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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이야기

이렇게 함박 눈이 내리면...

by 문촌수기 2013. 1. 2.

이렇게 함박 눈이 내리면...

새해 아침부터 서설이 내려 밝은 새해를 기약하는 듯 하구나. 하긴, 헌해가 무엇이며 새해가 다 뭐겠나. 어제 그 해가 오늘 이 해이며, 태양은 변함없이 동에서 뜨고 서로 지는 것인데..... 다들 들떠서 가는 해를 아쉬어하며 새해 첫 일출을 보러 동으로 가고 새해를 기약하는구나.
갑자을축이 다 무엇이더냐. 영원의 한 찰라인것을 세상사람들은 그래도 다 의미를 부여하는 구나.
그래. 그게 또 인간이지. 그래야 변화무상한 인생이 무의미하지 않고 흥미로운 거야.
본시 내 것도 없고 잃은 것도 없는데, 잃어버렸다고 슬퍼하고, 찾았다고 기뻐하는 것이 다 인생 아니겠는가?

'새해 아침부터 이 무슨 소린가' 하겠구나.
이제 초등학교 선생님을 준비하는 네게는 그 어느때보다도 어린 아이들 세계를 이해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길바란다.

셈은 요새 대학원 공부도 하지만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려구, 동화를 읽고 있단다.
해리포터... '왜 그렇게 모든 어린이들이 열심히 찾고 읽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동화는 항시 우리들 마음을 순화시켜주는 것 같아.
아마 너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동요를 불러봐. 그러면 무척 마음이 깨끗해 지는 것을 느껴.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겨울엔 겨울엔 하얄거예요.
산도 들도 나무도 하얀 눈으로
하얗게 하얗게 덮인 (뭐더라?)"

이렇게 하얀 눈이 내리면 오래전 천진불(天眞佛)같이깨끗한 마음을 가진 한 아이가 생각이 난단다. 고등학생인데보통아이들과는다른 생각과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야. 내가 담임이었는데마침 우리반의 윤리 수업시간이었어.
창밖에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단다. 수업 시간이 웅성웅성.
다들 차창밖을 바라보며 바람에 날리는 눈송이처럼 마음도 그렇게 들떠있었어.
그래서 어릴 적 형 아우와 함께 장독 위에 쌓인 눈을 그릇에 담아 설탕가루 뿌려 빙설처럼 먹었던 얘기 등을 하며 그 아이에게 이렇게 물었단다.
이름이 구환이야.


"구환아. 구환아.
이렇게 눈이 내리면 셈은 말이야, 벌써 어른이 되었나보구나.
'차몰고 집에 어떻게 갈까?' 그런 걱정부터 하게되니.
구환아. 이렇게 눈이 펑펑 쏟아지면넌 기분이 어때?"


구환이는 히죽히죽 웃으며 날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어.
그 아이의 말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었단다.


"아일 라뷰."
(!!??)


아이들이 와하하 웃고 나도 웃고 구환이도 웃었어. 난데없이 '아일라뷰(I love you)'라니?
이건 셈을 사랑한다는 건지,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사랑한다는 건지, 그냥 기분좋은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지, 아님이도저도 아니고 그냥 내뱉은 헛소린지 그 깊은 속마음을 모르겠지만,그래두 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들었단다.

그날 하루 종일, 아니 지금까지도 하얀 눈이 내리면 천사같은 그 아이의 "아일라뷰" 라는 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온단다.


2001. 1. 3
장래에 훌륭한 선생님이 되실
사랑하는 제자 선이에게 보내는 편지.

-2004년 선이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시었습니다.(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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