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길에서 읽는 《논어》
: ‘나라다운 나라’, 사직단(社稷壇)에서 읽다.
경복궁역 1번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사직단이 나온다. 사직단은 바로 국토와 식량의 근본인 땅과 곡식을 신(神)으로 섬기며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토지(땅)의 신을 사(社)라 하며, 곡식의 신을 직(稷)이라 한다. 좌묘우사(左廟右社)의 배치 양식에 의거하여 국왕이 거처하는 법궁(정궁)을 가운데 두고 동쪽(임금의 왼쪽)에 종묘를, 서쪽(임금의 오른쪽)에 사직단을 세우고 국가의 안녕을 기원드린다. 그래서 '종묘사직'이라 함은 곧 국가의 상징이 된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라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상징성에 따라 사직단은 네모난 모양을 하고 있다. 한 나라의 주권은 백성에게서 나온다. 그 백성이 편안히 거처하고 배불리 먹고 살기 위해서는 국토가 안정되고 식량이 풍부해야 한다. 그래서 땅과 곡식은 백성들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며,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맹자는 말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고. 그는 참으로 위대한 민본주의 사상가이다.
○ 孟子曰,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맹자왈,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 - 《맹자》 [진심장구]편
▣ 숫자로 읽는 사직단(社稷壇)
사직단의 이해와 의미를 흥미롭게 새겨보기 위해 숫자로 이야기해본다. 사직단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해서는 사직단 북쪽에 있는 종로어린이도서관 뜰이나 계단을 올라 복도에서 내려다본다.
○ 4 :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숫자이다. 두개의 제단이 사각형이다. 사각형은 땅을 상징한다. 하늘은 원으로 상징된다. 담장도 사각형이다. 담장 안으로 들어가는 신문(神門)도 네 개이고, 제단으로 들어가는 유문(幽門)도 네 개이다. 사신문 중 북신문(北神門)이 정문임을 알 수 있다.
○ 2 : 두 개의 제단 중, 동편이 사단이고 서편이 직단이다. 사단은 토지신을 위한 제단이고, 직단은 곡신(穀神)을 위한 제단이다. 사단은 곧 국토의 안녕을 기원하고, 직단은 곡식의 풍년을 빌어 백성의 살림과 국가 경제를 기원한다.
○ 3 : 제단으로 들어가는 길이 세 개 있다. 북신문으로 들어가는 향축로(香祝(路ㆍ향과 축문의 길), 서신문으로 들어가 판위에서 향축로와 만나는 어로(御路ㆍ임금의 길), 그리고 신실에 보관되었던 태사(太社)ㆍ태직(太稷)ㆍᆞ후토(后土)ㆍᆞ후직(后稷)의 신위가 제단으로 나오는 신위로(神位路) 이렇게 3개의 길이다. 또 두 제단은 1미터 정도의 높이로 3단으로 축석되어 있다. 위는 하늘[天ㆍ君] 아래는 땅[地ㆍ社稷]이며 가운데는 사람[人ㆍ民]이라는 것을 연상할 수 있다. 3단 축석 중에서 가운데가 가장 두텁다. 이는 곧 사람과 백성이 가장 귀중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제단으로 오르는 사방의 계단도 계단석이 3개씩이다. 자세히 보면 또 3을 찾을 수 있다. 바로 북신문만이 삼문(三門)이다. 그렇게 정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직단의 주인인 사신과 직신은 하늘(Heaven)에 있으며, 그 하늘은 북쪽에 있기 때문에 북문이 정문이라는 것이다.
○ 1 : 유일한 1이 있다. 바로 사단 위에 반구형의 돌이 박혀 있다. 석주(石主)라 한다. 전국의 수백 사직단 중에서도 없는데, 이곳이 바로 나라의 중심이란 뜻으로 유일하게 있다 보니 돌의 주인이라 하여 석주라 한다. 사단(社壇) 위에는 직경 30센티미터 길이 75센티 정도의 둥근 돌기둥이 남쪽 계단 쪽에 박혀있었다. 조선 땅에 400여 개의 사직단이 있었다 한다. 그중 여기 한양의 사직단이 조선 땅의 중심이며 주인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이곳에만 석주가 박혀있다고 한다.
○ 5 : 눈에 띄지 않는 ‘5’를 사직단이 간직하고 있다. 국토의 상징인 사단(社壇) 위를 덮고 있는 흙은 일반적인 흙으로 덮여 있지만, 그 안에는 오방색에 따라서 청토(동), 백토(서), 적토(남), 현토(북) 그리고 황제를 상징하는 황토(중앙)로 다섯 구역을 나눠 채워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곡식의 상징인 직단에서는 겉과 속이 똑같이 일반적인 흙으로 채워지고 덮여 있단다.
○ 0 :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어린 왕자》의 말처럼, 이제 정말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영(0)’을 이야기하려 한다. 그것은 ‘나라[國]는 무엇인가’, ‘정치의 근본은 무엇인가’를 묻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논어》의 ‘무신불립’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4 |
2 |
3 |
1 |
5 |
0 |
사각제단 |
두개의 제단 |
삼문형식의 |
사단의 |
사단의 |
무신불립 |
▣ 무신불립(無信不立),‘나라다운 나라’를 위하여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이 “나라를 다스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라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라고 하였다. “첫째는 먹는 것, 경제다(足食ㆍ족식). 둘째는 자위력, 즉 군대다(足兵ㆍ족병). 셋째는 믿음, 곧 백성들의 신뢰이다(民信之ㆍ민신지).” 자공이 다시 물었다. “그중에서 부득이 하나를 뺀다면 어떤 것을 먼저 빼야 합니까?” 공자는 군대[兵]를 먼저 빼라고 하였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또 하나를 부득이 뺀다면 어떤 것을 빼야 합니까?” 공자는 경제[食]를 빼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하였다.
“옛날부터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죽어 왔다. 그러나 백성들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 아니다.”
○子曰, 無信不立 자왈, 무신불립 - 《논어》안연12.07
이처럼 ‘무신불립(無信不立)’은 믿음과 의리가 없으면 개인이나 국가가 존립하기 어려우므로 신의를 지켜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단 벗 사이의 신뢰를 이야기하는 붕우유신(朋友有信)만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나라다운 나라를 다스리는데도 신뢰가 으뜸이다. 이후에 제경공이라는 사람이 공자에게 정사를 물었다. 이에 공자는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어버이는 어버이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臣臣 父父子子]”라고 답하였다. 이제 계강자(季康子)라는 사람이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다. 공자 대답하기를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다.[政者正也]” 참으로 간단하고 쉬운 대답이다. 공자에게 도(道)라는 진리를 이렇게 단순한데,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실천하기를 어려워한다.
○ 君君臣臣 父父子子 군군신신 부부자자 - 《논어》안연12.11
○ 政者正也 정자정야 - 《논어》 안연12.17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누구나 ‘자기다움’을 잃어버리면 ‘제 자리’에 바로 설 수 없다. 신(信)이라는 글자는 ‘사람[人]과 말씀[言]’이라는 글자로 만들어졌다. 사람의 말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자기에게 주어진 직책과 이름[言]에 걸맞게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실하다는 것은 거짓됨이 없이 ‘자기 최선을 다하는 것[盡己之謂 忠]’이며, 바로 ‘정명(正名ㆍ바른 이름ㆍ이름다움)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신(無信)이면 정명(正名)을 잃은 것이다. 부모도 자식들에게 믿음을 잃어버리면 자식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선생님도 학생들에게 신의를 잃어버리면 교탁에 서기가 부끄러울 것이다. 하물며 나라의 정치 지도자가 국민들로부터 신의를 잃어버리면 어떤 지경이 될까? 어떻게 제대로 정치하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 생각 만들기 : 내가 바라는 ‘나라다운 나라’는?
▣ 자문우답(自問友答)> 나의 새로운 의문점, 친구에서 구하다.
◦自問 :
◦友答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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