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미치고 책을 삼킨 사람
1) 첫째 이야기 : 책에 미친 이덕무
조선시대 영정조 때의 실학자인 이덕무(1741-1793)는 어려서부터 글읽기를 매우 좋아했답니다. 하루는 늦은 시간이 되었는데도 아이가 돌아오지 않아 온 식구들이 찾아다니며 난리가 났습니다. 겨우 관아 뒤의 풀더미 속에서 찾았는데, 벽에 적힌 옛글을 보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놀 때에는 벽에다 해시계를 그려놓고 시간이 되면 일어나 서재로 가서 단정히 앉아 책을 읽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옛날에는 책이 매우 귀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이덕무는 집안이 넉넉지 못해 책을 많이 빌려 읽었답니다. 아무리 귀한 책이라도 이덕무에게 만큼은 기꺼이 책을 빌려 주었으며, 그것도 빌려달라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빌려주며, "책을 두고 자네의 눈을 거치지 않으면 그 책을 무엇에 쓰겠는가"라며 말했답니다. 그는 책을 다 읽은 다음에 꼭 베끼곤 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작은 책을 소매 속에 넣고 다니면서 읽었답니다. 어려운 형편에 책 살 돈은 없고 갖고 싶은 책은 많았으니 어떡하겠습니까? 그가 평생 읽은 책은 거의 2만권이 넘었고, 손수 베낀 것은 수백권이 되었는데, 그 글씨는 모두 반듯하고, 아무리 바빠도 속자를 쓴 것은 한 글자도 없었다 합니다.
2) 둘째 이야기 : 책을 삼킨 김수온
조선시대 세조 때 대문장인 김수온(1410∼1481) 또한 책에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읽고 익히기로 작정한 책이면 한 장씩 찢어 소매 속에 넣어 간직하며 길 가다가도 꺼내어 외우는데, 다 외웠다 싶으면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그 대목을 찢어 손바닥으로 돌돌 말아 알약먹듯이 삼켰답니다. 정말 대단한 애지자(愛智者, philosopher)였습니다. 한 번은 신숙주가 임금으로부터 하사받은 `고문선(古文選)'이라는 책을 갖고 있었습니다. 김수온이 간절히 청하길래 빌려주었는데도 한달이 넘도록 돌려주지 않아 신숙주가 김수온의 집을 찾아갔답니다. 오마이갓! 그 귀하디 귀한 가보(家寶)인 책을 쪽마다 모두 찢어 온 방안에 도배를 하였지 뭡니까? 천정과 벽과 바닥에 덕지덕지 붙여 놓고 이리돌아 앉고 저리돌아 않고 드러눕기도 하고 엎드려 눕기도 하며 모두 익혀갔으며 중요한 대목은 찢어 자근자근 씹고 있었답니다.
여러분, 책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나침반이요, 미래를 바라보는 망원경이며, 넓은 세상으로 안내해주는 보물섬 지도입니다. 책을 펼치면 세상이 열리며, 인생이 보입니다. 책은 젊은이들에게는 스승이며, 늙은이들에게는 동반자가 됩니다. 이 둘이 없으면 칠흑같은 어둠을 등불없이 걸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책이나 읽어서는 안됩니다. 도가의 사상가인 열자(列子)는 독서를 '큰 도둑질'에 비유하였습니다. 이것저것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훔치는 좀도둑은 실속이 없으니, 금은보화만 훔치는 슬기(?)를 가진 대도(大盜)처럼 좋은 책을 가려 읽을 줄 알아야겠습니다.
책 속에는 글쓴이와 글읽는 이의 영혼이 스며 새겨집니다. 배우는 학생들의 교과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여러분의 영혼이 새겨진 자신의 책을 소중하게 간직하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이 글을 전합니다.
첫째, '책을 빌려주지 말라.' 내 영혼을 헐값으로 파는 짓입니다.
둘째, '책을 빌리지 말라.' 남의 영혼을 훔쳐보는 짓입니다.
셋째, '빌린 책이라면 돌려주지 말라.' 책을 빌리거나 빌려주지 말 것을 강조하기 위한 뜻에서 한 말입니다. <끝> -황보근영
1) 첫째 이야기 : 책에 미친 이덕무
조선시대 영정조 때의 실학자인 이덕무(1741-1793)는 어려서부터 글읽기를 매우 좋아했답니다. 하루는 늦은 시간이 되었는데도 아이가 돌아오지 않아 온 식구들이 찾아다니며 난리가 났습니다. 겨우 관아 뒤의 풀더미 속에서 찾았는데, 벽에 적힌 옛글을 보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놀 때에는 벽에다 해시계를 그려놓고 시간이 되면 일어나 서재로 가서 단정히 앉아 책을 읽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옛날에는 책이 매우 귀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이덕무는 집안이 넉넉지 못해 책을 많이 빌려 읽었답니다. 아무리 귀한 책이라도 이덕무에게 만큼은 기꺼이 책을 빌려 주었으며, 그것도 빌려달라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빌려주며, "책을 두고 자네의 눈을 거치지 않으면 그 책을 무엇에 쓰겠는가"라며 말했답니다. 그는 책을 다 읽은 다음에 꼭 베끼곤 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작은 책을 소매 속에 넣고 다니면서 읽었답니다. 어려운 형편에 책 살 돈은 없고 갖고 싶은 책은 많았으니 어떡하겠습니까? 그가 평생 읽은 책은 거의 2만권이 넘었고, 손수 베낀 것은 수백권이 되었는데, 그 글씨는 모두 반듯하고, 아무리 바빠도 속자를 쓴 것은 한 글자도 없었다 합니다.
2) 둘째 이야기 : 책을 삼킨 김수온
조선시대 세조 때 대문장인 김수온(1410∼1481) 또한 책에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읽고 익히기로 작정한 책이면 한 장씩 찢어 소매 속에 넣어 간직하며 길 가다가도 꺼내어 외우는데, 다 외웠다 싶으면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그 대목을 찢어 손바닥으로 돌돌 말아 알약먹듯이 삼켰답니다. 정말 대단한 애지자(愛智者, philosopher)였습니다. 한 번은 신숙주가 임금으로부터 하사받은 `고문선(古文選)'이라는 책을 갖고 있었습니다. 김수온이 간절히 청하길래 빌려주었는데도 한달이 넘도록 돌려주지 않아 신숙주가 김수온의 집을 찾아갔답니다. 오마이갓! 그 귀하디 귀한 가보(家寶)인 책을 쪽마다 모두 찢어 온 방안에 도배를 하였지 뭡니까? 천정과 벽과 바닥에 덕지덕지 붙여 놓고 이리돌아 앉고 저리돌아 않고 드러눕기도 하고 엎드려 눕기도 하며 모두 익혀갔으며 중요한 대목은 찢어 자근자근 씹고 있었답니다.
여러분, 책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나침반이요, 미래를 바라보는 망원경이며, 넓은 세상으로 안내해주는 보물섬 지도입니다. 책을 펼치면 세상이 열리며, 인생이 보입니다. 책은 젊은이들에게는 스승이며, 늙은이들에게는 동반자가 됩니다. 이 둘이 없으면 칠흑같은 어둠을 등불없이 걸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책이나 읽어서는 안됩니다. 도가의 사상가인 열자(列子)는 독서를 '큰 도둑질'에 비유하였습니다. 이것저것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훔치는 좀도둑은 실속이 없으니, 금은보화만 훔치는 슬기(?)를 가진 대도(大盜)처럼 좋은 책을 가려 읽을 줄 알아야겠습니다.
책 속에는 글쓴이와 글읽는 이의 영혼이 스며 새겨집니다. 배우는 학생들의 교과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여러분의 영혼이 새겨진 자신의 책을 소중하게 간직하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이 글을 전합니다.
첫째, '책을 빌려주지 말라.' 내 영혼을 헐값으로 파는 짓입니다.
둘째, '책을 빌리지 말라.' 남의 영혼을 훔쳐보는 짓입니다.
셋째, '빌린 책이라면 돌려주지 말라.' 책을 빌리거나 빌려주지 말 것을 강조하기 위한 뜻에서 한 말입니다. <끝> -황보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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