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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차호는 차와 물의 안택이다.

by 문촌수기 2018. 5. 4.
초의 말씀하시길,
"차는 물의 정신이오. 물은 차의 몸이라"
(茶者水之神 水者茶之體)
과연 그 경지를 어찌 그대로 받아 들일까?
조금은 알 것 같다.
판첸라마의 심장을 닮았다는 반선긴차(班禪緊茶)를 아껴 두다가 결국 참지 못하여 다도로 뜯었다. 높은 긴압으로 돌이 되다시피한 심장이다. 몇 조각을 때어내 뒷 전으로 밀쳐 두었던 차호에 담아 우려 내렸다.
색이 맑고 매혹적이다. 꼬냑의 향이라도 전할 것 같다. 뜨거워진 차돌향이 난다. 입안에서 휘도는 맛은 살짝 떫은 듯하다가 금새 달고 편하다. 몸안에서 생기와 새싹이 돋아나는 듯 하다.
차가 좋으니 밀려났던 차호의 품격도 절로 격상되었다. "차호는 차와 물의 안택이다(壺者 茶水之安宅)"
군자의 안택이 꼭 크게 화려한 대궐만이 아니다. 비록 검소하더라도 바른 생각과 바른 삶의 길에 닿은 집이라면 곧 군자의 안택이다. 차와 물이 좋다면 소박한 차호라도 그만이다.

1997년산 다섯편의 반선긴차를 아끼며 마시다가 이제 두편 남았다. 참지 못하여 결국 또 한편을 뜯었다. 기념으로 한 편을 여기에 기록해둔딘. 다섯편을 포장하고 있던 대나무 껍질은 마르고 찟기어  너덜해졌다.

속 포장지에 '99'라는 숫자는 무슨 의미일까? 97년산이 아니라, 99년산 인가 보다.

뜨거운 물에 몸은 녹을만 했을텐데, 정신은 꽂꽂하여 차잎은 견디어 살아있었다.

이 차를 마실 적마다 나라잃은 티벳을 생각한다.
티벳인들에게 자유와 독립이 있기를. 

반선긴차의 안택으로 제 짝인 차호가 있다. 나의 애물이며 오랜 짝궁이다. 세월을 견뎌낸 나무옹이가 박힌 차호이다. 나는 '옹이차호'라 부르는데, 안사람은 '바오밥'이라 부른다. 처음 데려왔을 때 징그럽다고 한 친구다. 이제 내가 아끼고 사랑하니 아내도 소중히 '바오밥'을 여긴다.


반선긴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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