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성혜 (桃李成蹊)
시인들이 이 봄을 ‘편시춘(片時春)’이라 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엊그제 보았던 목련화, 배꽃, 복숭아꽃이 금새 다 저버리고 말았네요. 그 때 마음에서 끄집어냈던 말이 생각이 나서 글로 써 본 것이 ‘도리성혜’입니다.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라는 속담에서 가져왔습니다.
복숭아(桃)와 오얏(李)은 꽃이 곱고 열매가 맛이 좋아 스스로 말을 않건만, 그 나무 아래로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길이 절로 생긴다니, 곧 덕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은둔할지라도 따르는 사람,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남을 가르친다며 선생이 되어 지금껏 이런 말 저런 이야기 많이도 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말로만 가르쳤지 않았나 싶어서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그래서 늘 마음속에 좌우명으로 새겨 스스로를 경계하면서 읊어보곤 합니다.
“桃李는 不言하나, 下自 成蹊라.”
특히 이 말은 사마천이 이광 장군을 절찬하여 《사기》의 ‘이장군 열전’에 기록을 남기면서 회자되었답니다. 이광 장군은 여느 장군과는 달리 엄정하지 않으며 물과 그늘이 있으면 병사를 편히 쉬고 하고, 언변은 좋지 않았지만 그 덕과 성실함은 천하에 알려졌으며, 부하 사랑하기를 자식 사랑하듯 하고, 말보다는 몸으로 하였다 합니다.
《도덕경》의 말씀 하나를 더 합니다.
처무위지사 행불언지교 (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함이 없는 일에 처하며,
말 아니하는 가르침을 행하라.”
- 스승의 날에 자신을 돌아보며. 황보근영
'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연도 변했나? (0) | 2013.01.06 |
---|---|
상선약수 - 이 여름 '물'에게서 배우다. (0) | 2013.01.06 |
이화에 월백하고 (0) | 2013.01.06 |
등잔의 기름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0) | 2013.01.06 |
목련화 꽃 구경을 갔습니다. (0) | 2013.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