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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스토리텔링185

벚꽃 나들이, 회사후소의 꼬리를 물다. 초임 때 같은 학교, 총각 선생님들. 30여년지기 친구가 되었죠. 그 때의 친구가 가평으로 초대했어요. 대전의 친구가 내게 들러 같이 갔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좋다는 거죠. 오랜만에 하는 윷놀이가 어찌나 즐겁던지 늦게까지 놀았어요. 이튿날 아침엔 늦잠자고 천천히 천천히 새소리에 일어났네요. 자연 가까이 전원 생활이 이래서 좋은가봅니다. 빵과 커피로 정신을 깨우고 봄 햇살 아래, 가평천을 산책했습니다. 마침 이곳은 벚꽃 스타팅. 백로와 가마우지가 이야기 거리를 지어내고, 물소리는 재미있게 그 이야기 들려주는데 내가 알아듣지 못하니 아쉽네요. 그래도 참 좋아서 그 이야기를 붙잡아 그림으로 남겨봅니다. 산아래 자작나무와 선린마을의 친구 집도 간직해봅니다. . 새삼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에 '회사후소(繪事後.. 2019. 4. 16.
영화와 고전읽기ㅡ역린과 중용 : 정성을 다하라 정성을 다하여라. 영화 은 23장에서 시작해서 23장으로 끝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其次는 致曲 曲能有誠이니, (기차 치곡 곡능유성) 誠則形하고, 形則著하고, 著則明하고, (성즉형, 형즉저, 저즉명) 明則動하고, 動則變하고 變則化니, (명즉동, 동즉변, 변즉화) 唯天下至誠이 爲能化니라. (유천하지성 위능화)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 한국전통문화연구소 성백효 역주 .. 2019. 1. 6.
영화와 고전읽기ㅡ 바람과 파도 : 바람을 보아라 정초 TV에서 영화 을 보았다. 마지막 송강호의 대사, "내가 사람의 얼굴을 보았으되 정작 시대를 보지 못했단 말이요.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볼 뿐 파도를 만드는 바람을 못 본 거지"라는 말을 듣자마자, 내 눈귀에 고향 바다의 풍랑(風浪)이 그려지고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지눌의 《수심결(修心訣)》 명구가 떠오른다. 물론 과는 연관성이 없지만. "바람은 그쳤건만 파도는 여전히 솟구치듯, 진리는 훤히 드러났으나 망상이 여전히 침노하누나." 풍정파상용(風停波尙湧) 이현념유침(理現念猶侵)" 바람을 본다는 것은 세상을 본다는 것이며, 미래를 본다는 것이다. 지눌(知訥 1158~1210)은 돈오점수(頓悟漸修)를 주장하였다. 본래적 자기가 곧 본불성(本佛性)임을 홀연히 깨치고(돈오) 난 이후에도, 계속하여 무명(.. 2019. 1. 1.
슬로우 캠프와 '그래서 그랬구나.' 슬로우 캠프에서 담소 중에 이중섭 화백을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는 그의 생을 너무나 '신산하다'했습니다. '辛酸, 맵고 시다' 정말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는 긍정과 희망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의 그림 중, '벚꽃 위의 새'를 이야기하면서, 달빛 아래에 앉아 커피필터지에 수채물감으로 끄적였습니다. 아?, 이 집 안주인이 매화꽃을 무척 좋아한다기에, '야매(野梅)'라 농하면서 벚꽃 대신 '야매꽃에 앉은 새'라 제목하며 그렸습니다. 세상사 알고보면 다 '그래서 그랬구나' 고개 끄덕이게 됩니다. 꽃 잎 지는 까닭은 모두 제 향기로 나비를 부른 탓입니다. 슬캠지기 조 선생님이 반기며 이 낙서를 받아주셨네요. 별거도 아닌 것을 받아주셔서 제가 고맙습니다. '그냥'이라며 장난삼아 낙관을 대신.. 2018. 9. 30.
한국전쟁 상흔속의 화가 이중섭 이중섭(1916-1956), 한국 최고의 화가 그의 그림에서 분단과 이산의 상흔을 읽는다. 한민족 정체성 3대 키워드 '소ᆞ가족ᆞ어머니' 이 셋에 더해 진 '긍정'이다. 하나. 백의민족, 한민족을 닮은 흰소. 1955년, ㅡ 저 오른쪽 앞 발에 진취가 있다. 이중섭은 자화상을 그린 것이며 민족을 그린 것이다. 둘.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1954년, ㅡ다시 만나 행복한 가정을 가꿀 것을 희망하고 있다. 그의 아내는 야마모토 마사꼬, 일본 사람이다. 일제시대에 만나 사랑하고 해방되기 직전 결혼하여 북한 원산에서 살다 한국전쟁 중에 두 아이를 데리고 서귀포 부산 피난 생활을 하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살면서 이중섭과 헤어졌다. 전쟁은 가정의 행복을 앗아갔다. 그래도 이중섭은 꿈을 꾼다. 언젠가 다시 만나 .. 2018. 9. 23.
성학십도ᆞ조용헌 살롱ㅡ스크랩 집에다가 '성학십도' 병풍을 비치해 놓고 있다. 율곡학파는 '고산구곡도(高山九曲圖)' 병풍이었지만, 퇴계학파는 '성학십도' 병풍을 지니는 것이 전통이었다. 내가 지니고 있는 성학십도 병풍은 서예가의 손으로 쓴 붓글씨가 아니고 도산서원에 보관되어 있었던 성학십도 목판본에다가 먹물을 발라서 찍어낸 것이다. 퇴계학파는 아니지만 이 병풍을 거실에 쭉 펼쳐 놓고 있으면 문자의 향기가 서서히 집 안에 퍼지는 것 같다. 그 병풍 앞에 방석을 놓고 앉아 있으면 퇴계 선생의 '철학 그림'인 십도(十圖)가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혼자서 차를 한잔 끓여 마시면서 눈을 감고 있으면 머릿속으로 들어온 그림들이 다시 아랫배로 내려가는 듯한 착각을 한다. 그러면 만족감이 온다. '아! 나는 조선 유학의 전통을 아직 잊지 않고 있다'.. 2018. 8. 13.
삼국유사의 신화이야기ㅡ스크랩 "그리스神 계보는 줄줄 외면서… 삼국유사는 왜 안 읽나요" 문화 유석재 기자 입력 2018.08.07 03:01 삼국유사ㅡ스크랩 문체부 장관 지낸 최광식 교수 '삼국유사의 신화 이야기' 펴내 최광식(64)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맡고 있던 2010년, '그리스의 신(神)과 인간' 특별전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그리스 신 계보를 줄줄 외우는 거예요. 아~ 이것 참, 답답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도 신화가 있는데 그건 통 모르고 말이죠…." 그가 말하는 '한국 신화의 보고(寶庫)'는 바로 '삼국유사(三國遺事)'다. "서양문화의 뿌리가 그리스·로마 신화라면, 우리 민족문화는 그것을 '삼국유사'에 실린 건국 신화와 시조 신화에서 찾아야 합니다." 최 교수는 최근 단행본 .. 2018. 8. 13.
추사의 경지 ㅡ스크랩 ㅡ이내옥 미술사학자·'안목의 성장' 저자. 조선시대 서화의 역사를 보면 궁극에는 추사 김정희로 수렴한다. 추사는 당시 동아시아 최고 지성으로서 모든 것을 갖춘 인물이었다. 55세에 뜻하지 않은 제주 유배를 겪는데, 쓰라림으로 점철된 그때부터가 진정한 추사 예술과 정신의 시기였다. 추사는 자부심이 대단해 오만에 가까웠다. 거기에 원한과 분노의 불길이 끼얹어졌다. 그러나 유배가 길어지면서 그것도 서서히 녹아내렸다. 여기에서 문인의 지조와 절개를 표현한 '세한도'가 나왔다. 그림 속 나무는 나무가 아니고, 집은 집이 아니다. 그것은 오만과 분노의 껍데기를 뚫고 들어가 마주친 자아의 처절한 고독이고, 그 강력한 주장이다. 동양 회화는 문인화의 두 거장 황공망과 예찬이 출현해 그 극점을 찍었다. 그로부터 500여.. 2018. 8. 13.
어린이로 살아가기. 어릴 때는 어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춥고 배고팠기 때문이다. 커서 어른이 되면 돈을 벌거고, 그러면 배고프지도 춥지도 않을거라 여겼다. 이제 어른이 되니 어린이가 되고 싶다. 돈이 있으니 이제 춥거나 배고프지는 않다. 그렇지만 늘 어깨가 무겁다. 내일을 걱정하며 내 일을 어깨에 달고 산다. 걱정없이 '지금'을 살아가는 어린 아이가 부럽다. 그 아이들에게는 '내일은 없다.' 어릴 때는 동화책을 읽지 않았다. 읽을 책도 없었고, 읽을 시간도 없었다. 이제 어른이 되어 동화책을 찾아 읽는다. 시간은 없지만 억지로 짬을 만들어낸다. 어른으로 할 일을 일단 내일로 미룬다. 눈물도 흘리고 웃기도 한다. 어린이로 돌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엄마놀이'를 즐기는 아내 덕분에 나도 점점 어린이가 된다. '새 엄마.. 2018.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