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산책 그림이야기15 나타샤 곁에 하필 당나귀일까?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백석 시인의 시 제목이다. "하필 당나귀일까? 당나귀의 상징은 무엇일까?" 성북동 길에서 읽는 인문학 강의에서 들은 질문이다. 길상사의 시주 길상화보살님(자야)과 백석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담아 그림을 그려보았다. 그 그림속에 당나귀를 등장시켰다. 시인은 왜 하필 애절하게 나타샤를 그리워하는 사랑의 시 속에 당나귀를 등장시켰을까? 흔하다보니 하찮고 가치없는 것을 여명구폐(驪鳴狗吠), '당나귀 울음과 개 짓는 소리'라 하거늘, 그 흔한 당나귀 울음을 '응앙응앙' 소리 내었을까? 덕분에 귀한 당나귀가 되었지만. 당나귀의 꼬리를 물고 따라가다보니 김홍도의 군선도 중에서 장과로를 보게 되었다. 그림 가운데 흰당나귀를 거꾸로 앉아 가고 있는 신선이 장과로이다. 장과로(張果老)는 흰당나귀를.. 2019. 6. 21. 수연산방 상허 이태준 가옥 이 집은 상허 이태준이 1933년부터 1946년까지 살면서 많은 문학작품을 집필한 곳이다. 이태준은 이곳의 당호를 '수연산방'이라 하고, , , , , 등 문학작품 집필에 전념하였다. 그의 수필에는 이 집을 지은 과정과 집터의 내력 등이 쓰여 있다.작품의 경향은 지식인의 고뇌를 그린 작품이 많고, 세련된 문장으로 1930년대 소설계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특히 단편 소설의 완성도가 높다 하여 “한국의 모파상”이라고도 불린다. 1930년대에는 조선중앙일보 기자로 활동, 이상의 천재성에 주목해 그에게 시를 쓸 것을 권유하였다. 당시 조선중앙일보 사장이었던 여운형에게 부탁해서 이상의 시를 신문에 내도록 도와 주었는데, 그렇게 해서 나온 시가 오감도이다. 박태원과 조용만 등 비롯하여 절친한 구인회 동료들이 친일 .. 2019. 4. 9. 한ᆞ중 평화의 소녀상 성북동 인문학 산책의 첫걸음은 한ᆞ중 평화의 소녀상을 만나는 것부터 시작된다. 한성대 입구역 6번출구 버스정류장 작은 가로공원에 있다. 여느 곳의 평화의 소녀상과는 많이 다르다. 조선의 소녀 옆에 중국의 소녀가 앉아있다. 겨울이 되면 공감하는 이들이 목도리를 둘러주고 모자도 씌어준다. 나는 동상(銅像)이 아니라 그때를 살았던 소녀의 고통을 상상하며 사람으로 그렸다. 2015년 한중 합작으로 이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였다. 일본군의 성노예로 함께 고통받고 숨죽이며 서로를 위로하며 견뎌왔던 친구가 여기까지 찾아왔다. 전쟁 속의 광기가 여성의 인권을 어떻게 유린했는가를 후세에 길이 전해지기 바라며 일본 정부의 일제 만행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하는 바이다. ● 거칠게 잘린 머리카락 : 부모와 고향으로부.. 2018. 12. 23. 법정스님과 어린 왕자. "니가 나를 찾아오다니,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할아버지가 제게 보내신 편지(영혼의 모음, 1971.11)를 이제사 받았어요." "그랬구나. 너를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다행이구나. 이제 너와 함께 갈 수 있겠구나." "그래요. 내 친구 여우도 같이 갈거예요." "그래, 나도 너와 관계맺게 해준 생떽쥐뻬리 아저씨의 와 은 갖고 가야겠다." 2010년 3월 11일 새벽. 어린 왕자가 길상사 행지실(行持室, 지금의 진영각)을 찾아와 마루에서 법정 스님을 만났다. 어린 왕자가 지구를 떠나 제 별로 돌아 온 이후에도 의자에 앉아 늘 석양을 바라보았지만, 법정 할아버지와 함께 한 이후에는, 더 이상 해 지는 것을 바라보지 않아도 되었다. 지금 길상사 진영각 왼쪽 기둥옆에는 '빠삐용 의자'만이 덩그러이 놓여 .. 2018. 12. 17. 심우장의 주인공들 심우장(尋牛莊), 때는 1937년 3월. 아직 잔설에 서늘하다. 그림 속에 세 명의 주인공이 한자리에 만났다. 북정마을의 심우장 언덕 위로 성벽이 보인다. 한양도성 북악산 동북자락 성곽이다. 일제의 패망을 암시하듯 '돌집' 위의 남녘 하늘에는 핏빛 전운(戰雲)이 감돈다. 세 명의 주인공은 만해 한용운, 일송 김동삼, 시인 조지훈. 만해와 일송은 환갑을 바라보는 초로이며 지훈은 아직 감수성 풍부한 열일곱 청춘이다. 그들이 일송 김동삼의 장례식, 심우장 마당에서 만난다. ♡만해 한용운(韓龍雲, 1879 ~ 1944) 일제 강점기의 시인, 승려, 독립운동가이다. 본관은 청주. 호는 만해(萬海)이다. 대한민국 사람치고 만해 한용운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만해 선생은 성북동에 자리잡으면서 집을 북향으로 짓게.. 2018. 12. 14. 최순우 옛집, 오수당 뜨락에서 오수당(午睡堂), 낮잠자기 좋은 집! 말만 들어도 위로가 된다. 일 없이 생각 없이 낮잠에 빠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선비가 책베개를 하고 팔베개로 높여서 툇마루에 누웠다. 포근한 햇살을 덮고서 달콤한 낮잠에 빠졌다. 이제 그림은 다 그렸다. 제호를 붙이고 낙관만 하면 된다. 그림 속에도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에 빠진 선비를 그렸다. 버드나무는 푸르게 늘어지고 복숭아 꽃 향기는 은은하게 전해진다. 이 그림을 '수하오수도(樹下午睡圖)라 제호하는 것은 어떨까' 누워 생각에 잠기다 만족해하며 낮잠에 잠겼다. 이 선비는 누굴일까? 나도 그 자리에 누워 낮잠에 빠지고 싶다. 또한 그렇다.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이라! 밖은 시끄러워도 문을 닫아 버리면 여기가 곧 깊은 산골이구나.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2018. 12. 10. 한 여인의 이름ㅡ진향과 자야, 나타샤와 길상화 길상사 신방 그 날 처럼 눈이 푹푹 나릴 때, 흰 당나귀를 타고 시인은 자야를 찾아왔다. 응앙 응앙 울음 소리에 사당 문이 열린다. 이제서야 오셨구려 참 머언 길을 오셨네요. 괜찮아요. 아무 말씀 마셔요. 어서 오셔요. 화촉 밝혀 데운 이 방으로 이렇게 그대 오기 만을 기다렸어요. ㅡ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 2018. 12. 3. 길상사 계추 한가을이다. 물들어가는 단풍이 꽃보다 더 곱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의 단풍은 여느 단풍놀이보다 아름답다. 길상사의 주불을 모신 금당은 극락전이다. 서방정토 영원세상 극락세계를 주관하시는 아미타불을 모셨기에 아미타전, 무량수전이라 부르기도 한다. 길상사는 본래 사찰이 아니었다. 대원각이라는 이름으로 술과 고기와 음식을 팔던 고급요정이었다. 풍류가락이 울려퍼지고 흥청(興淸)이 만청(滿廳)이었다. 그랬던 이곳이 대원각의 주인마님이었던 김영한님과 법정 스님의 인연으로 '맑고 향기로운' 부처님 말씀이 퍼지는 사찰이 되었다. 다른 사찰 전각에는 단청이 칠해져있지만, 이곳 전각에는 단청이 없다. 아무리 치장해도 웃음꽃 전하는 요정의 여인네들보다 더 고울 수 없으니 굳이 단청칠 할 필요가 없었을게다. 대원각의 주연회당.. 2018. 12. 2. 길상사 관음 보살과 법정스님 길상사 가을에는 단풍이 참 곱다. 산책나온 이웃 수녀님 얼굴에 미소가 피었네. 뒷짐지고 행지실로 올라가시는 법정스님께서 무슨 말씀을 건내셨길래, 저리도 평화로울까? 성모님을 닮았다는 관음 보살님은 들으셨겠네.관음보살상을 조각한 천주교인 최종태 화가는 '이 억겁의 시간에 우리 두 손(법정스님과 나)이 잠깐 하나로 만나서 이 형상을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억겁의 시간에 우리 두 손이 잠깐 하나로 만나..' 이 말씀 속에서 경외감을 느껴진다. 우주의 나이 137억년, 여기에 우리의 삶 100년은 정말 눈깜짝할 사이다. '우리 두 손'을 손(手)이 아니라, 잠시 머물다가는 '손님'으로 읽으면 더더욱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우주의 손님이 되어 만난 우리의 인연에 감동하고 감사하다. '관세음 성모상'이라 이.. 2018. 11. 28. 이전 1 2 다음