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 ?
가족들과 함께 몇 번 가본적은 있지만 별로 내키지 않는 공간이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뒹굴고, 도무지 안방인지 공중이 이용하는 공적 공간인지
경계가 모호하고 공중도덕이 없는 곳이란 생각이 들어서일까?
그런데 어느 한 건축가와 기고자의 글이흥미롭다.
그러고 보니 찜질방은 참으로 한국적이며 재미난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든다.
그 이야기를 옮긴다.
=======================(조선일보 스크랩=================
[한국만의 건축] 찜질방 ?공적·사적 공간 섞여… 한국 房문화의 종합선물세트 |
발행일 : 2009.04.22 / 문화 A20 면 기고자 : 김미리 기자 |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모두 일제히 똑같은 모습으로 변신한다. 똑같은 옷으로 갈아입고 똑같은 수건을 목에 두르며, 똑같은 베개를 벤다. 주위 시선 따위는 문제되지 않는다. 지위고하·남녀노소의 단단한 경계는 무장해제되고, 모두가 제집 아랫목인 양 거리낌없이 드러눕는다. 유니폼은 어느새 편안한 잠옷이 된다. 집 밖이면서도 집만큼이나 편히 행동할 수 있는 곳. 이쯤 되면 간파했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우리의 일상 속 깊이 들어와 있는 찜질방 이야기다. 1990년대 중반 무렵 생겨난 찜질방은 '대중목욕 문화'와 '방(房) 문화'가 결합돼 생겨난 한국만의 독특한 공간이다. 최근 미국 MBA 과정에서 연구 사례로 등장하고, 외국 배낭족에게 알뜰 숙소로 소개될 만큼 어엿한 한국의 대표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건축적인 관점에서 찜질방은 '전통적인 공간 체계를 뒤집은 신개념 공간'이다. 건축가 승효상씨의 설명은 이렇다. "전통적인 개념의 도시 공간은 '절대적인 공공 공간→공공 공간→중간지대→사적 공간→절대적인 사적 공간'식으로 전이된다. 예컨대 '광장→도로→마당→집→침실'식이다. 그런데 찜질방은 '광장에서 바로 침실'이 나타나는 격이다. 사적 공간과 공적인 공간이 결합돼 공간의 점진적인 위계를 허물어뜨렸다." 2004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로 '방의 도시' 전(展)을 기획했던 건축가 정기용씨는 "찜질방은 한국의 방 문화를 대표하는 종합선물세트"라고 규정한다. "상업자본이 들어오면서 거주 단위에 있던 방들이 '노래방' 'PC방' '비디오방'의 형태로 공공 영역으로 뛰쳐나오게 됐는데, 찜질방은 이 모든 것을 집대성한 완결판"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도시는 공간의 명확한 구분이 허물어지고 네트워크 단위로 구성될 것이라고 믿는 건축학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소재다. 프란시스코 사닌(Sanin) 미국 시라큐스대 교수는 "찜질방은 필요에 따라 공간을 소비하는 미래 도시의 형태를 미리 보여주는 듯한 공간"이라 평했다. 그렇다면 가라오케, 공중목욕 등 비슷한 문화를 지닌 일본에는 왜 찜질방이 없을까. 천의영 서울디자인올림픽(SDO) 총감독은 "한국의 찜질방은 공동체 의식이 남아 있는 봉건적 자본주의 문화로 해석된다"며 "개인주의가 발달한 일본에 비해 한국에선 공동체에 대한 향수가 있어 찜질방이 발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같은 옷을 입은 채 함께 TV를 보고, 함께 목욕을 하고, 함께 널브러져 자면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울타리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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