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을이다.
물들어가는 단풍이 꽃보다 더 곱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의 단풍은 여느 단풍놀이보다 아름답다.
길상사의 금당은 극락전이다.
서방정토 영원세상 극락세계를 주관하시는 아미타불을 모셨기에 아미타전, 무량수전이라 부르기도 한다.
길상사는 본래 사찰이 아니었다. 일제시대에 청암장이라 불리던 별장을 진향이라는 기생이 '대원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술과 고기와 음식을 팔던 고급요정으로 만들었다. 풍류가락이 울려퍼지고 흥청(興淸)이 만청(滿廳)하였다.
그랬던 이곳이 대원각의 주인마님인 김영한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그 인연으로 '맑고 향기로운' 부처님의 말씀이 퍼지는 사찰이 되었다.
다른 사찰 전각에는 단청이 칠해져있지만, 이곳 전각에는 단청이 없다. 아무리 치장해도 웃음꽃 전하는 요정의 여인네들보다 더 고울 수 없으니 굳이 단청칠 할 필요가 없었을게다. 대원각의 주연회당이 그대로 길상사의 극락전이 되었다. 극락전에 단청칠을 했더라면 가을 고운 단풍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부끄러웠을 것이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한량들의 술에 안주로 희생된 모든 축생들과 애써 웃음팔고 옷을 갈아입으며 고통을 치마 속에 감추어야했던 여인네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길상사 극락전의 아미타불 좌우에는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협시하고 있다.
지옥중생을 구원하고 현세 중생의 고통을 치유하며 영원 평안의 극락 세계로 구제하는 기도를 드린다.
금당 아래 좌우로는 마애불과 아기 석가모니불도 무류(無類) 중생들을 포근하게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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