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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이야기

믿지 못하는 한국인

by 문촌수기 2013. 1. 2.

믿지 못하는 한국인

잊어버릴뻔 했습니다.
좋은 기억만 오래 남기고 나쁜 기억을 일찍 지워버리는 기질 때문에 잊고 있었지 뭡니까? 내 이것 만큼은 꼭 기억하여 바로 잡아야 겠다고 해놓고선.

라디오에서 들은 얘기입니다.
어떤 사나이가 사막을 가다 지쳐 다 죽을 판이 되었답니다.
그 때 눈 앞에 사막의 오아시스가 나타났답니다.
그런데 이 사나이는 그것을 신기루라 여기며 믿지 않았다 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사막을 헤매고 있을 때 또 다시 사막에 그늘진 숲과 옹달샘이 나타났답니다. 그래도 이 사나이는 자기 눈을 의심하며, 세상을 의심하며 그 숲과 물을 믿지 못했답니다. 결국 그 사나이는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불행하게도 죽었답니다.

세상을 믿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아니 자기자신 마저도 믿지 못하는 불신 때문에 그렇게 물을 눈 앞에 두고서도 목이 말라 죽었답니다.
불신은 이렇게 자신마저도 메말리며 죽이는 무서운 일인가 봅니다.

이런 이야기를 라디오에서 듣는 순간 얼마전 청주터미널에서 있었던 불쾌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청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부천까지 오는 막차는 오후 7시 30분입니다. (이런 이런.... 고양시민이 부천에 까지 가서 청주행 버스를 오고가고 타야하다니..........우리 고양에는 언제 버젓한 터미널 하나 생길꼬? 러브호텔은 많건만. )
막차 출발이 채 5분도 남지 않았습니다.
아뿔사! 십만원권 수표 한장 하고 천원짜리 한두장 뿐이었습니다.
부천행 8400원 표를 구입하고 수표를 내밀었더니 수표는 안받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왜 수표는 안되냐고 하니, 부도가 자주 발생하여 받지 않기로 했답니다.

"아니, 구멍가게에서도 수표를 받는데,
어찌 국민의 발이 되어주는 터미널에서 수표를 취급하지 않습니까? 이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라며 보다 책임있는 사람과 이야기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터미널 안에서 '사막의 사나이'(?)가 나타나 대답하기를 부도나면 이 매표아가씨들이 다 물어내야 하기 때문에 회사방침상 수표는 받지 않겠다는 겁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있습니까?
회사 방침이 여객의 편의에 있지 않고 여객을 불신하며 운송회사의 편의에만 두고 있는 것이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니, 신분증을 제시하고 수표에 이서를 하면 되지 않느냐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마치 저를 이상한 사람처럼 몰아세웁니다.

"이보시오. 이제 막차가 몇 분 남지 않았소. 이렇게도 믿지 못해서야........"(유치하게 공무원증, 교사증 다 내밀려니, 정말 민망해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

들은채 만채 귀를 기울려도 하지 않은 듯 회사방침만 운운합니다.
이런 회사방침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런 회사를 인가해준 청주시장에게 순간 정말 화가 치밀었습니다.

행여, 터미널 내 슈퍼마켓에서는? 제과점에서는? 약국에서는?
이런 제기럴! (내 이런 욕 안하려 했는데....... 정말 그 순간 속에서 울화통이 터져 나도 모르게 혼자 해본 욕입니다.)
이 이방인이 완전히 청주 바닥에서 왕따를 당한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모두가 짠 듯 아무도 내 수표를 바꿔주지 않았습니다. 정말 정말 마치 이상한 사람처럼 날 쳐다보는 눈이었습니다.

정말 괘심한 사람들.
가로수 숲길이 아름답고 직지심경을 찾는 충청도 양반, 청주사람들 전부를 욕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정말 그 버스터미널 사람들 땜에 내가 이나라의 국민이란 것이 또 한번 부끄러웠습니다. 정말 정말로 내가 타국의 이방인이었다면 대체 이 대한민국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야 되는 건지........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막차가 일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점잖게 안경끼고 양복입고 가방까지 든 이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선생님이 참으로 오늘밤 객지에서 불쌍하게 되었습니다.

'쳇! 누가 이 답답하고 기막힌 일을 알아주렴? 고함을 쳐봤자 나만 미친 놈. 이런 낭패가 어디 있담. 이런 낭패가....내참............'

순간, 팔짱끼고 가던 연인이 다가와 수표를 바꿔주겠답니다. 제 신분증도 보지 않고선. 고맙다는 인사는 제대로 했는지......? 참으로 고마운 연인이었습니다.

"그 연인의 사랑이 영원하길.........
그 연인의 온정이 영원하길..........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삶으로 영원하길..........."

(여러분, 나그네에게 베푼 작은 친절은 영원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래서 아쓸 아쓸하게 부천행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내, 이일을 어떤 일이 있어도 바르게 고쳐 놓아야 겠다.
어찌 시민의 발이 아니, 이제 국민의 발이, 그것도 아니지?
월드컵을 치른다며, 또 한국방문의 해라며 떠들어 대는 세계화 속의 대한민국이니, 이제 세계인의 발이 되지 않는가?
세계 속의 도시로 발전해야할 청주시의 길목이 이렇게 여객의 편의보다 회사의 편의에만 얽매여 여객을 불신하다니.........
이런 괘씸한 것.
내 이를 어떤 일이 있어도 고쳐 놓아야 겠다.
이건 다른 여객을 위해서,
그리고 청주를 위해서,
그리고 대한민국을 위해서...'

이렇게 기억했는데 여태컷 까먹고 있었네요. 나도 나쁜 놈이지요. 이런 걸 잊지 않고 끝까지 고쳐놓아야 되는데.......
잘못했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된 것도 정말 내탓인가 봅니다.

바쁜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들.
왜 이렇게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우리는,
희망앞에서도 자신을 못 믿어 목말라 죽어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내일은 꼭 내가 당한 일과 라디오에서 들은 사막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하며 내일의 한국인들에게 기대를 걸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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