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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이야기

난 도둑이야!

by 문촌수기 2013. 1. 2.

난 도둑이야!

"5년 전과 많이 달라. 강의실에 들어와선 모두 뒷자리로 몰려가.
내 침이 튈 만큼 가까운 자리도 아니라, 아예 뒷 문쪽으로 가 앉는단 말야. 강의시간 5분이 지나도 안정이 안 돼. 들락날락 하기 예삿일이며,
교재도 없이 휴대폰만 올려놓고 문자 메시지 보내길 바빠.
커플끼리는 찰떡같이 붙어 앉아 볼상 사나운 꼴불견을 보이지 않나? 허 참 내.
한 학생과 문답을 나누고 있자면 나머지 다른 학생들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 웅성 웅성 끼리 잡담을 나누길 시작해. 오히려 내가 귀를 기울이며 문답을 나누는 학생 가까이로 가야할 판이야. 어쩌자고 이 모양인지. 갈수록 희망이 안보여.
고등학교에서도 그런가? 자넨 도덕 선생님 아닌가?
제발 좀 제대로 가르쳐 보내주게."

"아니, 이런! 그게 어찌 내 탓이냐? 이 사람아. 난, 제대로 가르쳐. 근데 자네들이 제대로 못 챙겨 갔지. 난 말야. 어버이께 효도하고 사회에 봉사하고 나라를 사랑하며 인류와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아는 젊은이가 되라고 가르치고 있어.
지성인으로서 책임 있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고 최소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간이 되라고 가르치고 있어.
근데, 대학에선 어떤 학생들을 데려가나?
그런 인간 된 학생을 선발하지 않고, 그런 것은 아무 상관하지 않지. 그저, 내신 성적 좋고, 수능 성적 좋으면 인간 된 줄 알고 데려 갔지 않은가?"


"자네 말이 맞네. 뭐가 잘못되어도 정말 잘못되었지. 이게 소위 열린 교육 때문인가?"


"아냐. 하긴 내 죄도 커. 제대로 정말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껍데기만 가르쳤지. 대학이 그리고 세상이 껍데기를 바라니, 그걸 무시할 수 있나? 껍데기 같은 도덕선생이지.
아니, 난 도둑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