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은 말씀을 멈추시고 꽃을 들고 가만히 서 계십니다.
제자와 대중은 무슨 일일까 의아해 하는 중에 제자 마하가섭 만이 스승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음을 짓습니다. 염화미소 성어의 유래가 되는 부처님과 마하가섭의 이야기 입니다. 아마 꽃 피는 4월. 아름다운 이 맘 때 였을 것 같습니다.
점심을 먹고 햇살을 쬐며 운동장 쪽 뜰을 걷다가 교사(校舍) 뒤 주차장으로 가 보았습니다. 햇살 받지 않는 후문에 목련이 봉오리를 맺고 있습니다. 피지 않은 목련 봉오리는 먹물을 한 번도 묻히지 않은 붓과 같아서 목필(木筆)이라고도 한답니다. 선비의 꽃인 셈이죠. 세상의 수 많은 꽃들이 햇살을 그리워하며 피는 데도 목련은 고향인 북쪽을 그리워하며 꽃을 피운다지요.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고고하면서도 우아하고 백설같이 차가운 듯 하면서도 포근한 내 누이 같아서 제가 참 좋아하는 꽃입니다. 아~~ 그 꽃 잎이 떨어질 때면 너무나 애절하고.
꽃피는 4월이면 절로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아. ...“
석가모니께서 집어 든 꽃이 목련 꽃이었을 것 같네요. ‘나무에 핀 연꽃’이라 그러하고, 그 쯤 되어야 야단법석에서 뭇 대중들이 볼 수 있고, 마하가섭으로 하여금 이심전심의 미소를 짓게 했을 것 같습니다.
지난 토요일. 아내랑 작정을 하고 화원에 들렀습니다. 예쁘게 핀 꽃들을 보며 감탄해 하고, 이름도 어찌나 귀엽고 예쁜지요. 그중 잊히지 않는 귀여운 이름의 데이지, 마가렛. 요 화사하고 앙징 맞은 아이들은 그냥 화원에 놔 두었습니다. 아니? 작은 난초 중에는 ‘황보’라는 아이도 있더라니깐요. 내가 ‘황보’인데. 요 쬐끄만 난화분은 너무 비싸 눈 인사만 나누었죠. 쟈스민, 가랑코에, 그린볼, 엔젤램프... 등 여러 화초분을 집 안에 들였습니다. 아내랑 꽃과 함께 한 서너 시간은 마냥 행복했고 향내 나는 웃음 꽃이 절로 피었습니다.
오늘 교무실에 잠시 웃음 꽃이 피었습니다.
‘천사’ 선생님께서 난초가 꽃을 피웠다며 난화분을 들고이 선생님 저 선생님들께 보여주고 다니십니다. 선생님들 얼굴에 절로 웃음 꽃이 피어 납니다.
꽃피는 4월에 우리 얼굴에도 웃음 꽃을 피워 봅시다.
염화미소.
사월에는 이 말씀으로 말을 잊고 미소지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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