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를 찾았다.
아니,법정스님을 찾았다. 이제서야 스님 돌아가신 뒤에.
또 그랬다. 지난 2001년 스님께서 사람발길 없는 강원도 산골로 떠나신 다음에야 조계산 불일암을 찾았듯이.
언제 다시뵙게 될지 모를머나먼 곳으로떠나신 다음에야,
이렇게 가까운 길상사를 이제야 찾았다.
스님의 마지막 책이랄 수 있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배낭에 넣고서.
스님을 뵐 수 없었지만 스님의 가르침을 읽었다.
스님께서 마지막으로 머무시면서세상 인연을 벗어나셨다는 행지실을 담장너머 바라보면서스님을 친견한 것으로 위로했다.
절 마당에는 수많이 많은 등(燈)으로 장식되었다.
그리고 관세음 보살상 앞에 앉아 보온병에 담아간보이차와 모닝빵을 먹었다.
관세음보살상과 눈을 마주하면서 그녀(?)를 그렸다.
어머니를 닮은 듯하다.
성모마리아를 닮은 듯하다.
선입견 때문일까? 천주교 신자인최종태 조각가가 법정스님과의 인연으로 종교의 화해를 염원하면서 조각하였다 한다.
기도하듯 그렸다.
이 관세음보살상을 보는 이는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의 원력으로 이 세상 온갖 고통과 재난에서 벗어난다'기에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하며 그렸다.
색연필 그림, 나의 첫 작품이다.
딸아이가 서랍을 정리하면서 색연필을 모두 버리겠다며 내 놓았다. 아까웠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디지털 문명만 쫓다보니 잊고 잃어버리고산 것이 적지 않다.
문듯 '색연필 그림을 그리자.' 디카로 찍고 바쁘게 스쳐가지 말고.
아름다운 자리에 머물러 그림을 그려보자. 어릴 적 내 꿈이지 않던가!
아니, 지금도 언젠가는 다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했지 않던가!
버려진 색연필을 필통에 담아 두고 책도 사보고 몇 번 연습도 했었다.
그러고는 그냥 잊어버렸다. 이번에사생각나기에처음으로 들고 나갔다.
스케치 북? 화첩도별도로 없다. 그냥 들고 다니기에 안성맞춤인작은 노트에 그렸다.
제법 마음에 든다. 이제부터라도 종종 그림을 그리자.
그린다는 것은 그립다는 말과도 같다.
아하~~그립다는 것은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구나.
아, 그리운 사람을 그린다.
길상사 관세음보살상 / 조각 : 최종태 / 그림 : 황보근영
법정스님께서 단 하룻밤을 머무셨다는 행지실: 스님께서는 당신이 지은 절 집에서도 하루도 머물지 않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떠나셨는데,
2010년 3월 11일 마지막으로 이절 방에 1시간 머무셨다가 열반에 드셨다.그리고 하룻밤 깊고 편한잠을 주무시고 12일 낮 12시경,
자신이 출가한 송광사 다비장으로 미련없이 또 버리고 떠나셨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자등명(自燈明)하고 법등명(法燈明)하라' 하셨는데....
이 수많은 등으로 세상과 진리를밝히어, 고통과 재난이 없기를 바라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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