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죽음의 친구, 잠 -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잠과 죽음은 어느 면에서 많이 닮았다. 자다가 깨어나지 않으면 죽은 것이다. 선(線)으로 비유하자면 잠은 점선이고 죽음은 실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잠은 작은 죽음이다.
▣ [읽기] : 공자의 낮잠 훈계 - [05 공야장]에서
공자에게는 제가가 많았다. 제자들은 제각기 재능이 있었다. 그 중에 재여(宰予)라는 제자는 언변이 뛰어났다. 그러나 행실이 좀 더디고 게을렀던 모양이었다. 재여가 낮잠을 자자 공자가 말했다.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고, 더러운 흙으로 된 담장은 흙손으로 다듬을 수 없다. 내가 재여를 어찌 나무라겠는가?”
○ 宰予晝寢, 子曰, “朽木不可雕也, 糞土之牆 不可杇也, 於予與何誅?”
(재여주침, 자왈, 후목불가조야, 분토지장 불가오야, 어여여하주)
공자가 이어 말했다. “전에 내가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 말을 듣고서 그 행동을 믿었는데, 지금은 그 사람 말을 듣고서 그의 행동을 살펴보게 되었다. 이것은 재여로 인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 子曰, “始吾於人也, 聽其言而信其行. 今吾於人也, 聽其言而觀其行. 於予與改是.” (시오어인야, 청기언이신기행, 금오어인야, 청기언이관기행. 어여여개시)
오늘날에는 밤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한 낮 노동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 눈을 붙이는 낮잠은 결코 게으르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밤중에 오락에 빠지거나 나쁜 습관으로 하릴없이 낮잠을 자는 것은 게으르다고 한다. 당연히 해가 났을 때에 부지런히 공부하거나 일을 하며, 해가 지면 들어가 쉬고 먹고 자야할 일이다[日出而作, 日入而息]. 그런데 공자의 제자인 재여가 한 낮에도 잠에 자주 빠져 있으니 게으르다고 야단칠 만하다. 게다가 언변은 뛰어난데 행실에 못 미치니 성실하지 못하다고 평가받을 만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언행(言行)이 일치하는 사람을 성실하다고 여긴다. 성(誠)이라는 글자를 나누어보면, ‘말[언ㆍ言]한 바를 반드시 이룬다[성ㆍ成]’는 의미다. 낮잠을 게으름의 소치(所致)로 보는 또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 [더하기] : 목어 이야기]불가에는 “공부하다 죽어라”라는 말도 있다. 그만치 용맹 정진하여 수행할 것을 가르친다. 그런데 옛날에 한 젊은 스님은 출가하여 수행을 열심히 하지 않고 틈만 나면 햇살 좋은 곳에서 졸았다. 스승의 야단과 질타에도 게을러 낮잠을 일삼았는데, 불행하게도 그만 병이 들어 일찍 죽었다. 그는 죽은 뒤에 이 세상에서 지은 업보로 물고기로 환생하였다. 그러나 괴이하게도 그 물고기 등짝에 한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나무 때문에 물 속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풍랑이 칠 때마다 나무가 흔들려 햇살에 익은 등살이 찢어지고 피를 흘리는 심한 고통을 늘 겪으면서 살았다. 몇 년을 그렇게 지내면서 참회와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는데 마침 스승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고 있었다. 물고기는 스승 앞에 가서 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하였다. 스승은 이를 가엾게 여겨서 수륙재(水陸齊)를 베풀고 물고기를 해탈하게 하였다. 이때 물고기 등짝에서 자란 나무를 베어다가 목어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절에 걸어두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절에 가면 법당 근처에 범종각을 두고 그 안에 ‘불전사물(佛典四物)’이라하여 범종, 법고, 운판, 목어를 매달아 놓는다. 예불을 드리기 전에 불전사물을 울려 의식을 알리며 동시에 지옥 중생과 물짐승, 들짐승, 날짐승을 제도한다. 템플스테이 기회가 있다면 꼭 새벽예불 때 범종각에 불전사물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기도해보길 권한다. 가슴 벅찬 경건함과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 一日不作 一日不食 ( 일일부작 일일불식)‘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一日不作 一日不食)’고 말씀하시며,
선불교의 규범을 정한 백장스님의 청규(淸規)에 따르면, 물고기는 잠을 잘 때도 눈을 감지 않으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밤낮으로 쉬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라는 뜻으로 목어를 만들었다한다. 목어를 울리면 물속에 사는 뭇 생명들과 수중고혼(水中孤魂)들이 구원된다고 한다. 목어도 처음에는 단순한 물고기 형태였으나 차츰 머리가 용을 닮아가면서 입에 여의주를 문 형태를 취한 것이 많다. 또한 목어의 형태가 손에 들고 다닐만큼 작고 둥근 것으로 변해 경을 읽을 때 박자를 맞추는 데 사용되었는데 이것이 목탁이다. 수행하며 중생을 제도하는 스님들은 늘 이 목탁(木鐸)을 지니고 다닌다.
《논어》에도 목탁(木鐸)이 나온다. ‘하늘이 장차 공자를 목탁으로 삼으실 것이다’고 하였다. 이때의 목탁은 세상 사람들을 깨우쳐 인도할 만한 스승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도 나를 돌아보며 진리를 깨닫고 늘 바른 길을 걸어갈 것을 다짐하고 경계하면서 나의 목탁을 두드려야겠다.
○ 天將以夫子爲木鐸 (천장이부자위목탁) - [03 팔일]에서
▣ 참고 : 불전사물(佛殿四物) – 범종, 법고, 목어, 운판
> 산사로 가는 길 홈페이지 - 금당의 뜰안 - 범종루
참고 : 성북동 인문학 산책 길에
[최순우 옛집]에 들리면 뒷뜰에서 '오수당(午睡堂)' 현판을 단 방을 볼 수 있다.
단원 김홍도의 글씨 그대로 현액하였다. 말 그대로 '낮잠 자는 집'이다.
http://munchon.tistory.com/996
▣ 쓰기 :
朽木不可雕也ᆞ후목불가조야
一日不作 一日不食 ᆞ일일부작 일일불식
▣ 생각만들기와 생각나누기 : 잠과 죽음이 다른 점은? 잠과 죽음이 닮은 점은?
○ 낮잠에 대한 나의 명언
○ 죽음에 대한 나의 명언
○ 친구들의 명언
'논어와 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어13. 참 좋은 내 친구, 서촌 골목길에 피어난 우정 (3) | 2018.09.18 |
---|---|
논어12. 나라다운 나라, 사직단에서 읽는 <논어> (0) | 2018.07.04 |
논어10.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1) | 2018.07.03 |
논어09. <세한도>에서 읽는 군자의 절의(節義) (0) | 2018.07.03 |
논어08. 비주얼 씽킹으로 표현하는 《논어》공부 (0) | 2018.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