 ================ 살고 있는 아파트 벚나무에 걸어놓은 팻말입니다. 그 벚꽃 그늘을 걸으며 딸아이가 말합니다. "아빠, 제가 유치원 때 이사왔잖아요. 그때 이 말을 보고 만지면 진짜로 아픈 줄 알았어. 근데 2학년 때 내가 만져 봤거든. 그런데 하나도 안 아팠어." (말을 높였다 낮추었다 그래요. 아직 서툰가봐요. 이해해야죠 뭐.) "그런데 왜 '만지면 아파요'라고 했을까?" "그건 나무가 아프다는 거야. 아빠, 나무에도 뇌가 있어요?" 딸아이가 말한 '뇌'를 '내'라 잘못들은 나는 일순 놀라며 되물었습니다. "나무에도 내가 있다니? '내'가 뭐냐?" "내 아니고 뇌 말이예요." "으응? 뇌? 뇌가 뭔데?.. 2013. 1. 2.
요즘 아이들. 요즘 어른들. 요즘 아이들. 요즘 어른들. 딸아이 생일이 가까워오는지도 몰랐습니다. 며칠전 저녁밥을 먹은 딸아이가 친구에게 전화를 합니다. 언제부턴가 집 전화기는 딸아이와 아내의 것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야? 나, 쇼니야. 나 생일파티를 열꺼야. 토요일 내가 3만원으로 롯데리아에서 한번 쏠꺼야. 나랑 같이 꼭 가. 으응. 끊어." "어잉? 이 무슨 소린고? 뭐 쏜다구? 그것도 3만원으로. 그리고 누가 돈을 준댔나?" 아내랑 눈을 휘둥거리며 서로 마주보았습니다. 딸아이의 아홉째 돌이 가까워오는지 그래서 알았습니다. 이런 말을 어디서 배웠는지 요즘 아이들 참 기가 찹니다. 오늘 토요일. 출근한 아내에게서 교무실로 전화가 왔습니다. 딸아이 파티자금(?) 3만원을 식탁 위에 놓고 와야 했는데 깜빡 잊었답니다. 토요일 수.. 2013. 1. 2.
아버지 - (10) 20년이 지나 당신이 오셨습니다. 20년이 지나 당신이 오셨습니다. 곧 이사를 합니다. 오랫동안 보지않고 묵혀가던 책들을 많이 내놓았습니다. 내놓으면 남들이 보지않겠나며 타이른 아내의 말을 들었습니다. 차마 내놓지 못한 책 무더기속에는 20여년 동안 보관하던 교무수첩들도 있었습니다. 1988년초임의 교무수첩 속에서 귀한 편지 한통이 끼어 있었습니다. 선친께서보내신 편지였습니다. 처음 고향을 떠난 아들에게 보내신 편지였습니다. 이제 돌아 가신지 7년. 그리고 편지를 보내신지 20년. 당신은 다시 제게 돌아오시어 말씀하십니다. "가르침이란 착하고 어진이를 길러 가르침이 현저하여야 하고, 선배 선생의 장점을 내 것으로 할 것이며, 선배 교우에 순종이 미덕이다. 가르치는 일에는 터럭만큼이라도소홀함이 없도록 유념하거라." 고향 떠날 적에 하신 말.. 2013. 1. 2.
아버지 - (9)이번 추석에는 아버지가 계시지 않았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아버지가 계시지 않았습니다. 지난 추석에는 아버지가 계셨는데......... 아니, 지난 설날 때만해도 아버지가 계셨는데.............. 이번 추석에는 아니 계셨습니다. 돌아가시어 아니 계신 줄 알면서도 고향에 가면 어머니가 계시듯 아버지도 계신 것만 같았는데................... 어머니 혼자서 뒷마당 튓밭을 정성껏 가꾸어 가시고 화단에 예쁜 꽃들도 피어 있는데 꽃을 좋아하시고 사람 좋아시던 아버지는 아니 계십니다. 바다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님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달님에게 소원빌며 말했지요. 항시 내안에 계신 듯 그렇게 살아가게끔 아부질 살려달라구요 안녕, 친구들 아버지께 다가가서 아버지의 넓으신 가슴을 안아보세요. 그리고 말해봐요. "아버지 사랑해요."라고. ".. 2013. 1. 2.
아버지 - (8) 나비 되셨습니다. 아버지 - (8) 나비 되셨습니다.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곁에 머물며 100일 동안이나마 상복을 벗지않고 곡(哭)을 멈춤없이 애통해야만 자식의 도리이건만 세상사 이 죄인을 그렇게 허용치 않아 당신 곁을 떠나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상복(喪服)대신 상장(喪章)을 가슴에 달고 돌아옵니다. 망인이 되신 어머니는 상복의 삼베조각으로 상장(喪章)을 만드십니다. 나비모양으로 만들어 제 가슴에 달아주십니다. 적어도 사십구일재까지 만이라도 가무를 삼가며 애비를 여윈 죄 많은 상주되라며 표식으로 달아주십니다. 그렇게 부끄럽게 죄인이 되어 제자들 앞에 서서 감히 가르칩니다. "각오한 일이었건만 이렇게 아버지를 보내고 나니 참으로 참담하기 그지없구나. 내 너희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 있으니, .. 2013.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