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이름들과 정명]
저에게는 이름이 하나만 있지 않습니다.
'황보근영'이라는 이름말고도 정선(貞善)이라는 자(字)가 있으며, 요셉이라는 세례명이 있고, 일여(一如), 각명(覺明) 이라는 불교식 법명도 얻었습니다. 지금은 일산의 문촌(文村)마을에 산다하여 스스로 문촌(文寸)이라는 자호(自號)도 지어 필명으로 건방지게 쓰고 있습니다.
어디 '근영, 정선, 요셉, 일여, 각명, 문촌'만 제 이름이겠습니까?
집에 오면 불려지는 '아빠' '여보'도 제 이름이며, 학교에 가면 불려지는 '선생님'도 제 이름입니다. 만나는 친구에게 불려지는 '황보'도 그렇구요. 그 어느 것 소중하지 않는 이름 어디 있습니까? 모두가 제 삶의 값어치를 나타내며, 제 삶의 요구를 싣고 있는 소중한 이름들입니다.
공자선생님의 [논어]에 '군군신신(君君臣臣) 부부자자(父父子子)'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어버이는 어버이답게 자식은 자식답게'라는 뜻입니다. 이를 정명(正名)이라 합니다. 곧, '이름을 바르게 한다'는 것으로 주어진 자리와 직분에 충실할 것을 가르치는 말씀입니다.
저는 '근영(瑾暎)'이답게 밝아야 하고, '정선(貞善)'이답게 곧고 착해야 하며, '요셉'답게 근면하고 헌신적이어야 하며, '일여(一如)'답게 한결 같아야 하며, '각명(覺明)'답게 밝게 깨우쳐야 할 것이며, '문촌(文寸)'답게 학문을 높이며 겸손되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제 이름을 바르게 하는 것[正名]이고, 제 이름 값을 제대로 하는 것입니다. 또한 어버이답게, 지아비답게, 선생님답게 그렇게 내 자리와 본분에 충실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말고도 이 세상이 저에게 지어준 이름은 또 많을 것입니다.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른, 중년, 때론 젊은이. 그리고 인간, 세계시민, 국민, 민족, 사회인, 민주시민, 지성인(아닌가?), 또한 아들, 동생, 형, 오빠, 작은 아빠, 큰 아빠, 고모부, 이모부, 외삼촌, 남자, 친구, 연인, 선생님등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제 이름들입니다. 이 모든 이름들이 저에게 삶의 가치와 역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전 저의 모든 이름에 대해 책임이 있습니다. 모든 이름들에게 그 이름답게 대해야 할 책임 말입니다.
여러분들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교단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지 입은 가시나들, 잘~놀아요. (0) | 2013.01.02 |
---|---|
준비하고 기다려라. (0) | 2013.01.02 |
내 이름 넉자와 이름 값 (0) | 2013.01.02 |
지금 했니? 인제 했니? (0) | 2013.01.02 |
끝은 다시 시작이다. (0) | 2013.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