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 하지만 또한,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어라.' 였습니다.
그렇게만 여기고 일산에 산 지 2년이 지나도록 가보지 않았습니다.
그런 생각은 그릇된 편견이었습니다.
일산 교육청 옆 주차장에서 정발산을 오르는 길은 참으로 한가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소나무 숲사이로 작은 산길은 참으로 산책하기에 좋았습니다. 다람쥐는 월동준비로 분주하게 땅바닥을 뒤지며 열매를 찾아 다닙니다. 한볼때기 가득 무얼 그리 집어 넣었는지 볼때기 양쪽이 터질 듯 부풀어 반들거리는 눈을 굴리며 돌아다닙니다.
도심의 소음이 숲에 가리고 새소리 벌레 소리가 들려옵니다. 가을바람이 솔향기를 묻혀 전해져옵니다.
교육청 뒤에서부터 시작하여 정발산 역까지 말 발굽처럼 'ㄷ '자 굽어진 등산길은 아이에서부터 노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오르내리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이런 도심 한 복판에 이런 한가한 산이 있다니 일산인들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어라' 생각이 역시 그릇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었습니다. 이제 정발산을 산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정발산을 산으로 되찾고 나의 것으로 가지게 된 기쁨으로 그 옛날 선승의 선시 한 수 전합니다. 자연이 주는 삶의 한가로움이 얼마나 넉넉한 지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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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前一片閑田地 (산전일편한전지)
叉手 問祖翁 (차수 문조옹)
幾度賣來還自買 (기도매래환자매)
爲憐松竹引淸風 (위린송죽인청풍)
- 五祖 法演 -
저 산 밑의 한뙈기 묵은 밭을
차수하며 공손히 노인께 여쭈었더니
몇 번이나 팔았다가도 다시 산 것은
대숲과 솔숲이 전해주는 맑은 바람 때문이라고.
(* 차수 : 손을 합장하듯 가슴앞에 모아 공손히 인사드리며 )
- 오조 법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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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10. 1 황보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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