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생님을 위로할 얘기도 없고, 그저 웃으며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살펴봅니다. 조금있으니 반장이 교무실로 들어와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립니다. 그래도 화가 덜 풀리신 선생님은 "떠든 놈들 다 오라고 해." 조금 있으니 몇 명의 남학생들이 히죽 히죽 웃으며 겸연쩍게 개구지게 교무실로 들어옵니다. 주위 선생님들이 거들며 야단치십니다.
그런 박선생님 기분이야 어디 한 두 번이겠습니까? 모두 다 겪는 일입니다. 내가 좀 더 젊었을 때에는 더욱 흥분하였고 그 때마다 위로하기를 '주여, 이 잔을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내 뜻대로 마시고 당신 뜻대로 하소서.'라며 기도했던 스승 예수님을 생각합니다. 오죽했더라면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도 그러했겠습니까? 다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어디 한 두 번입니까?
[보왕삼매경론]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이 글은 삶의 어려움으로 곤란을 겪는 이들, 공부에 장애를 겪는 이들, 그리고 제 뜻대로 세상살이 살기 어려운 이들을 위로해주는 정말 좋은 글입니다. 지금 이 글을 박선생님께 드리면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될련지 모르겠네요. 내일 드릴까 합니다.
박선생님께 [보왕삼매경론]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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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병으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하는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하셨느니라.
- 수행하는 데 마(魔)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誓願)이 굳게 되지 못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모든 마군(魔軍)으로써 수행을 도와주는 벗으로 삼으라' 하셨느니라.
-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 하셨느니라.
-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면 스스로 교만해지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네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원림(園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果報)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덕 베푼 것을 헌신처럼 버리라' 하셨느니라.
-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적은 이익으로써 부자가 되라' 하셨느니라.
- 억울함을 당해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본분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2000년 10월 5일 황보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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