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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이야기

내 이름 넉자와 이름 값

by 문촌수기 2013. 1. 2.

내 이름 넉자와 이름 값

Category: 대한 청년에게 고함, Tag: 교육,육아교육
05/15/2005 02:32 pm

[내 이름 넉자와 이름 값]

제 이름은 '석자'가 아니라, '넉자'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는 이름 땜에 생기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습니다.

초등학교 처음 입학하는 날, 키 크신 아버지 가슴에 안겨 "황보근영"이라 부르시는 선생님의 첫 호명에 큰 소리로 "예"라고 대답하면서 저의 이름은 공식적으로 이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이후, 처음 받아온 상장에 저의 이름에는 "황 보근영"이라 적혔습니다. 아버지 말씀을 전하여 이튿날 "황보 근영"이라고 고쳐진 상장을 선생님으로부터 또 받았습니다. 이름 덕분에 친구들 앞에서 두 번 상장을 받다니 신나기도 했습니다.

친구들도 저를 "보근영"이라 불렸습니다. 성은 "황보", 이름은 "근영"이라 강변한 끝에 얻어진 이름은 그냥 "황보"였습니다. 친구들이 저의 집에서 절 부릅니다. "황보야 놀자." 이런 이런 우리 집에 "황보"가 얼마나 많은데........ 저 말고도, 큰 형, 둘째 형, 셋째 형, 내 동생, 또 막내 이렇게 모두 여섯 아니, 울 아버지까지도 모두 놀자며 부릅니다.

컴퓨터가 생기고 OMR카드로 시험 칠 때면 내 이름 넉자 중 마지막 '영'자 한자는 서럽게도 제자리조차도 없습니다. 시험 칠 때마다 화가 납니다. 왜 '내 이름 넉자'는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가 말입니다. 인터넷 홈페이지 어느 전자 게시판에서도 제 이름은 '황보근'으로 끝납니다. 학교 입학식 선서, 군대 입소식 신고 때에도 남들 이름 석자 땜에 제 이름 마지막 자는 불러보지도 못하고 오른손을 내립니다.

'보근영'이든 '황보'든 '황보근'이든 어떻게 불려도 전, 가문의 명예와 역사가 서린 '황보(皇甫)'라는 성(姓)을 가졌습니다. 그것도 임금 황(皇), 클 보(甫) 말입니다. 그리고 어버이의 기도가 담긴 '근영'이라는 명(名)을 가졌습니다. 위로 세 형님 모두 '태(太)'자 돌림 이름인데, 왜 저만 '근영'이라 하셨는지 참으로 어버이의 뜻을 분명히 알지 못합니다. 세 아들 다음으로 딸을 무척이나 바라시면서 먼저 이름을 지었다고 하셨습니다만, 왜 하필 '붉은 구슬 근(瑾), 비칠 영(暎)'으로 하셨는지는 그 까닭을 다 여쭈진 못했습니다. 다만 스스로 제 이름 값을 매김하면서 깊이 생각해보니 그건 아마 '열정적이며 밝은 삶'에 대한 어버이의 기원이셨습니다. 그래서 전 타인으로부터 '밝다', '정열적이다'라는 평(評)을 들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이름 값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 까닭 없이 지어진 이름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이름에는 뜻이 있을 것이고 지으신 이의 바람이 스미어 있습니다. 그 이름의 까닭을 분명 알 적에 제 이름 값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렇게 살아야만 가문의 영예를 소중히 지키며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름 까닭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이름 값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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